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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의 서글픈 아들,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
올여름에 개봉할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는 재난 영화의 고전(古典) <포세이돈 어드벤처 Poseidon Adventure>의 리메이크작이 있다.
포세이돈의 서글픈 아들
올여름에 개봉할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는 재난 영화의 고전(古典) <포세이돈 어드벤처 Poseidon Adventure>의 리메이크작이 있다. 볼프강 페터젠이 연출하고 커트 러셀, 리처드 드레이퍼스, 조쉬 루카스 등이 출연한 <포세이돈 Poseidon>이 바로 그것.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포세이돈은 있는데 어드벤처는 없다”라는 식의 혹평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그다지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나날이 발전하는 특수효과 분야의 발전을 감안하면 벌써 제작된 지 30여 년이 지난 오리지널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시각적 스펙터클은 현재의 관객에게는 보잘것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타이타닉>이 나온 지 9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반지의 제왕>은 데스크톱에서 스펙터클의 최대치를 보여준 것 아니겠는가?
어쩌면 2006년판 <포세이돈>의 제작진은 오리지널 <포세이돈 어드벤처>라는 영화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핵심적인 매력은 ‘거대 유람선의 난파’라는 위급한 상황을 뚫고 나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 있었다.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70년대 유행한 ‘재난 영화’의 한 정형을 제시했다. 어린 시절 TV에서 이 영화를 본 필자의 기억 속에도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기억나는 것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신을 원망하며 죽어가는 목사 역의 진 해크먼과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 깊은 잠수를 시도했다가 성공한 다음 죽어간 아주머니 역의 셜리 윈터스의 얼굴이었다. 그 기억을 끌어낸 후에야 진 해크먼과 대립하던 어네스트 보그나인의 얼굴과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던 ‘Morning After’가 생각났고 자료를 찾아보면서야 이 작품의 초반부에서 배가 뒤집히는 특수효과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에 떠올랐다. 어쨌든 당대로서는 최고의 특수 효과 기술을 보여주었던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션되기도 했다. (주제가상과 시각 효과에 대한 특별상을 받았다.)
2006년판 <포세이돈>의 개봉에 맞춰 오리지널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스페셜 에디션 DVD가 출시된다. 서플먼트와 본편의 영상과 음향을 좀더 보강한 새 버전 DVD의 출시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또 다른 관련 DVD의 출시가 이목을 끈다. 바로, 심하게 말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속편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다. 전편이 공개된 지 7년이 지난 1979년에 만들어진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캐스팅은 일단 전편의 올스타 캐스팅의 전통을 잇고 있다. 마이클 케인, 샐리 필드, 칼 말덴, 피터 보일, 잭 워든, 텔리 사바라스 등은 결코 전편의 진 해크먼, 셜리 윈터스, 어네스트 보그나인, 로디 맥도웰 등에 비해 결코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기억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건 이 영화가 전작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악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타워링>의 제작자이기도 한 어? 알렌이 제작과 연출을 담당한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전작에서 SS 포세이돈호가 침몰한 후로부터 5시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은 배의 선장 마이크 터너(마이클 케인)는 자신이 운반하던 화물을 폭풍우에 잃어버리고 은행에 자신의 배를 빼앗길 처지다. 우연히 구조 헬리콥터를 발견하고 난파선의 존재를 직감한 터너는 포세이돈호에 접근, ‘재화구출권’을 주장하며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곧 터너는 셀레스테(샐리 필드)와 윌버(칼 말덴)와 함께 ‘한탕’을 꿈꾸며 난파된 포세이돈호에 진입한다. 거기에 자기를 의사라고 소개하는 스테판 스베보(텔리 사바라스)와 그의 의심스런 일당이 합류한다. 하지만 배에 진입한 터너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재화 뿐 아니라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과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게임이다.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이하 <비욘드 포세이돈…>)는 처음부터 무리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아무리 ‘돈이 최고’라도 이미 난파되어가는 배에 ‘목숨’을 걸고 진입하기는 어렵다. 터너가 동료에게 내세우는 논리적인 근거란 ‘다른 난파선도 10시간은 버텼다는 것’이다. 하지만 폭풍우에 휘말렸던 터너가 사전 정보도 없이 5시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비욘드 포세이돈…>은 출연진이 우수하지만 엉터리 각본 때문에 망가진 영화다. 이 영화에서, 처음에는 속물이었다가 후반부에서는 숭고한 휴머니스트가 되는 터너의 변화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의 전 재산을 구원할 금화꾸러미를 챙긴 터너와 그의 일행은 그 자루들을 그냥 어깨에 메고(어디 묶지도 않고) 다니다가 잊어버린다.
샐리 필드가 연기한 셀레스테는 한 술 더 떠 구멍 난 복도를 건너뛰는 장면에궼 ‘내 다리가 제일 짧다’는 멍청한 대사를 내뱉고(그 대사가 없어도 그녀의 키가 제일 작다는 것은 보면 안다 ^^;) 그녀를 ‘원숭이(Monkey)’라고 부르는 터너에게 막연한 애정을 드러내다가 공포를 이기지 못해 펑펑 울고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빙그레 웃는 멍청한 백인 여자를 연기한다. (샐리 필드가 노동 쟁의를 다룬 <노마 레이>나 농촌 공동체를 다룬 <마음의 고향> 등에서 매우 독립적인 여성을 연기해 오스카상을 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모험 영화의 전형적인 ‘방해물’ 백인 여성 연기는 더욱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뭔가 심각한 질병을 지닌 노년의 어부를 연기하는 칼 말덴은 주역에서 소외되어 있다 싶을 만큼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거기에 피터 보일, 잭 워든 등 늘 오스카와 에미상의 곁에 머물던 이름난 조연 배우들의 캐릭터도 말 그대로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예전의 TV 시리즈 <코작>에서 냉정한 형사 연기로 유명한 텔리 사바라스가 연기하는 스테판 스베보로, 그는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빠져나온 듯한 전형적인 냉전 시대의 악당이다. 아마도 감독 어윈 알렌과 각본진은 플루토늄을 노리는 이 악당의 출연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살리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이야기의 구조만 산만하게 만들 뿐이다. (물론 멍청한 각본에 비하면 사바라스의 연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속편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탈출한 이야기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비욘드 포세이돈…>의 약점은 단순히 각본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전편에 비해 대폭 축소된 예산을 감당할 만한 연출력을 지닌 연출자를 갖지 못했다. 주로 TV 시리즈 연출과 제작 경험이 많은 어윈 알렌은 2시간에 육박하는 장대한 모험물을 효율적으로 연출하지 못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특히 이 영화의 빈약한 예산과 연출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간간이 삽입된 모형 배(티가 많이 난다)의 폭발 장면이라도 없다면, 곳곳에서 폭발이 이어지고 바다 속에서 출렁이는 난파선 속을 배우들이 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어렵다. 사실 많은 장면에서 배우들은 그냥 봉쇄된 건축물 속을 걸어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그러니 <와일드 번치> 등에서 꽤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던 제리 필딩의 스코어 역시 전편의 음악을 담당했던 존 윌리엄스의 흉내 ?도로 느껴질 따름.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미국 쪽에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세계적인 영화 검색 사이트 Imdb.com에서 1277명이 참여한 평균 평점은 3.7(전편의 평점은 6.9) 하지만 <비욘드 포세이돈…>에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나 블록버스터에도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영화계도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비욘드 포세이돈…>의 존재는 할리우드 내에서도 기성품(블록버스터)의 제작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사실 지구상의 그 어떤 영화도 제작진의 벅찬 노고 없이 만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결과물이야 어떻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 노고의 수준에 값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비욘드 포세이돈…>이 바로 그런 예다.
단적으로 말해 <비욘드 포세이돈…>은 못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 영화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며 킬킬거리며 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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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완성도에 비하면 <비욘드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영상 퀄리티는 꽤 훌륭한 편이다. 미세한 잡티를 제외하면, 갈색 톤이 강조된 영상은 제작 연도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이다. 영화의 대부분이 실내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인물들의 음영 표현은 적당한 수준. 스크린 프로세스 등을 이용한 고전적인 특수 효과 장면은 DVD와 같은 디지털 매체에서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지원하는 음향은 모노 트랙만을 지원한다. 오래된 작품답게 답답한 느낌을 주는 편이며 스코어와 대사 트랙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는 오리지널 필름의 문제로 보인다. 감상하기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
★★
Behind The Scenes : Beyond The Poseidon Adventure (22:14)
영화 제작시 만들어진 메이킹 필름이다. 최근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처럼 체계적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지만 제작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 배우들의 인터뷰와 실제 결과물에 비해 꽤 기대를 하게 하는 제작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외 서플먼트로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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