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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가 누구냐, 대체 어떤 여자냐?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는 ‘조회수’라는 여성은 냉정하고 쌀쌀맞기로 유명하다. 끊임없이 기업과 각 컨텐츠의 목줄을 죄는 이 절대자에게 왠만한 아부와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조회수’의 환심을 사려면 오로지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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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들의 삶을 지배하는 건 여왕벌이다. 과거 인간사회 역시 모계중심 사회였다. 그 흔적이 지금껏 남아있는 걸까.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영광은 빅토리아 여왕과 함께했다. 나폴레옹은 세계정복을 꿈꾸었지만 그를 지배한 건 왕비 조세핀이었다. 이쯤 되면, 여성의 힘과 위대함이 실감된다. 더욱이 21세기의 화두는 단연 페미니즘이다.

현대 학문의 꽃은 통계학이다. 모든 것은 통계로 도출된다. 『세계를 삼킨 숫자 이야기』(I.B.코언 지음/생각의 나무 간)에 의하면 통계학의 기초가 성립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통계학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책은 “통계는 어떻게 현대의 일상을 만들어왔는가”라는 명제에 대한 해답을 위해 다양한 수학사의 사건들과 사회적 숫자들의 운명을 거론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의 시대다. 인터넷 시대,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는 이는 누구인가? 다소 황당한 이 질문의 답 역시 ‘조회수’라는 이름의 ‘통계학적 여성’이다. 물론 조회수가 모든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즉 네티즌의 반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말이다.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는 ‘조회수’라는 여성은 냉정하고 쌀쌀맞기로 유명하다. 끊임없이 기업과 각 컨텐츠의 목줄을 죄는 이 절대자에게 왠만한 아부와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조회수’의 환심을 사려면 오로지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자기희생적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인터넷 세상의 지배자 조회수,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 우선 그녀의 가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녀의 가족은 비교적 단출하다. 일찍이 인터넷 업계에서 확고한 권력기반을 형성했던 ‘회원수’가 그녀의 조상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회원수의 권위가 실추되기 시작했고, 그 뒤를 그녀와 그녀의 오빠 ‘방문자수’가 잇게 되었다. 더불어 ‘덧글’과 ‘댓글’이라는 쌍둥이동생들도 서서히 권력의 한 축을 형성해 가고 있다.

그들 가족 간의 권력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업계 전문가의 증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홈페이지 ‘itmembers.net'을 운영하고 있는 손병목씨(2004년 9월 랭키닷컴 선정 개인홈페이지 부문 1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터넷 사업 초창기엔 각 사이트들이 회원수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회원수보다는 ‘페이지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인터넷 기업들이 방문자수에 주목한다면 각 사이트의 개별 컨텐츠나 아이템들은 조회수 혹은 댓글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입니다.”

인터넷의 지배자 ‘조회수’에게 - 세계 최초로 - 성(性) 정체성을 부여해준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다. 삼성야구단 김응룡 사장(전 삼성감독)이 장본인인데 놀라운 건 그가 완전 컴맹이라는 사실이다. 사정인즉, 올 시즌 한국시리즈를 거머쥔 삼성 야구단이 김 사장을 필두로 언론사 순례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한 기자가 선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 자 : (선수들에게) “요즘도 팬레터 많이 받나?”
선 수 : “요즘은 팬레터보다 조회수로 인기를 판가름해요.”
김응룡 : (갑자기 끼어들며) “조회수? 그게 누구냐, 대체 어떤 여자냐?”

앞서 말했듯, 조회수와 더불어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건 그녀의 오빠 ‘방문자수’다. 그러나 점차 인터넷 기반 사업 아이템들이 다양해지고 네티즌들의 기호와 반응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통계와 증거를 중요시하면서 권력은 서서히 조회수와 댓글(혹은 덧글)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기업, 언론, 심지어 개인들에게 조회수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창안, 개발, 생산한들 그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 적거나 아예 없다면 완전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로 뭔가를 생산, 창조하고 그것을 시장에 내놓는 사람(혹은 기업)이 세인의 반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업종이나 아이템을 막론하고 그저 뭔가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사람들 모두가 대중의 반응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볼 수 있다.

출판계, 심지어 작가도 예외일 수는 없다. 출판사 ‘생각의 나무’에 근무하는 편집자 조성웅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을 낸 저자나 역자들의 경우 판매율이나 판매권수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인세보고와 상관없이 출판사로 종종 확인전화를 하곤 합니다.”

한편, 조회수와 함께 다크호스로 등장한 ‘댓글’의 활약도 눈이 부실 정도다. 모 인터넷언론사에서는 ‘댓글뉴스’를 신설, 여론읽기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조차 조기숙 홍보수석의 공개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네티즌의 댓글은 고스란히 책의 내용이 되기도 한다. 일본작가 나카노 히토리가 쓴 『전차남』이라는 연애소설은 네티즌의 댓글을 고스란히 소설의 주된 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예스24’ 등의 인터넷서점에 올라오는 댓글 성격의 ‘독자서평’은 책홍보의 주요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며, 이제 책의 퀄리티와 가치를 평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가늠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 일화 역시 세인의 반응에 대한 저자의 강박적 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외딴 섬에 유배된 채 출판사에 『레 미제라블』 원고를 보냈던 빅토르 위고가 책에 대한 평판이 궁금해 출판사에 달랑 ‘?’를 그려놓은 편지를 보내자 출판사에서 ‘!’로 답했다는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화가 된지 오래다.

한편, ‘조회수’가 곧 돈과 직결되는 경우도 있다. ‘오버추어(overture)사’의 광고가 바로 그런 경우다. 웹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유명 검색 엔진에 등록하고 싶어 대기하고 있는 웹사이트가 크게 증가하면서 검색 엔진과 포털에서는 사이트를 우선적으로 등록해주거나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위치하게 해주는 대가로 일정 비용을 받고 있다. 그것이 바로 ‘조회수’를 기준으로 광고료를 지불하는 방식인 종량제 ‘검색광고’다.

여기서 ‘리눅스’ 운영체제의 최초 개발자, 리누스 토르발즈의 『리눅스*JUST FOR FU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토르발즈는 세상의 모든 것들(제도나 상품 등)은 3단계의 과정을 거쳐 필연적으로 ‘유희’를 추구하게 마련이라고 설파한다. 인터넷 역시 1단계(생존)와 2단계(사회구조화, 대중화)를 거쳐 3단계(유희)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네티즌 혹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컨텐츠는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그 관심과 반응에 대한 통계의 표상인 ‘조회수’야 말로 인터넷 시대의 절대 권력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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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삼킨 숫자 이야기

<I.B. 코언>저/<김명남> 역9,9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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