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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배우들의 베테랑 코믹 연기, 뮤지컬 <듀엣>

<듀엣>은 잘 나가는 작곡가 버논과 풋내기 작사가 소냐가 만나 서로 하나의 노래를 부르기까지, 그렇게 사랑이 싹트기까지를 코믹하게 다룬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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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화를 고를 때 감독이 누군지를 살피는 사람들이 많은데, 때로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찜’하기도 한다. 이 배우가 고른 영화라면 작품성이든 재미든, 그리고 연기까지 믿을 만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보다는 지갑을 훨씬 크게 열어야 하는 뮤지컬은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뮤지컬은 대중에게 주어진 정보 자체(또는 정보를 찾으려는 대중의 의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비교 분석이 가능한 요소로 ‘배우’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뮤지컬 <듀엣>은 ‘최정원’과 ‘성기윤’이라는 굵직한 두 배우 덕택에 카드를 긁기까지의 망설임이 많이 줄어든다.

뮤지컬 <듀엣>은…

<듀엣>은 잘 나가는 작곡가 버논과 풋내기 작사가 소냐가 만나 서로 하나의 노래를 부르기까지, 그렇게 사랑이 싹트기까지를 코믹하게 다룬 뮤지컬이다.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데는 서툰 버논. 덤벙대는 데다 실수 연발, 결정적으로 옛 남자와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통에 보는 사람 속까지 답답하게 만들지만 사랑의 에너지만큼은 풍부한 소냐.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를 질타하기에 바쁘지만 차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감싸 안게 되는 사랑이야기다.

세계적인 희극작가 닐 사이먼 작품의 <듀엣>은,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남경주와 최정원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당시 버논의 분신으로 활약했던 성기윤이 주연을, 최정원은 초연에 이어 다시 소냐 역을 맡았다.

버논과 그의 귀여운 분신들


베테랑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듀엣>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무대에 오르는 인물은 버논과 소냐, 단둘이다. 따라서 두 배우의 연기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최정원과 성기윤의 연기는 어땠을까? 일단 두 배우는 국내 뮤지컬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입지를 다진 만큼, 두 사람의 카리스마와 내공만으로도 무대는 꽉 들어찬다.

기본 그 이상의 만족도는 역시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평소 성기윤의 튼튼한 성대와 우렁찬 성량을 좋아하지만, 그래서 무대 위 배우들이 손톱만 하게 보이는 꼭대기 자리에서도 목소리만으로 그를 알아낼 수 있음에 남모를 뿌듯함을 지니고 있지만, ‘화음’이라는 측면에서 성기윤의 음색은 역시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다>의 조세르처럼 강인한 배역이나 샘을 연기했던 <맘마미아>의 광활한 무대에서 빛을 발하던 그의 성량은 소극장 무대에서 조금은 편집적인 역할을 담아내기에는 넘친다.

최정원의 소냐는 어떤가? 흔히 최정원을 말할 때마다 따라붙는 발랄함과 에너지. 그런데 어찌하여 필자에게는 그 발랄함이 매번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다소 과장됨’은 어쩌면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갖는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그녀 정도라면 ‘자연스러운 멋’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흥겨운 멜로디가 있는 유쾌한 뮤지컬

성기윤과 최정원의 베테랑 무대


“내 노래가 들려오네, 내 노래가 들려오네~” 공연을 본지 한참 지났는데도 이 멜로디가 잊히지 않는다. 뮤지컬 <듀엣>에는 이렇게 쉽고 흥겨운 노래들이 많아, 진부하지만 모두가 벗어나지 못하고 끙끙대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함께 귀와 가슴에 쏙쏙 박힌다.

또 무대에는 버논과 소냐 외에 주요 장면마다 이 생각 저 생각 머리를 굴리는 그들의 분신이 3명씩 등장하는데, 특히 머리를 뽀글뽀글 볶은 버논의 분신들은 귀여운 몸짓과 표정, 의외의 발상으로 객석의 사랑을 가득 받았다.

뮤지컬 <듀엣>은 전반적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앞서 말한 개인적 취향에 다소 어긋나는 부분도 있지만, 누군가 표를 끊어 보여주겠다고 하면 두말없이 다시 가서 볼 것이다(세상에는 공짜로 보여준다고 해도 보고 싶지 않은 공연도 있다). 한 번 더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사랑’이라는 주제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도 다른 것이니까.

결국 진정한 듀엣이 될 거면서 몇 번이나 어긋났던 이들의 사랑을 보며, 세상의 그 많은 힘겨운 사랑을 생각하며 언젠가 명동성당에서 들었던 기도문을 떠올려본다. “신이시여, 부디 평탄한 지름길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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