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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는 지승호고 김경은 김경이다 - 『7인7색』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여기, 지승호와 김경을 만나보자.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매혹적인 텍스트인지를. 또한 할 줄 안다,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인터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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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재밌다. 제대로만 걸린다면 ‘대박’이다. 하지만 제대로 걸리지 않는다면? ‘쪽박’이다. 너무 뻔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느낌이 드는 인터뷰처럼 지루한 것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인터뷰가 재밌는가? 여기, 지승호와 김경을 만나보자.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매혹적인 텍스트인지를. 또한 할 줄 안다,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인터뷰를.

우직한 지승호, ‘모든 것’을 쫓다

지승호는 『마주치다 눈뜨다』, 『유시민을 만나다』 등에서 당시 국내 유일의 ‘인터뷰어’라 불리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더니 『7인 7색』에서 마침내 그 재주를 만개했다. 『7인 7색』은 유시민, 이우일, 박노자, 진중권, 노회찬, 김규항, 하종강과의 인터뷰를 모은 것인데 인터뷰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글만 봐도 인터뷰한 인물들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더불어 그 인물들이 종사하는 분야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시각까지 갖추게 해주니 만개했다는 말이 무색치 않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친 과장처럼 보일 것이다. 인터뷰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인터뷰어가 지승호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승호의 인터뷰 방식은 어떤가? 지승호는 우직하다. 미련해 보일 정도로 우직해서 인터뷰이가 과거에 했던 말, 행동들을 모조리 조사하고 판단한 뒤에 인터뷰를 시작한다.

지승호가 ‘당신’을 인터뷰한다고 가정해보자. 지승호는 ‘당신’의 블로그에 들어가 첫 번째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모두 읽을 것이다. 또한 ‘당신’이 방문자의 글에 남긴 댓글 하나하나까지 빼놓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이제껏 바꾼 메인화면의 사진이나 문구의 의미까지 해석하려 할 것이다. 더불어 ‘당신’과 친한 관계에 있는 이들의 블로그까지 찾아가 ‘당신’이 어떤 내용의 방문자 글을 남겼는지 확인해볼 것이다.

농담 같은가?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싶은가? 하지만 『7인 7색』을 보면 지승호는 정말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승호는 인터뷰이들에게 요즘 쟁점이 되는 문제만 던지지 않는다. 던지기는 던지되, 과거에 했던 말들, 예컨대 어디에서 했던 강연이나 어느 신문에 썼던 글이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 등을 토대로 “과거에 이렇게 말했는데 오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

또한 그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분석하고 인터뷰이의 언행에 대한 비판 의견들까지 좇아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어떤가? 이만하면 그의 우직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러니 인터뷰를 보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다는 착각이 들지 않겠는가? 지승호의 인터뷰, 정말 뿌듯하다.

시크한 김경, 순간적으로 감각을 잡아내다

지승호에 비해 김경은 감각이 돋보인다. 김경은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김훈, 장동건, 주현, 주성치, 승효상, 노무현, 김윤진 등 총 22명과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하나하나의 맛이 제각각이다. 색깔에 비유해보자면 무지갯빛처럼 이렇게 보면 파랑이, 저렇게 보면 빨강이 크게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이유인즉 김경이 대상자들과 만나는 순간의 감각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일 테다.

이번에는 감각적인 김경이 ‘당신’을 인터뷰한다고 가정해보자. 김경은 ‘당신’의 블로그에 접속한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고 어떤 감각으로 블로그를 꾸몄는지 3초 만에 훑어볼 것이다. 스크롤바 몇 번 잡아끄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다음으로 김경은 ‘당신’을 만나는 순간,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 ‘당신’을 인터뷰할 것이다. ‘당신’을 도발하거나, ‘당신’과 한바탕 놀 준비를 하거나.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에는 DJ. DOC의 인터뷰가 있다. 인터뷰하기 쉽지 않은 대상인지라 김경은 다소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김경은 “나는 다행히 진지한 뮤지션인 양 가식을 떨기보다 양아치스러운 걸 더 좋아하는 남자들을 좀 다룰 줄 안다”라고 하더니 한때 좀 놀았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인터뷰가 아니라 ‘쟤들이랑 한번 놀아보겠다’는 마음가짐이면 만사 오케이다”라는 말을 한다.

인터뷰는 정말 그렇게 흘러갔을까? 그렇다. 덕분에 DJ. DOC가 했던 인터뷰들 중에 최고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뻑’가는 인터뷰가 나왔다. 이 인터뷰 하나로 DJ. DOC를 안다고 하기에는 어렵겠지만 DJ. DOC를 아는 사람들은 ‘기절’할 내용이 나와 있다. 물론 이건 DJ. DOC만 그런 것이 아니라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김경의 인터뷰, 아주 시크하다!

2인 2색, 지승호는 지승호고 김경은 김경이다

문득 상상해본다. 지승호가 김경을 인터뷰하고, 김경이 지승호를 인터뷰한다면 그들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서로 상대방의 인터뷰를 평가해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 아마도 2인 2색으로 의견이 모이지 않을까?

인터뷰어의 생명은 각자의 개성이다. 그러니 단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품 나올 만큼 지루한 인터뷰가 아니라면, 띄워주기 위한 칭찬 일색의 인터뷰가 아니라면, 적어도 지승호나 김경처럼 눈에 불을 켜고 읽게 되는 인터뷰를 할 줄 안다면 누가 낫고 나쁘다고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저 지승호는 ‘당신’이 걸어온 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피고 내일 걸어갈 길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알아내려 한다면, 김경은 지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려 한다는 식으로, “지승호는 지승호고 김경은 김경이다”라는 말만 해두자.

지금 이 시점에서, 지승호와 김경이 있기에 인터뷰 책 보는 두 가지 맛이 기가 막히게 번쩍번쩍하고 있는데 그 이상 무엇이 중요하랴? 사람이라는 매혹적인 텍스트 속으로 멋지게 초대할 줄 아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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