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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마술로 되살아난 댄스 뮤지컬 <가위손>

내한 공연을 앞두고 올 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뮤지컬이 있다. 바로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댄스 뮤지컬 <가위손>!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이 매튜 본의 손을 거치면 어떻게 변화될까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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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공연을 앞두고 올 초부터 관심을 모았던 뮤지컬이 있다. 바로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댄스 뮤지컬 <가위손>!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이 매튜 본의 손을 거치면 어떻게 변화될까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그 기대는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옮겨져 모두에게 환희와 감동으로 되돌아왔다.

댄스 뮤지컬 <가위손>, 춤으로 모든 것을 말하다!

스토리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이한 외모에 창백한 얼굴, 날카로운 가위손을 가진 인조인간 에드워드와 소녀 킴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에는 있는 것이 없고, 영화에는 없는 것이 생겨났다. 일단 뮤지컬 <가위손>에서는 한마디의 말도 들을 수 없다. 대사가 없는 것이다. 반면 ‘댄스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춤과 변화무쌍한 동작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탄생 스토리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외국 배우들의 훌륭한 신체 조건은 빛을 발한다. 각종 ‘춤’이라는 것을 춰본 사람들은 한번쯤 뼈저리게 느껴봤겠지만 같은 동작을 해도 긴 팔다리의 표현력은 짧은 팔다리의 피나는 노력을 훨씬 능가한다. 모양새가 나는 것이다. 특히 말이 아닌 몸만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하는 공연이기에 기계처럼 정확하면서도 화려한 군무(群舞)는 더욱 돋보였다. 한 예로 핸들만 들고 나와 자동차 타는 모습을 그려낸 부분에서는 배우들이 자로 잰 듯 일정한 각도로 앞으로 쏠리고 옆으로 기울면서 실제로 운전하는 차 안에 있는 듯한 연기를 선보여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춤사위

춤을 추기 위해서는 음악이 있어야 할 터. 원작에서의 기본 테마곡과 함께 여러 춤사위의 배경이 되는 음악들이 쉴 새 없이 흐른다. 게다가 이번 무대에서 음악은 말을 대신해 상황 전환과 여러 미묘한 심리까지 천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마을의 여인이 에드워드를 유혹하는 장면에서는 끈적끈적하면서도 농염한 분위기, 잡힐 듯 다시 빠져나가는 안타까운 마음이 상황에 맞게 시시각각 소리를 달리하는 음악에 그대로 묻어나 우습기도 하고 참으로 안타깝기까지 했다.

뮤지컬 <가위손>, 눈 떼기 힘든 환상의 무대!

얼음조각하는 에드워드 - 실제로 얼음이 마구 튄다
뮤지컬 <가위손>의 일등 공신은 역시 ‘무대 연출’이다. 그 어느 무대보다 예쁘고 아름답고 특이하며 다양하다. 우선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커튼에는 짧은 소개 글이 자막으로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활자들이 만화 영화에서처럼 하나하나 떠올랐다 사라진다. 막이 열리면서부터는 그야말로 동화 속이다. 에드워드가 가위손으로 다듬어 놓은 각양의 나무가 있고, 달이 반쯤 걸린 산도 있으며,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도 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무대 세트는 역시 마을 정경! 뮤지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집들이 대단히 육중한 반면, 이 마을은 소꿉놀이를 하는 듯 아기자기 하다. 각각의 집은 사람에 비해 실제 크기를 크게 줄이고 입체감을 줄여 평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창문이며 출입문, 차고에 잔디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같은 집들은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이 직접 드나들면서 사실감을 더한다. 물론 킴을 조각한 얼음상과, 무대 위는 물론 객석까지 흩날리는 눈송이, 동물 모양 정원수들이 춤추는 장면도 볼거리다.

색다른 색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영화를 봐도 외국 영화에서는 국내 영화에서 담아낼 수 없는 좀더 따사롭고 뽀얀 무엇인가가 있는데, 이번 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에드워드를 비롯해 각 출연진들의 독특한 캐릭터에 맞춘 화려한 의상과 분장은 물론, 켜켜이 쌓인 파스텔 톤 미니 마을에서도 국내 뮤지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사랑스럽고 색다른 색감을 발견할 수 있다.

동화속 집들이 무대로 - 실제 크기는 사람키만 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

매튜 본이라는 보증수표와 그에 걸맞은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었다. 무엇보다 클라이맥스가 없다. 크게 웃을 요소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참을 부분도 없다. 영화 <가위손>에 눈과 귀로 보고 들으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뭉클한 무엇이 있었다면 뮤지컬에서는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해,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모든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연기와 동작이 돋보였지만, 가위손을 단 에드워드의 독특한 몸짓과 표정 연기는 조니 뎁(Johnny Depp)의 그것까지는 뛰어넘지 못했다.

또 무대 연출은 뛰어났지만 다소 답답함도 느껴졌다. 좁은 무대를 크게 활용한 세트와 배우들의 동선처리는 좋았으나, 바닥을 암녹색으로 처리해 전체적으로 답답하고 무거운 감이 있었다. 또 에드워드가 속한 기괴한 세계와 마을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곳을 차별화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전자에서는 조명을 비롯한 전체적인 색감도 어두워, 공연이 겨울에 무대에 올랐다면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많은 관객들이 매튜 본의 다음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뮤지컬 <가위손>이 또 한번 흥행에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매튜 본의 <가위손>은 국내 뮤지컬계에도 신선한 자극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상상을 초월하는 매튜 본의 다음 공연, 그리고 보다 나아진 국내 뮤지컬 작품을 함께 기대해 본다.

가위손 -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2006년 7월 19일 ~ 30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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