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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의 명작 모음, 김종서 콘서트

‘Starry night'에 이어 '지금은 알 수 없어’, ‘남겨진 독백’이 흐르면서 다소 불안했던 김종서의 목 상태도, 조금은 어색했던 객석의 움직임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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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올리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옥타브와 함께, 예전 ‘몰래카메라’라는 코너에서 미용실에 강도가 든 줄 알고 스트레이트 판을 머리에 길게 붙인 채 바닥에 납작 엎드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요즘 TV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다소 어눌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는 엄연히 우리나라 대표 Rocker가 아니던가? 긴 생머리(이제는 단발..^^), 여린 몸매, 다소곳한 말씨. 얼핏 여자처럼 보이지만, 마이크 앞에만 서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활화산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김종서. 그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김종서 20주년 기념콘서트 - 명작
10월 22일, 성대 600주년기념관. 락 공연을 하기에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김종서와 함께 20년을 걸어온 그의 팬들도 올 스탠딩을 하기엔 관절에 무리가 따를 만큼 나이를 더한지라 푹신한 의자가 오히려 반갑다. ‘Starry night'에 이어 '지금은 알 수 없어’, ‘남겨진 독백’이 흐르면서 다소 불안했던 김종서의 목 상태도, 조금은 어색했던 객석의 움직임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김종서는 데뷔한 지 20년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이부터 계산하는데 본인은 걸음마 시작하면서부터 노래했기 때문에 나이는 많지 않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 특유의 억지를 부린다(^^).

요즘은 공연마다 특이한 볼거리가 많은지라, 또 그만큼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진지라, 콘서트를 준비하는 가수 입장에서는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닐 것 같다. 이번에 김종서가 고른 특별 무대는 무엇일까? 바로 ‘라이브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는 무대다.

무대에서는 두 남녀 배우가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또다시 헤어지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김종서는 각 scene의 주요 장면에서 그에 맞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물론 훨씬 감정이입이 쉽다. 특히 여 주인공이 숨지고 남자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에서 ‘에필로그’와 ‘난 다시 사는 거야’가 이어질 때는 배우들의 열띤 연기에 김종서의 절규가 더해져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날카로운 내지름에 락커 김종서의 본 모습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대한민국 대표 락커 김종서

또 다른 특별무대는 20년을 함께 활동해온 동료 가수들을 만나보는 자리다. 이름하야 ‘김종서의 러브레터’. 들국화, 김건모, 서태지, 신해철 등 그야말로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가수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영상을 통해 가수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김종서의 부연 설명과 행동을 듣고 보는 게 또 재미다. 심신을 얘기할 때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쌍권총 춤을 추더니, 신승훈은 성대모사까지 해 보인다. 그리고 이승철은 지금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대단한 가수라고 생각하지만, 처음에는 ‘쏘오리 내에지마’와 같은 끄는 창법(이것도 직접 불러보였다)과 ‘ㅍ’을 ‘/f/'로 발음(하하~ 정말 그렇다!)하는 게 거슬러서 싫어했노라고. - 이승철 입장에서는 김종서의 발음과 음이 뭉개지는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을 트집 잡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승환. 이승환도 처음에는 락 밴드에서 활동했는데 머릿결 안 좋은 싸구려 가발을 썼노라고, 아마 그의 팬들도 모를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더니 어느새 무대 위에 김종서와 이승환이 나란히 올라 Queen의 ‘Don't stop me now'를 부르고 있다. 어차피 두 사람의 팬 연령층이 같지 않겠는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은 기쁨에 객석에서는 자진 스탠딩으로 보답한다. “김종서 씨 데뷔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는 이승환은 “우리가 친구라는 걸 말해도 돼?”라는 둥, “우리가 편승엽이랑 나이가 같다는 걸 말해도 돼??” 등등, 김종서의 나이를 암시함과 동시에 자신이 동안임을 강조하는 특유의 얄궂은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찢어진 청바지가 여전히 잘 어울린다
마지막은 이제 ‘달리는 무대’다. ‘세상 밖으로’를 시작으로 ‘Corea', '플라스틱 신드롬’이 이어지자, 팬들도 부실한 관절을 잊고 모두 일어나 헤드뱅잉에 점프로 지난날을 되짚어본다. '10 minutes' 락 버전, 데프콘과 함께하는 ‘교실이데아’, 불멸의 히트 곡 ‘아름다운 구속’과 ‘대답 없는 너’에 이어, ‘그래도 이제는’과 ‘추락천사’, ‘겨울비’ 등으로 벅차게 달아오른 앙코르무대까지, 삶의 순간순간을 함께 했던 그의 노래들은 정말 ‘명작’이 아닐 수 없다.

노래는 추억을 담고 있다. 지난날 들었던 노래에는 그 시절의 나와,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김종서 노래에 혼란의 사춘기를 기댔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름다운 구속’을 들으며 사랑을 노래했을 것이며, ‘절대사랑’을 들으며 이별의 쓰린 상처를 달래고, ‘starry night'으로 새로운 사랑에 설렜을지 모른다. 문득 사람에게는 평생에 걸쳐 수많은 추억이 쌓이기에, 세상에 이렇게도 많은 노래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추억을 보듬을 수 있는 노래들이 바로 ‘명곡’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공연장을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비’를 흥얼거리며 그 시절을 떠올려 본다. 크~ 아무래도 술 한 잔 해야겠다..^^


김종서 20주년 기념콘서트 - 명작
2006년 10월 20일 ~ 22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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