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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오빠, 조용필 콘서트

대한민국 대표 중년들이 ‘영원한 오빠’, 조용필과 음악 여행을 떠나려고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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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아빠, 엄마는 여기 다 모였다. 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체조경기장이 뽀글뽀글 짧은 웨이브 머리와 군데군데 흰머리로 가득하다. 조용필 노래가 좋아지면 대한민국의 진정한 중년이라고 했던가? 대한민국 대표 중년들이 ‘영원한 오빠’, 조용필과 음악 여행을 떠나려고 모였다.

나이를 묻지 마라, 중년들의 스탠딩 공연

공연장에 들어서서는 일단 엉덩이 무거운 아빠, 엄마들이 도심에서 벗어난 올림픽공원까지 대거 나들이 나왔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놀랄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대가 열리고 기타를 멘 조용필이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사람~’을 노래하자 언제 준비했는지 모두 야광막대를 들고 환호한다. ‘마도요’, ‘여행을 떠나요’가 이어지는 사이 무대 앞쪽에서는 이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광한다. 멀리서 보고 있자니 딱 ‘10대 오빠부대’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열기도 무르익어 가면서 이들의 행보는 더욱 과격해진다. 부산은 물론이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까지 찾아온 팬들은 조용필이 무대 앞쪽으로 걸어나오자 손 한 번 잡아보려고 몸을 던지는가 하면, ‘오빠~ 오빠~’ 여기저기서 괴성도 쏟아낸다. 무릎까지 꿇고 무대 아래 팬들의 손을 잡아주던 조용필은 “위험하니까 내려가”, “손 찢어진다”, “어쩌라고, 미치겠네”라며 10대처럼 필사적인 중년 팬들을 달랜다.

2부 무대가 열리고 조용필이 가죽 옷차림으로 무대 위에 올랐을 때는 1층 플로어 자리는 물론이고 2층, 3층 모든 팬들이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가 하면 점프에 춤사위까지 펼쳐 보인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환희에 가득 찬 얼굴 표정이며, 리듬에 맞춰 현란하게 움직이는 수려한 몸동작이란…. 유명한 록 콘서트를 능가하는 열정의 스탠딩 공연이다.

무대 위의 작은 거인 조용필


중년을 10대로 되돌린 조용필의 위력

그렇다. 대한민국 중년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은 거인의 폭발적인 가창력이다. 무대 위에는 학교 교단처럼 단상이 하나 더 올려져 있다. 아래쪽에서 쏘아 올리는 조명도 유난히 많다. 아마도 몸집이 작은 무대 위 주인공을 위한 연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작은 거인이 뿜어내는 열기는 어떤가? 체조경기장 하나를 꿀꺽 삼키고도 남을 정도다.

실제로 2시간 이상 진행된 공연에는 초대가수도 없다. 연결 코멘트도 3-4번밖에 없다. 오직 조용필의 노래만이 있을 뿐이다. 기타에 하모니카까지 직접 연주하며 노래만 하는 그는 숨이 찰 만도 한데 가슴을 쥐어짜는 애절한 발라드부터 무대를 휘젓는 록 음악까지 쉬지도 않고 예닐곱 곡을 연달아 불러제낀다. 따라서 객석의 술렁임도 쉴 새가 없다. ‘기도하는~(비련)’ 다음에는 ‘악~’ 괴성을 질렀다,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울고 싶지~(고추잠자리)’에서는 얼핏 헤드뱅잉도 시도하고, ‘꽃 피이이는 동백서어메~(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는 모두가 트로트 가수다. 무대 위 가수가 20대로 돌아가 열정을 불태우니, 객석에서도 나이를 잊고 올 스탠딩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용필 때로는 록커로


조용필, 조용필 노래의 매력

조용필 그리고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구성지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들 수도 있고,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리면서도 애달픈 음색을 말할 수도 있겠다. 또 절절히 와 닿는 노랫말에 감동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정독할 필요가 있다. 네가 귀뚜라미를 사랑하니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하며, 사랑이 외로운 것은 운명을 걸기 때문이라지 않는가? ‘너를 용서하지 않으니 내가 괴로워 안 되겠다, 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이라고 말하는 ‘Q’도 철학이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깨달은 조용필의 매력은 따로 있었다. 그는 각종 건강 보조식품과 관절약을 끌어안고 사는 중년들에게 젊음을 되새길 수 있는 열정의 타임머신을 제공한다. 사랑에 가슴 아파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 가족이 아닌 ‘나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해 고뇌하던 그 시절로 여행티켓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대 위 조용필이 불태우는 열정은 무대 밖 모두의 추억이고, 묻어둔 바람이며, 희망의 반영이다. 그들에게도 애끓는 청춘이 있었던 것이다.

중년들의 영원한 오빠


앙코르 무대까지 열심히 달린 관객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누가 이들을 누군가의 ‘아빠, 엄마’라고 하겠는가? 이번 공연은 조용필의 멋진 무대도 좋았지만, 아직도 ‘용필 오빠’라고 외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중년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앞으로 어디선가 조용필 노래가 들려오면 80년대를 장악했던 작은 거인과 함께 장렬한 스탠딩 공연을 펼쳤던 이들이 떠오를 것 같다.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인 멋진 중년들이…!!

2006 서울 조용필 콘서트 '여행을 떠나요'
2006년 12월 8일 ~ 1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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