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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역사물', 로마인 이야기

미국의 케이블 방송 HBO와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공동으로 제작한 후 국내의 모 케이블 방송에서도 소개되기는 했지만, <롬 시즌1>은 한번쯤은 DVD로 꼭 접해볼 만한 시리즈물이다. 일단 이 DVD는 ‘무삭제 무암전’ 으로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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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들의 로마인 이야기

 

 5장의 <롬 시즌1> DVD(이 시리즈의 DVD 출시본은 6장 짜리 특별판과 5장 짜리 일반판으로 출시되었으며 두 버전의 차이점은 포장과 서플먼트 디스크의 수록 여부다. 이 DVD를 다 보고 이상하게도 이학인 원작의 만화 『창천항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창천항로』야 나관중의 역사 소설 『삼국지 연의』와 정사 『삼국지』를 조조의 관점에서 전개하는 역사 만화고 <롬 시즌1>은 케이사르(=시저)가 급부상했다가 암살당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엄연히 다른 시공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가감 없는 잔혹한 묘사와 성애 묘사를 포함하는 동시에 이중적인 권력과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인 역사물’의 면모를 보여준다.  


 미국의 케이블 방송 HBO와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공동으로 제작한 후 국내의 모 케이블 방송에서도 소개되기는 했지만, <롬 시즌1>은 한번쯤은 DVD로 꼭 접해볼 만한 시리즈물이다. 일단 이 DVD는 ‘무삭제 무암전’ 으로 출시되었다. 국내 방송의 표현 수위를 감안하여 ‘TV 시리즈의 표현 수위가 높아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라고 생각했다면 적어도 <롬 시즌1>에 관해서는 오산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가령 에피소드 11에 담긴 검투 장면에서는 사지 절단의 꽤 하드코어적인 장면이 잔혹하게 묘사되며, 아주 자극적인 성애 묘사는 제어되어 있기는 하지만 배우들의 헤어 누드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 이 시리즈물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국내 케이블 TV의 방영 당시에는 이런 장면들은 암전 처리 또는 삭제될 수 밖에 없었다.

 

에피소드 1 : 갈리아에서의 전투 장면으로 시작해 케이사르 등의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에피소드 2 : 주인공인 보레누스와 풀로는 긴 원정 끝에 잠시 로마로 돌아오고 케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연대는 위기를 맞이한다.

에피소드 3 : 공화정 내부에서는 케이사르에 대해 귀족 세력들이 반기를 들고 폼페이우스는 갈등한다..

 

물론 <롬 시즌1>의 가치는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들로 국한되지 않는다. 한 때 서점가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로마’ 붐을 일으킨 적이 있기는 하지만 <롬 시즌1>은 추상적인 활자 매체가 담아낼 수 없는 실제 로마인들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과 고증에 근거한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시청자를 실제 로마에 데려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훌륭한 역사 드라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시리즈는 ‘시즌 2’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하는데, 시즌 1의 제작비는 무려 1억불에 이르렀으며 그에 비하면 시청률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롬 시즌1>은 상당한 제작비가 말해주듯 이탈리아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했고 로마사의 전문 사가들의 조언을 받아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현대의 우리들과는 또 다른 가치관과 도덕관을 지닌 당시의 로마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선보인다.


 대규모의 미국산 TV 시리즈물처럼 와이드 화면으로 촬영된 <롬 시즌1>은 TV물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미장센 자체가 대형 사극 영화(Epic Films)들의 그것에 비하면 그다지 흥미롭다고 말할 수 없지만 긴 상영시간에 버금가는 밀도 높은 드라마 전개와 캐릭터 묘사로 흥미진진하게 감상할만하다. 개인적으로 필자 역시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 타이틀의 흥미로운 드라마 전개에 빠져들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 <롬 시즌1>은 과거에 만들어진 대형 사극 영화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는다. 5,60년대에 만들어진 대형 사극 영화들이 주로 성서나 위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것과 달리 <롬 시즌1>은 당시 평민 계급에 해당하는 보레누스와 풀로라는 두 남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설정하고 시저, 폼페이우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옥타비아누스, 키케로, 카토, 브루터스 등의 역사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한 축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긴 상영 시간에 걸맞는 복선을 깔아 놓고 숨겨진 비밀과 음모들이 우연과 필연이 결합되면서 밝혀지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가령 이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는 시저의 갈리아(현재의 프랑스 지방) 침공으로 출발하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시저의 암살로 끝난다. 동시에 이 시리즈의 초반부에서 오랜 갈리아 원정에서 돌아온 보레누스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통정하여 낳은 아이의 존재를 모르지만,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롬 시즌1>의 탁월한 점은 시리즈가 설정하고 있는 두 세계 즉 시저, 안토니우스 등이 머물고 있는 귀족 세계 또는 알려진 역사의 시,공간과 (역사서에서 시저가 언급한 유일한 평민들이었다는) 보레누스와 풀로가 머무는 평민/서민 세계 또는 픽션의 시,공간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에피소드 4 : 케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본격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에피소드 5 : 상인이 되려 한 보레누스는 실패하고 다시 케이사르 휘하의 직업 군인이 된다. 

에피소드 6 : 케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전투를 벌이고 보레누스와 풀로는 난파를 당한다.

 

 보레누스와 풀로는 시저의 5군단 소속의 군인으로 출발해 시저의 로마 귀환과 함께 다시 평민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둘은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갖가지 일들을 경험해 나간다. 보레누스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저의 중용을 받아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행정관을 거쳐 원로원에까지 진출하게 되고 풀로는 암흑가(!)의 킬러로서의 삶을 거쳐 검투장에서 사형을 선고받게 되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인생유전은 당대 로마인의 삶과 깊게 결부되어 있게 묘사된다. 이런 점에서 <롬 시즌1>에서 재미있는 점은 당시의 로마인들과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유사한 고민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보레누스가 가정으로 귀환한 뒤 가장 고민하는 점은 바로 경제적 문제다. 약탈을 당연시 여겼던 당시의 로마인들처럼 보레누스는 노예들을 통해 종자돈을 모으려고 하지만 노예들이 죽게 되면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그에 따라 가정 불화도 늘어난다. 반면 그가 시저의 호의를 받아들이게 되고 경제적으로 부유함을 누리게 되자 가정 역시 안정된다.


 <롬 시즌1>은 이처럼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점을 공유하는 보통 사람의 입장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에 배치한다. 그들은 당대인들처럼 살인, 강간 등의 죄악을 범하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냄새를 풍긴다. 이 시리즈에서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대의 권력자들이다. 정치적 술수에 능하고 뇌물을 잘 쓰는 시저는 타고난 전략가다. 그는 권력을 위해 오랜 연인을 깨끗이 배신한다. 대신 그는 여론의 흐름을 읽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토니우스는 성(性)과 폭력 욕구를 해소하는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무자비한 남자고 시즌1에서 소년인 옥타비아누스는 점점 냉혹한 엘리트 정치가로 성장해 간다. 긴 상영시간 만큼이나 이들은 정치적이며 인성적인 차원에서 눈에 띄게 변해 간다. 그들 사이에는 외도와 동성애, 근친상간 등의 관계가 복잡하게 이어지고 이런 관계들은 각각의 은원 관계를 형성하면서 긴 에피소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에피소드 7 : 보레누스와 풀로는 폼페이우스를 잡았다가 놓아주지만 그는 이집트에 도착하자마자 죽임을 당한다.

에피소드 8 : 케이사르는 이집트로 오고 클레오파트라와 특별한 동맹 관계를 맺게 된다.

에피소드 9 : 케이사르의 버려진 여인 세빌리아는 복수심을 품고 있다가 거리에서 린치를 당한다.


 이렇듯 <롬 시즌1>은 철저히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고대 정치 드라마’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 시리즈는 예상과 달리 첫 번째 에피소드의 갈리아인들과의 전투 장면과 11번째 에피소드의 강렬한 검투장 장면을 제외하면 전투 시퀀스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우리 나라의 역사극들의 수많은 액션 장면들에 비하자면 더더욱....) 예를 들면 폼페이우스와 케이사르의 마지막 결전은 전쟁 시작 전과 후의 모습만으로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스펙터클의 요소들 대신에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드라마 구성에 많은 힘을 쏟으면서 매우 볼만한 시리즈로 탄생되었다. 만약 당신이 ‘로마’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롬 시즌1>은 매우 즐겁게 감상할 만한 시리즈 DVD다.  ★★★★

 


 

                                      <롬>의 디스크 1 메뉴

에피소드 10 : 마침내 케이사르는 황제에 임명되고 보레누스 역시 권력을 얻게된다.

에피소드 11 : 상심한 풀로는 살인범이 되고, 검투장에 끌려가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에피소드 12 : 케이사르는 결국 암살 당하고 보레누스는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어 비탄에 잠긴다.

 

 필름으로 촬영되어 HD 트랜스퍼를 거쳐 완성된 영상은 기본적으로 높은 해상도를 선보이고 있다. 필연적으로 조도가 높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칙칙한 느낌은 있지만 암부의 표현력은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일반 극영화에 비해 화려함이 돋보이는 편은 아니지만 안정된 구현력을 갖춘 영상은 1.78:1 비율의 아나몰픽 영상으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

                                       <롬> 디스크 1의 언어 메뉴  

 

 영어와 스페인어를 지원하는 사운드 트랙은, 소수의 스펙터클 장면에서 제대로 된 위력을 선보이고 있다. 에피소드1의 전투 장면, 에피소드 10의 황제 임명 장면, 에피소드 11의 검투 장면에서는 묵직한 음향이 꽤 훌륭하게 선보이고 있다. 그 외의 장면들은 드라마성이 강한 작품답게 안정적인 대사 표현을 중점으로 한 깔끔한 표현력을 선보이고 있다. ★★★

 

                                     <롬> 디스크 1의 스페셜 피쳐 메뉴

 

 

                                               All Roads Lead to Rome

 

이 컬렉션의 가장 핵심적인 서플먼트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이 시리즈의 역사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조나단 스탬프의 조언을 받아 제공되는 텍스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옵션을 선택해 본편을 감상하면 곳곳에서 로마 시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판에는 영문으로 되어 있는 이 메뉴에 대한 우리말 해설이 수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을 준다. 아쉬운 사람들이라면 이 DVD의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홈페이지(www.whv.co.kr)에 가면 이 메뉴의 한글 해설판을 다운 받아 볼 수 있다. 

 

 

                                                  음성 해설

 

 각 에피소드에는 제작에 참여하거나 출연한 사람들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총 12편의 에피소드 중 8편의 에피소드에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메이킹 필름

 

 5장 짜리 일반판에는 총 세 개의 메이킹 필름이 수록되어 있다. 디스크 1에 수록된 '친구여, 로마인이여, 동포여(Friends, Romans, Countrymen)은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는 메뉴다. 시리즈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디스크 4에 수록된 '장면속으로 : 카이사르의 승리(Shot X Shot : Ceasar's Triumph)'는 에피소드 10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스펙터클 장면인 카이사르의  황제 임명식 장면의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스크 5에 수록된 '장면속으로 : 검투사 편(Shot X Shot :Gladiator-A Closer Look at the Thrilling)' 역시 신체 절단의 이미지가 포함된 에피소드 11의 검투장 장면의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롬 시즌1>일반판의 서플먼트는 방대하다고 할 수 는 없어도 무척 알찬 편이다. 한정판에는 별도의 서플먼트 디스크가 수록되어 있어 좀 더 많은 내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판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니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잘 선택해야할 듯. ★★★★

  

 

『롬 시즌1』

 

    감독 : 마이클 앱티드 외

    주연 : 케빈 맥키드, 레이 스테븐손, 폴리 워커, 시아란 하인즈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78:1
    음향 Dolby Digital 5.1 & 2.0

    더빙 영어, 스페인어

    자막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포루투갈어

                                         상영시간 720분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6년
                                         출시일자 2006-09-21

Special Feature

 

All Roads Lead to Rome

 –  Friends, Romans, Countrymen (11:01)

 - Shot X Shot "Caesar's Triunph' (22:50)

 - Shot X Shot "Gladiator"(23:00)

  - 음성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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