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핵심은 사색이다!
딱히 전문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글을 써야할 때가 자주 있다. 특히 인터넷이 생활의 중심권역으로 들어온 뒤 글쓰기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딱히 전문 글쟁이가 아니더라도 글을 써야할 때가 자주 있다. 특히 인터넷이 생활의 중심권역으로 들어온 뒤 글쓰기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글이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생각만큼 쉽게 써지지 않을뿐더러 막상 심각하게 고민해서 써놓고 보면 도처에서 비문이나 어색한 표현들이 속속 발견돼 쓴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곤 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올린 개인적인 글인 경우에야 시비할 게 없지만 어딘가로 보낸 원고에서 그런 오점이 발견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매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곧바로 기고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이곳에 칼럼을 쓰고 있는 나는 이제 막 글쟁이로서의 데뷔전을 치루고 있는 셈이다. 하여 매주 독자칼럼을 쓰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다 쓴 원고도 곧바로 보내는 일이 없다. 교정에 교정을 거듭한 끝에 보낸다. 그런데도, 막상 사이트에 떠 있는 내 글을 읽다보면 이내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 된다. 송고할 때는 보이지 않던 비문들이 도처에 똬리를 틀고 앉아 비웃고 있으니 말이다. 그럴 땐 참으로 난감해진다. 고쳐달라고 편집자를 귀찮게 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변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시간 없어서... 조금만 더 만졌으면...”
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그런 변명을 해봤을 성싶다. 그렇기로, 원고를 받은 사람이나 그 글을 읽은 사람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일테면 시간을 더 줄 테니 글의 완성도를 높이라거나, 결국은 그게 당신의 실력이 아니겠냐고 다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애초 합의하에 정했던 원고마감일, 바로 그때까지, 그 정도 수준의 원고를 건넬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더 준다한들 더 좋은 원고를 생산해낼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글과 글쓰기에 대한 기본 소양과 공부일 테니 말이다.
근래 마침 글쓰기 관련서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개중엔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글쓰기 관련 책들을 죄다 섭렵한다고 해서 글쓰기가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글쓰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며, 그 이해를 전제로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두 권의 책은 모두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우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간한 『글쓰기의 힘 : 디지털시대의 생존전략』은 인터넷 시대에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글쓰기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책이어서 대단히 유익하게 읽힌다.
내용 중 송병선 교수가 소개한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라는 카뮈의 말과 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보르헤스의 ‘결정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둘 만한 문장들이다.
『쇼펜하우어 문장론』은 글쓰기의 의미나 방법론에 관한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 전에 수행해야 할 사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쇼펜하우어는 글쓰기의 유형을 ‘생각하지 않고 쓰는 유형’, ‘쓰기 위해 생각하는 유형’, ‘쓰기 전에 모든 사색을 끝내는 유형’ 등 3가지로 구분한 뒤 가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색이 선행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생각하지 않고 쓰는 것은 제대로 된 글이 될 리 없으니 재론의 여지가 없으며, 쓰기 위해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라는 것이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사색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하물며 독서조차 해악이 될 수 있다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아무리 그 수가 많더라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장서의 효용가치는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그 수는 적더라도 완벽하게 정리해놓은 장서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사상을 만들어내는 건 다독이 아니라 숙독이며, 또한 독서를 통해 받아들인 타인의 사상을 자신의 사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랜 사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색이 곧 좋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게 쇼펜하우어의 주장이다.
“표현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문장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빈곤하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표현이 모호해지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사상적으로 불명료하기 때문이며, 작가의 사상이 불명료하다는 것은 사색의 오류, 모순, 부정에서 시작된다.”
책의 도처에 등장하는 쇼펜하우어의 ‘문장론’들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둘만한 금언들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글쓰기처럼 어려운 것은 없다.’, ‘소박한 기풍과 정직한 글쓰기야말로 글쓴이에 대한 가장 훌륭한 찬사이다.’, ‘읽기 쉽고 정확한 문체를 위해서는 주장하고 싶은 사상을 소유해야 한다.’, ‘간결한 문체와 적확한 표현은 좋은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등등.
『글쓰기의 힘 : 디지털시대의 생존전략』과 『쇼펜하우어 문장론』은 각각 글쓰기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글쓰기에 앞서 수행해야 할 사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쇼펜하우어 문장론』은 그간 충분한 사색이나 체계적 정리 없이 맹목적으로 다독, 다작에만 열을 올려왔던 그릇된 습관을 바로잡을 계기를 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