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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cry for me~, 뮤지컬 <에비타>

에바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뮤지컬 <에비타>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와 팀 라이스(작사)의 합작으로 지난 1978년 영국 무대에 올려진 뒤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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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도나 서머인지, 올리비아 뉴튼 존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어렸을 때 나이 차가 다소 나는 언니 방에 들어가면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 이 노래가 뮤지컬 <에비타>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20년은 지나서였지만, 멜로디가 익숙해서인지 왠지 모를 친숙함을 품고 공연장을 찾았다.

에비타

마돈나 주연의 영화로 많이들 알고 있을 에비타(‘에바 페론’의 애칭)는 아르헨티나의 실존 인물이다. 1919년부터 1952년까지 서른세 해의 짧은 생을 살다 간 그는 출세를 위해 그에 걸맞은 남자를 찾아 사다리를 타듯 위로 위로 올라간다. 모델에서 방송인, 영화배우로 얼굴을 알린 그는 군부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페론 대령을 만나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불태운다. 귀족 대신 평민에게 집중한 에비타의 열정적인 지원으로 페론은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에비타는 26세에 영부인이 된다. 누구는 성녀라고도, 또 한편에서는 악녀라고도 하지만, 당시 소수 귀족에게 핍박받던 아르헨티나 민중에게 그는 정신적 지도자였다.

에바와 동갑내기 두 여배우 캐스팅돼

뮤지컬 <에비타>는 캐스팅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주인공 역에는 에바와 동갑내기인 배해선과 김선영이 더블 캐스팅됐고, 체(체 게바라) 역에 남경주, 페론 역에 송영창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선정됐다.

물론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제 이름값을 해냈다. 배해선(외형적으로 더 서구적인, 또 다른 느낌의 가창력을 지닌 김선영 에바도 무척 궁금하다)은 암네리스(아이다)의 화려함에 까미유(까미유 끌로델)의 열정을 더해 노련하면서도 요염하게, 야무지게 연기했다. 더구나 저음과 고음을 막무가내로 오르내리는 노래도 특유의 가창력으로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극 중 해설자이자 에바를 비판하는 역할을 맡은 체 역의 남경주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시니컬한 몸짓이나 말투, 표정이 역시 남다르다. 장면마다 달라지는 눈빛이며 작은 손짓, 입꼬리의 움직임마저 모두가 살아있는 연기다. 저 작은 체구의 남자는 뮤지컬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사서 걱정까지 해봤다.

송영창은 뮤지컬 배우로서 어느 정도라고 가늠하지는 않겠다. 다만, TV 드라마에서 봤을 때보다는 훨씬 호소력 있고 중후했다. 그리고 가창력도 예상 외로 좋았다.

에바 역의 배해선


열정의 탱고

뮤지컬 <에비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탱고’일 것이다. 남미의 열정과 관능이 그대로 전달되는 탱고는 극 중 내내 이어진다. 파티 장면에서는 물론 에바의 장례식장에서도. 또한, 모든 배우가 탱고를 춘다. 에바도 페론도. 비록 멋은 제대로 살리지 못했지만(어디 춤이라는 것이 몇 달 배운다고 그 멋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다던가!) 배우들의 노력은 가상하다. 그리고 그러한 객석의 마음을 읽은 듯이 탱고 장면에서는 팔다리 긴 정통파 외국인들이 무대에 나선다. 매혹적인 눈매, 도도한 턱선, 휘감는 다리 등이 어찌나 멋지던지 에바 다음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에비타> 국내 초연, 반응은…

에바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뮤지컬 <에비타>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와 팀 라이스(작사)의 합작으로 지난 1978년 영국 무대에 올려진 뒤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은 듯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에바라는 인물이 아르헨티나의 시대사와 엮여 있는 만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정보 제공과 인식의 상호작용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지만, 때로는 아는 만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작품도 있다.

또한, 모든 대사의 90% 이상이 노래로 이뤄지는 데 비해, 멜로디가 쉽지 않고 가사 전달력도 떨어진다. 뮤지컬 <에비타>의 중심은 화려한 무대 연출이나 감동적인 스토리보다 ‘음악’ 자체에 있다. 그러나 음악이 ‘한국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데 비해, 배우들은 한국 토종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더불어 ‘결정타’를 주문해본다. 무대는 에바의 일대기를 따라 쉼 없이 움직이지만, 객석에서 다소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강약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무대 위 배우와 함께 눈물을 흘릴 결정타가 없기 때문이다.

체 역의 남경주


사실 필자는 혼자서 재밌게 잘 보고 돌아왔다. 살짝 눈시울도 적셨다. 그래서 부정적 모드로 흘러가는 여론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생각보다 팬들의 불평이 많은 이유는 <에비타>가 세계적인 작품인 만큼 그 기대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미리 본 사람들(만족하지 못했던)은 아쉽지만, 국내 초연이고 내년 1월까지 무대에 오르는 만큼 날마다 좀 더 치밀해지는, 그래서 분명 처음보다 나아지는 <에비타>를 함께 기대해 보자.

뮤지컬 <에비타>
2006년 11월 17일 ~ 2007년 1월 31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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