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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취해야 할 모습 - 『새로운 엘리엇』 & 『빗나간 내 인생』

청춘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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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다고 하는 책, 그 책들은 인생의 나아갈 길을 두 가지 방향으로 보여준다. 지향해야 할 것, 그리고 지양해야 할 것을 보여줌으로써 흔들리던 마음을 단단히 고정해주는 것이다. 요즘 암울하기로 소문난 청춘들에게도 그 효과는 예외가 아니다.

요즘 청춘은 정말 ‘암울’하다. 회색빛 같다고 해야 할까. 수상쩍은 시절에 쉬이 즐거운 이 없겠지만 예부터 청춘은 파란 하늘의 빛을 닮아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하늘과 바다의 빛을 지녔던 이들이 이제는 파란빛 사이에서 ‘표류’하며 자살과 범죄, 그리고 취업률 등으로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이 되고 말았으니….

청춘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을 따르자니 현실이 발목을 잡고, 현실을 따르자니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온다. 이러니저러니 무엇을 해도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답답함으로 이리저리 헤매지만 결국에는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이다. 상처받을 대로 상처받은 마음을 닫은 채, “어쩔 수 없잖아. 이게 현실인 것을”이라고 읊조리면서 말이다.

그레이엄 가드너의 『새로운 엘리엇』의 주인공 엘리엇도 그랬다. 학교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왕따인 엘리엇은 전학 간 학교에서만큼은 왕따가 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맹세한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도 엘리엇은 교활할 정도로 눈치 보는 법을 배우고 약한 자에게 강한 자처럼 보일 수 있는 동작이나 말투, 그리고 표정을 연습한다. 이 같은 노력의 철저함은 가히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굳이 말하자면 ‘죽을 각오’로 임한다는 것이다.

죽을 각오! 말이 쉽지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엘리엇처럼 여린 마음을 지닌 소년이라면 더욱 그럴 테다. 그러나 엘리엇은 정말 죽을 각오로 한다. 왜냐고? 안 그러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엘리엇은 알고 있다. 어디에서나 학교폭력은 생명을 노릴 정도로 위협적이고 이 위협은 절대적으로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 엘리엇은 선생님과 부모님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홀로 ‘변신’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엘리엇의 변신은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전학 간 학교를 주름잡고 있던 일종의 폭력서클이 엘리엇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엘리엇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엘리엇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엘리엇은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왕따 시키고 살 것이냐? 아니면 대신에 자신이 왕따가 될 것이냐?’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빠지고 만다.

엘리엇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편한 길은 누군가를 왕따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자니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가슴으로 살아야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엘리엇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고통에 가까운 엘리엇의 고민을 보고 있으면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주인공 니나는 ‘주어진 삶’을 뛰어넘으라고 말했다. 그러면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고, 성스럽다고도 할 수 있고, 황홀하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이 찾아올 것이라면서 주어진 현실을 뛰어넘으라고 외쳤던 것이다.

니나의 말, 그리고 그것을 실천한 삶은 세상을 감동시켰고 그것을 형상화한 소설은 하나의 ‘이상’으로 자리 잡았는데 『새로운 엘리엇』도 그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실을 운운하며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만들자며 소설을 전복시켜버린다. 비록 그 자신은 왕따가 될 것이 뻔하지만, 엘리엇은 웃기로 결심한 것이다!

『새로운 엘리엇』과 같은 소설은 전형적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일종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감동을 만들어주기는 쉽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그것을 꿈꾸지만,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럴 때 지향점이 아닌 지양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지양점을 보여주는 주세페 쿨리키아의 『빗나간 내 인생』을 떠올려보자. 주인공 발테르는 요즘 청춘의 고민을 모두 지닌 청춘의 한 사람이다. 주인공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자. 발테르는 철학과 인문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지만 세상은 알아주지 않는다. 대신에 좋은 직장만 얻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발테르는 또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세상은 좋은 직장만 얻으면 된다고 충고한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다른 집 자식과 비교하며 “너는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라고 조롱하며 얼른 취직할 생각이나 하라고 호통친다. 잘난 세상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좋은 학생으로 통하는 학교의 모든 것들도 발테르를 비웃는다. 여린 마음을 지닌 발테르는 새장 속의 새가 되는 것이 끔찍이 싫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오르기를 꿈꾸지만 세상은 그런 생각을 아예 ‘굶어 죽기 딱 좋은 지름길’로 못 박는다.

이쯤 되면 발테르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방에서 집중포화를 당한 발테르는 어떻게 되는가? 결국 발테르는 무릎을 꿇는다. 갈망했던 것들을 미뤄두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장 속으로 들어간다. 발테르는 그곳에 들어가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돈 같은 걸 얻는다. 하지만 그건 발테르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발테르가 자기혐오를 느낄 정도로 비참해진다는 것이다. 아주 많이.

『빗나간 내 인생』은 청춘들을 안심하게 한다. 최소한 발테르처럼 심각한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일종의 위안거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것은 진짜 위로가 아니다. 『빗나간 내 인생』은 이제 곧 발테르처럼 될 것임을 시사해주는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착각일까? 『빗나간 내 인생』의 자간 사이에는 일종의 경고문구가 담겨 있는 듯하다. “이렇게 될 텐데 순순히 따를 거야?”라는 뼈아픈 문구가.

엘리엇과 발테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선택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건 하나로 통한다. 현실을 뛰어넘으라는 것, 그리하여 파란 하늘이 되라는 것!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몹시 어렵다. 그렇기에 이런 말은 아직도 이상에 젖어 현실의 무서움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렇다. 그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춘이여, 쉽게 단정 짓지 말자. 그렇게 쉽게 안주하는 것은 청춘답지 못하다. 현실이 고될수록 그것을 뛰어넘을 때 볼 수 있는 것은 더 찬란하고 아름답다. 더욱이 현실과 타협한다는 말로 자신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 또한 청춘의 모습이 아니다.

엘리엇과 발테르, 이들은 ‘청춘’의 미래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이들을 보며 잠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그러면 이맛살의 주름을 지워내고 더 크게,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도 있다. 청춘이여, 책을 보고 마음을 단단히 고정해보자. 발테르에서 엘리엇으로 돌아서는 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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