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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통쾌한 만화 - 『가면전사 아쿠메츠』

영화나 만화 등을 보면서 얻는 것 중 하나는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자신이 평소에 할 수 없었던 행동이나 불가능한 사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 액션영화나 멜로영화 등이 대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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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만화 등을 보면서 얻는 것 중 하나는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자신이 평소에 할 수 없었던 행동이나 불가능한 사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 액션영화나 멜로영화 등이 대개 그렇다. 영화에서 멋진 남녀가 로맨틱한 사랑을 나눈다든가,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여 악당을 물리치는 것을 보면 분명 쾌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대신 현실에서의 불만을 잊어버리는 도피의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가장 안 좋았던 대공황 시절에,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직장을 잃고 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현실을 잊고자 극장으로 도피했던 것이다. 당시에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가장 비현실적인 장르인 뮤지컬이었다.

카타르시스가 현실에서의 불만을 해소해 버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을 희석한다는 말은 나름 맞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일까?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영화나 만화에서 보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다음에 뭔가를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논점만 분명하다면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도 있다. 타바타 요시아키가 쓰고, 요고 유키가 그린 『가면전사 아쿠메츠』가 바로 그런 만화다.

『가면전사 아쿠메츠』는 20세기 말, 일본이라는 나라가 망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무려 700조 엔의 적자를 안고도 개혁하지 않고, 일반국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일본의 정치인과 경제인 그리고 공무원들.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다. 그때 아쿠메츠가 등장한다. 가면을 뒤집어쓴 아쿠메츠는 일본사회를 움직이는, 그리고 망치는 전직 관료나 기업인, 공무원을 하나씩 죽여 간다. 아쿠메츠는 한자로 ‘惡滅’, 즉 모든 악을 멸종한다는 뜻이다. 『가면전사 아쿠메츠』는 일본 사회의 모든 악을 폭로한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통해 회생을 하고도, 자신들의 월급과 퇴직금은 천문학적 숫자로 챙기는 은행,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조건 도로건설에만 열을 올리는 국회의원과 도로공사, 부작용이 의심되는 약의 유통을 허용한 후생성 등등 일본의 지배층은 대부분이 부정부패 집단이다. 그들은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악의 세력이다.

아쿠메츠는 분명히 테러리스트다. 자신도 인정한다. 아쿠메츠는 악을 없애려고 폭력과 살인이라는 악한 수단을 이용한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보통의 테러리스트는 악을 하나 죽이려고 무고한 사람까지 함께 죽인다. 또 점차 극렬화되면서 대중의 지지를 잃어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쿠메츠는 다르다. 아쿠메츠는 일인일살을 주장한다. 한 명을 죽이면 반드시 자신도 죽는다. 자신도 악한 일을 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겠다는 것이다. 아랍의 테러리스트가 행하는 자폭테러를 연상하게도 하지만, 아쿠메츠의 방식은 분명하게 다르다. 테러리스트는 악을 멸하는 데 동반되는 무고한 사람의 희생을 정당화한다. 어쩔 수 없는 희생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쿠메츠는 절대적으로 무고한 사람의 희생을 거부한다. 아쿠메츠는 자신과 악인 이외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다. 그것이 아쿠메츠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대의를 위해 죽어갈 수 있을까? 그렇게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목표만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까? 어떤 회의도, 흔들림도 없이? 『가면전사 아쿠메츠』는 사회고발을 하는 동시에, 일종의 슈퍼히어로 만화이기도 하다. 아쿠메츠 가면을 쓴 남자는 아직 고등학생인 쇼다. 그런데 쇼는 하나가 아니다. 복잡한 근원이 있기는 하지만, 하여튼 쇼는 유전자 복제를 통해서 만들어진 존재다. 고등학생인 니쿠라 쇼는 친구인 카츠라기가 암으로 죽어가는 것을 본다. 혈액병을 앓던 카츠라기는 후생성이 허가한 약을 Tm고 부작용으로 암에 걸렸다. 아니, 부작용이 아니라 이미 혈액제제에 감염되어 있던 바이러스 때문에. 일본 사회가 엉망진창이고, 무고한 사람은 끊임없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쇼는 고민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슈퍼히어로가 되겠다고.

복제인간은 알약으로 각자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 수많은 쇼는 각지로 퍼져 운전이나 무술, 폭탄 제조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힌다. 그리고 그것을 통합하여 새로운 쇼가 만들어진다. 이제 쇼는 시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에서든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가 된 것이다. 즉 모든 아쿠메츠는 모두 쇼인 것이고, 아쿠메츠는 동시에 수많은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 죽어도 죽어도 다시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쿠메츠의 희생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복제인간은 모두 쇼다. 그들은 기억과 경험을 공유한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쇼는 매 순간 죽고 부활하는 것이다. 각각의 아쿠메츠의 분노와 슬픔을 기억하면서.

『가면전사 아쿠메츠』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만화다. 하지만 모든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폭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악을 멸하려면 직접적으로 악을 겨누어야 한다. 물론 문명사회에서 악에 대한 처벌은 국가권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이 지금 지켜지는 것일까? 악인은 정말로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일까? 아쿠메츠의 행동을 악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로 통쾌한 이유는 이 세상에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악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에게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악이 활개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카타르시스가 나쁜 것이라고 해도 『가면전사 아쿠메츠』는 정말로 통쾌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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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전사 아쿠메츠 1

<타바타 요시아키> 글/<요고 유키> 그림3,150원(10%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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