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역을 맡은 서정현 씨와 미니 인터뷰를 해봤다.
Q. 뮤지컬 <황진이>는 어떤 작품인가요?
A. 뮤지컬 <황진이>의 부제가 ‘산다는 건 꽃과 같다’입니다. 겨울 눈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 있잖아요. 그렇게 어려운 시대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차별에도 자기 의지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황진이,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결국 무소유로 돌아가는 황진이의 인생을 담았습니다.
Q. 요즘 ‘황진이’ 일대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물론 영화로도 제작되는데, 자신을 포함해서 황진이 역을 맡은 하지원 씨나 송혜교 씨, 또 뮤지컬에서 더블 캐스팅된 문혜원 씨 가운데 가장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솔직하게!!)?
A. 너무 난감한 질문인데요! 사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하는데… 모두 저마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뮤지컬은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을 현장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잖아요. 아마 후회 없으실 거예요!
화려한 의상과 영상 돋보여
인터뷰 내용대로 뮤지컬 <황진이>는 화려한 의상과 영상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영화 <스캔들>이나 <음란서생>에서 맛볼 수 있었던, 단아하지만 강렬하고 매혹적인 색감이 화려한 의상과 영상에 그대로 표현됐다. 실제로 이번 의상은 <음란서생>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정경희 씨가 맡아 또 한 번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 것이다. 가끔 ‘한복이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놀랄 때가 있는데, 이번 무대의상도 어느 드레스 못지않게 우아하고 예쁘다. 기생을 포함한 여성 의상은 물론이고, 황진이 아버지나 훈장, 양반 등 남성의 한복도 멋지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요즘 뮤지컬에서는 영상을 사용하는 게 보편화됐다. <황진이>에서도 꽃이 날리는 장면 등에서 영상이 자주 사용되는데, 의상과 기조를 함께하는 강렬한 색감의 영상이 황진이에게 홀딱 반한 뭇 남성들처럼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 강렬한 색감의 의상과 영상이 시선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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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볼거리, 눈에 띄는 독특한 무대
무대도 신경을 많이 썼다. 첫 무대는 시집가는 황진이의 꽃가마와 단(황진이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으나 신분상의 차이로 맺어지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의 상여가 엇갈리는 장면. 수십 명의 배우가 동원된 것은 물론이고, 꽃가마는 평지에 있지만 상여는 무대 뒤쪽을 세워 언덕길에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또 우리 전통의 돌담이나 처마, 한지 발린 문도 눈에 띈다.
또 다양한 무대 연출을 위해 여러 번 막이 닫히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기존의 방식은 물론 옆으로 닫히는 막도 인상적이다. 특히, 황진이가 소녀에서 처녀로 시간이 흐르는 장면에서 오른쪽 소녀 황진이 막이 살짝 닫히고 왼쪽 막이 열리면서 처녀 황진이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막을 다 닫지 않고 중간 무대를 살려 원근감과 함께 장면을 강조하는 방법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막이 너무 자주 열리고 닫히는 바람에 다소 맥이 끊기는 느낌도 있었다.
| 강렬한 색감의 의상과 영상이 시선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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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기지를 좀 더 강조했더라면
황진이가 누군가? 조선 최고의 명기가 아니던가? 그 요염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과 뛰어난 학식이 좀 더 강조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을 찾는 선비들에게 시제를 제시한다든가 빨간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은 있었지만 무언가 그 2% 부족한 느낌이다. 예를 들어, 생불 지족스님을 유혹하는 장면은 황진이가 뭇 선비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대표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인 만큼, 무대 위에 표현을 했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공연에서처럼 유혹하러 ?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하려 든다면, 객석에서 입이 쩍 벌어지도록 확실하게 사로잡아야 한다.
사실 뮤지컬에서는 황진이의 관능적인 매력보다는 단아한 이미지가 많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스승과 시조를 읊조리는 장면이 있었으나, 황진이의 유명한 시조를 좀 더 소개하는 등 그녀의 앞선 사상과 뛰어난 학식을 드러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 아쉽다. 또한, 엔딩 부분도 황진이가 깨달은 여성, 무소유를 지향하는 여성인 만큼 간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기생들의 화려한 군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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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황진이>의 가능성
뮤지컬 <황진이>는 이번 서울 공연을 시험 삼아 지방공연과 외국공연까지 준비하고 있다. 배우들이 지닌 각각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무대 위에서 좀 더 조화를 이루고 구성이 치밀해진다면 승산은 있다고 본다. 일단 화려한 의상과 감미로운 멜로디(음악은 영화
<청연>으로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받았던 미하엘 슈타우다허가 맡았다), 기생들의 군무 등 뮤지컬이 지녀야 할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부하고, 시대극인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요즘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동양사상이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집착하지 않는 자유 영혼, 다 가질 수 있지만 소유하지 않기에 오히려 풍요로운 삶. 이 같은 황진이의 매력은 누구나 지니고 싶은 멋이다. 뮤지컬 <황진이>의 롱런을 기대해 본다.
뮤지컬 <황진이>
2006년 11월 25일 ~ 12월 25일
유니버설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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