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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러 가지로 쓸모 있는 것! 클로드 부종

이와 같은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 책을 쓰고 삽화를 그리기 때문에,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에서는 여러 차원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신선하게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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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책은 정말 쓸모 있는 거야”

얼마 전에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지은 『책 먹는 여우』의 이미지가 클로드 부종의 『아름다운 책』에 살짝 겹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책 먹는 여우』 속의 여우 아저씨의 털 색깔이 에르네스트와 빅토르의 책 읽기를 방해했던 여우의 털 색깔과 똑같이 붉은 색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아름다운 책』에서 주인공 에르네스트는 책 속의 내용에서처럼 무시무시한 커다란 용을 때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생 빅토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빅토르, 꿈을 꾸는 건 좋아. 하지만 책에 나오는 걸 그대로 다 믿으면 안 돼.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지”라고요.

에르네스트의 따끔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 마녀는 어쩐지 ‘에르네스트와 빅토르가 여우의 입에 쑤셔 박은 딱딱한 제본의 그림책 때문에 『책 먹는 여우』에 등장한 여우 아저씨가 책읽기에 푹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라고 마음대로 상상하게 되는군요. 그래요. 정말이지 에르네스트의 말처럼 책은 쓸모 있는 거 맞아요. 무엇에 쓰느냐고요? 음… 이 마녀의 경우에는 첫째, 책상에 엎드려 잘 때 이용해요. 둘째, 장롱 위에 숨겨놓은 초콜릿을 꺼내기 위해 키를 높일 때 사용하지요. 셋째, ‘앵앵’하고 성가시게 구는 모기를 잡을 때도 아주 요긴하답니다. 앗, 이런! 다 들통 났네요.

책이라고는 도무지 좋아하지 않는 앨리스가 언니가 읽는 책을 슬쩍 넘겨다 보다 지루해져 분홍색 눈을 한 토끼를 따라 이상한 여행을 하듯이, 우리는 『아름다운 책』 속의 에르네스트와 빅토르 형제를 따라 그들이 읽는 책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책 읽기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구슬치기를 할 때면 덩달아 구슬치기를 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주인공들이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무심결에 “조심해”라고 소리치게 되는 것이죠. 어느새 책에 몰두하다보면, 현실에서는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독서삼매경‘에 빠지게 되고 말이지요. 책은 정말 우리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멋진 세계를 골고루 펼쳐 보여주니 정말 책 읽기만큼 신나고 유쾌한 여행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책이 흔해진 요즘 세상에서 우리는 책을 어떻게 다룰까요? 예전 마녀가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 한 권도 귀해서 닮아버린 책 귀퉁이에 테이프를 붙여서, 마녀의 동생에게, 또 동생의 동생에게 물려주곤 했는데요, 이 대목에서 소설가 장정일 씨의 신성한 책 읽기 자세가 떠오릅니다. 그 분은 책을 읽기 전에 손을 깨끗하게 비누칠해서 씻기까지 한다니, 책 속의 에르네스트가 책이라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생 빅토르에게 “안 돼! 책은 조심해서 다루는 거야!”라고 말했던 것은, 책을 신성시하는 소설가 장정일 씨가 우리에게 하는 말과 똑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책』본문 중에서


“내가 책을 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요!”

같은 마녀로서 『책 읽는 두꺼비』의 마녀가 한심해서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그래도 동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책을 요리하는 이 마녀도 이제는 점점 기억이 흐릿해져서 예전에 읽은 것도 가물가물 할 때가 많거든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두꺼비가 책을 읽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녀는 약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머리 위에 두꺼비를 얹어놓고 지겹도록 약을 달입니다. 꾸벅꾸벅 마녀의 머리 위에서 졸던 두꺼비의 끈적한 침을 섞어야 약은 비로소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마녀로서도 어쩔 수 없이 두꺼비에 의존해야만 해요.

그런데 책을 읽고만 싶은 두꺼비는 마녀 머리 위에 앉아 침을 뱉어야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기 짝이 없지요. 그래서 어느 날 도망을 쳤어요. 두꺼비의 침이 없이는 제대로 된 약을 만들 수 없는 마녀가 가만히 있을 리 없겠지요. 마녀는 조금은 야비하지만 두꺼비를 잡아들일 방법으로 두꺼비가 좋아하는 책들을 덫에 넣어 두꺼비를 잡아들입니다. 이제 마녀가 요리할 때면 꼼짝없이 마녀의 머리 위에 끈으로 묶여 있는 신세가 된 두꺼비는 늙고 기억력이 흐릿한 마녀를 비웃어요. 그런데 마녀의 약이 엉터리라는 소문이 퍼지자 마녀는 살맛이 나지를 않아요. 이 때 두꺼비가 마녀에게 말합니다. “지금껏 내가 책을 읽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고요!”

그래요. 그래서 두꺼비에게 책 읽기의 소중함을 배운 마녀는, 두꺼비가 읽어주는 책 내용대로 약을 만들고 두꺼비는 점점 더 새로운 마법의 비약 만드는 방법을 책에서 배우게 되었지요. 책 읽기의 효험에 대해 이처럼 재미나는 이야기에 매력적인 주인공(마녀)를 등장시켜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그림책이 또 있나 곰곰이 떠올려 보지만, 아무래도 『책 읽는 두꺼비』처럼 명쾌하게 일러주는 그림책은 없는 것 같네요. 음, 역시 그림책의 단골 주인공으로서 마녀에게는 남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확실해요.

만능 재주꾼 클로드 부종

가끔 보면 문자 그대로 ‘팔방미인’을 만나게 됩니다. 한 가지를 제대로 하기도 버거운데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고, 게다가 그 결과마저 멋들어진 평가를 받고 있다면, 아무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선망의 눈에 힘이 들어가 질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바로 이번 호에서 다루게 된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클로드 부종도 그 중 하나입니다. 1930년 파리에서 태어난 부종은 1972년까지 ‘앙팡틴 프레스’의 주필로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림이면 그림, 조각이면 조각, 포스터면 포스터까지 미술의 영역에 속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무대 장식과 인형극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갔으니, 가히 열정적인 천재라 할 수 있겠지요? 이와 같은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 책을 쓰고 삽화를 그리기 때문에,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에서는 여러 차원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신선하게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다소 무겁고 교훈적인 주제를 다루더라도,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아무런 부담감도 느끼지 않도록 풀어가는 것이 그의 매력입니다.

미녀가 되고 싶은 마녀

미남 미녀가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꿈일 것입니다. 하긴 제법 미녀란 소리를 듣고 살았던 저도 나이가 들고 보니, 그저 평범한 마녀일 뿐 더도 덜도 아니게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마술 수프라도 끓여서 예전의 미모를 되찾고 싶어졌어요. 이렇듯 누구나 꿈꾸는 미남 미녀의 꿈을 다룬 클로드 부종의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는 사실 저부터 꼼꼼하게 읽으며 제 헛된 욕심을 접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잡지에 실린 미녀 사진을 보고 똑같이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성형외과 의사들은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제법 눈썰미가 있는 이 마녀의 눈엔 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이란성 쌍둥이 정도가 된 듯 비슷비슷해 보이기만 합니다. ‘이왕 성형 수술까지 하려면 나름의 개성을 살려 고쳐야지…’라고 혀를 쯧쯧 차면서 요즘의 성형 만능 세태에 분노하곤 하는데요,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는 바로 이런 미인 선망의 심리가 결국 몰개성의 결과를 야기하는 모습을 풍자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의 친구이기도 한 마녀 라타투이는 어느 날 잡지에 실린 미녀를 보고 자신이 직접 마법 수프를 만들어 미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을 샅샅이 뒤져 결국 이상야릇한 수프를 만들어내지요. 그런데 마지막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라타투이의 마음을 흔들어놓았지요. 그래서 마녀는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박쥐, 고양이, 두꺼비, 쥐 등등에게 수프를 먹인 후 벽장 속에 가두어 두고, 황홀한 결과를 기다리며 달콤한 잠을 청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요? 벽장에서 나온 것은 라타투이가 기대했던 미녀들이었을까요?

하여간 이 책의 반전은 라타투이 마녀가 벽장을 열고 나온 바로 그 순간, ‘우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박장대소하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껏 라타투이에게 동일시하던 심정을 참담하게 만듭니다. 기발한 아이디어, 기발한 전개가 돋보이는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는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각자 갖고 있는 고유의 장점을 돋보이도록 하는 노력 대신에, 그저 TV 속 광고 모델처럼 되고자 하는 요즘의 ‘미인 선망’ 혹은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기발한 풍자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 아마 아이가 읽는 이 책을 아이의 어깨 너머로 보신 엄마들은 “얘, 나도 좀 보자꾸나”하면서 빼앗아 넋을 놓고 빠져들게 되실 거예요.


토끼와 여우 이야기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에는 유독 토끼와 여우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이웃사촌』, 『맛있게 드세요! 토끼 씨』, 『도둑맞은 토끼』가 모두 토끼와 여우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답니다. 우선 갈색 토끼 브랭과 회색 토끼 그리주가 티격태격하면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싸우다가 둘 중 아무 것이나 잡아먹으려 덤벼든 여우를 피해 함께 도망치다 결국 화해하게 된다는 『이웃사촌』은 ‘우정과 화해’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근 먹기가 지루해져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아보러 다니는 토끼 씨가 급기야는 여우한테까지 똑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그만 여우한테 덥석 귀를 물려서 벌벌 떨며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당근을 먹으면 떨어져나간 토끼 귀가 다시 자라난다는 이야기를 믿게 되어 열심히 당근 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반찬투정하지 않기’를 다룬 『맛있게 드세요! 토끼 씨』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뒤엎고 여우도 토끼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별난 우정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도둑맞은 토끼』입니다. 아기 토끼를 토끼 굴에서 빼내온 여우 엄마는 자신의 아기 여우에게 토끼에 관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 아기 토끼를 세워두고 귀 잡기를 가르칩니다. 엄마 여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기 여우는 토끼 귀를 손으로 잡기위해 연습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둘은 새로운 놀이에 빠져들게 되고 친해집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엄마 여우는 토끼를 보호하려는 자신의 아기 여우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훈계합니다. “잘 들어라! 내일이면 넌 이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 먹어야 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미 토끼와 친해진 아기 여우는 마음이 약해져 토끼를 풀어줍니다.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우정을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다시 엄마에게로 무사히 돌아간 아기 토끼의 마을에는 소문이 돕니다. 한밤중에 들판에 나가 보면 팔딱팔딱 뛰면서 정신없이 노는 그림자 두 개가 보인다는 소문 말이에요.

그런데 여느 그림책에서처럼 교훈적인 이야기를 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꾸려나간다면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들이 매력적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클로드 부종은 살짝 상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각도에서 우리가 귀에 못이 박도록 들어온 뻔한 교훈도, 낯설지만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토끼와 여우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은 어떤 뜻일까요?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와 소년이 친구가 되더니 클로드 부종의 『도둑맞은 토끼』에서는 토끼의 천적인 여우가 오히려 친구로 등장하니, 제법 심오하게도 느껴집니다.

행운의 상징 강철 이빨

『강철 이빨』은 할아버지 여우가 손자 여우에게 이제는 지나가버린 자신의 과거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면서 시작됩니다. 손자 여우인 르나르도가 할아버지의 하나밖에 없는 이빨의 사연을 묻자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의 무용담을 들려줍니다. 숲 속 모든 동물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번쩍이던 이빨, 한밤중에 정체를 알 수 없던 괴물과의 싸움, ‘최강 이빨 모음’의 메달을 수상하기까지의 찬란한 무용담 뒤로 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열심히 뛰고 달려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했던 용맹한 할아버지의 옛 시절을 상상하면서 르나르도는 할아버지에게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클로드 부종식의 반전이 있으니… 지금까지 다소 진중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너무나도 어이없이 그 무게를 덜어내게 됩니다. 할아버지 여우는 손자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호기를 부리다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고 마지막 남은 강철 이빨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소중한 노력 덕분에 오늘날 자신이 있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 르나르도는 할아버지의 강철 이빨을 행운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이빨’로 여기겠다며 할아버지에게 존경을 표시합니다. 마지막 장의 “그리하여 삶은 또 이어진답니다…”라는 대목에서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삶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 때 강철 이빨 챔피언이었던 젊은이가 가장이 되고 물렁한 바나나를 먹다 이빨이 빠질 정도로 노약해졌을 때, 그를 지켜주는 것은 자신을 진정으로 존경해주는 손자 르나르도입니다. 우리도 가끔은 할아버지의 옛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뿌리를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나는 할아버지 손자야!”라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삶의 소중함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강철 이빨』은 가족의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선뜻 ‘할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다면 결코 그 인생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책 속의 르나르도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이빨을 희망의 부적처럼 고이 간직하며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기듯 말입니다.

사막에서 파란 의자와 놀기

상상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벽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틀에 박힌 용도 이외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서로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게 되지요. 그런데 『파란 의자』의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삭막한 사막을 걷다 파란 의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파란 의자 외에는 달리 놀잇감이 없고 심심하던 차에 둘은 앞다투어 의자의 용도를 수도 없이 생각해 냅니다. 그들의 상상에 따라 사막은 물이 되기도 하고 하늘이 되기도 하고 서커스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에스카르빌과 샤부도의 사막은 광활한 캔버스가 되고 그들은 마음껏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막’하면 떠오르는 동물인 낙타가 등장합니다. 클로드 부종이 책 속에서 말한 것처럼 “사막에서 낙타 만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즉, 낙타는 고지식하고 꽉 막힌 상식적인 사람들을 상징하기 위해 등장한 것입니다. 낙타는 두 친구에게 다가가더니 의자에 떡 버티고 앉아 도통 비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낙타는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양 단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말합니다. “의자는 말이야,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


상상력이란 지루한 사막도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오아시스와 같습니다. 재미, 유쾌함,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생각의 재료인 상상력! 이처럼 『파란 의자』는 익살맞은 캐릭터들의 과장된 표정과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독창적이고 기발한 상상을 펼쳐가는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 책을 요리하는 마녀는 꼬마였을 때 엄마가 사주신 그림책들을 쌓아서 작은 성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혼자만의 상상에 푹 빠져 지내곤 했었는데…. 어때요, 여러분, 책은 정말 여러 가지로 쓸모 있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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