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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논픽션 작가

윌리엄 파운드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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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파운드스톤(William Poundstone)은 특이한 작가다. 최근 출간된 번역서의 저자 소개에는 그의 직함이 논픽션 작가로 나와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것이 논픽션 작가의 이력으로는 약간 독특하다.

윌리엄 파운드스톤(William Poundstone)은 특이한 작가다. 최근 출간된 번역서의 저자 소개에는 그의 직함이 논픽션 작가로 나와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것이 논픽션 작가의 이력으로는 약간 독특하다. 파운드스톤의 특이점은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저자 소개이다. “과학적 테마를 글감으로 삼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얽어내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파운드스톤은 착상이 기발하다.

『머니 사이언스 ―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김현구 옮김, 소소, 2006)과 『죄수의 딜레마 ― 존 폰 노이만/핵폭탄/게임이론』(박우석 옮김, 양문, 2004)은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 이 두 권의 구성상 유사함은, 『죄수의 딜레마』 ‘옮긴이의 글’에 인용된, 원서 표지를 장식한 서평의 한 대목을 빌리면 이런 것이다.

“이 책은 매혹적인 폰 노이만의 전기인 동시에 게임이론과 냉전과 핵무기 경쟁에서의 그것의 역할에 관한 훌륭한 사회사이다.” 『머니 사이언스』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간추린 생애와 ‘행운의 공식’이 교차한다. 『머니 사이언스』『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리뷰는 두 권의 구성 방식을 응용해보겠다.

『머니 사이언스』 제1막의 주인공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 1916-2001)은 ‘정보이론’의 개척자로 디지털 시대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이진수 0과 1을 사용하여 컴퓨터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공한 사람이 바로 섀넌이다. 비트와 바이트의 명칭도 그에게서 나왔다.

섀넌의 통찰력은 아인슈타인을 뛰어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섀넌은 수학에도 천재성이 있었고, 그런 능력을 활용하여 주식투자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1986년까지 섀넌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평균 복리 수익률은 28%나 되었다. 같은 기간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의 연 평균 복리 수익률은 27%였다. 파운드스톤은 섀넌을 이렇게 평한다.

“섀넌은 무언가를 명확한 논리로 주장하는 사람이었고, 아무리 기상천외한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그러면서도 그것들이 자신의 생애에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 만큼 현실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Gmax=R’. 존 켈리의 돈 버는 투자 공식이다. 이것은 판돈을 거는 사람의 ‘투자’에 대한 복리수익률을 표시하는 방식 중 한 가지다. G는 도박가의 부의 성장률을 가리킨다. max는 최대값을 뜻한다. 따라서 Gmax는 최대수익률을 말한다. “켈리는 이 최적 수익률을 섀넌의 이론에 등장하는 정보전달률 R과 등치시킨다. 최대수익률은 ‘내부정보’의 양과 등가다.”

도박은 조폭과 불가분의 관계다. 『머니 사이언스』에는 20세기 전반기 미국의 갱단 두목 또는 조직의 보스가 여럿 언급된다. 이 중 의외의 인물이 있다. 조셉 케네디는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아버지다.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곧잘 거론되는 3개의 대상 가운데 구소련과 쿠바는 이른바 ‘쿠바사태’ 때 케네디 대통령이 취한 강경책이 개연성을 갖는다.

하지만 ‘마피아 배후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케네디 대통령이 마피아의 보복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정황을 알려준다. “금주법 시기 동안 누군가가 매사추세츠 주의 브록턴 외곽에서 헤이그앤헤이그 스카치위스키 창고를 털었다. 이 위스키들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의 것이었다. 그는 주식 내부거래와 알코올 밀수로 재산을 모았다.”

조셉 케네디는 그것을 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롱지 질만의 짓으로 여겼고,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 조셉 케네디는 아들들을 정계에 진출시킨다. “그 중 한 명인 로버트 케네디는 상원의원의 하급 보좌관으로 키포버 위원회를 지원했다. 그때 질만은 친구들에게 ‘보비’(로버트의 애칭)가 늙은이를 상대로 집안의 원한을 풀고 있다고 말했다.”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은 『죄수의 딜레마』의 주역이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신동 소리를 들었다. 노이만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 조기 영재교육 환경을 조성한다. 부동산 경매를 통해 사들인 도서관의 책으로, 가구가 딸린 방에 개인도서관을 꾸며주었다. 노이만은 이 방에 틀어박혀 몇 시간씩 책을 읽었다고 한다.

노이만은 기억력이 뛰어났는데 그의 출중한 기억력은 나이 들어서도 쇠퇴하지 않았다. 그의 천부적인 기억력에 관한 일화 몇 가지가 전해져 온다. 비잔틴사 분야의 명망 높은 역사학자가 노이만의 파티에 초대되었다. 그 학자와 노이만은 역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연대 하나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관련서를 펼쳐 확인해보니 노이만이 옳았다.

얼마 후, 노이만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다시 초대를 받은 저명한 역사학자는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자니(노이만의 애칭 ― 인용자)가 비잔틴사를 논의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가지요. 모두가 나를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라 생각하고 있고, 나는 그들이 계속 그러기를 원하거든요.”

노이만의 ‘오류불가능성’에 관한 일화도 전해진다. 노이만은 미 공군의 민간 싱크 탱크였던 랜드사(社)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1948년 랜드에 참여했으니 1950년 전후에 있었던 일로 짐작된다. 그 시절의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던 랜드 측은 노이만에게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컴퓨터의 설계를 위한 조언을 구한다.

이에 노이만은 그 문제를 먼저 알려주길 요청했다. 랜드 소속 과학자들이 칠판에 문제를 쓰고 설명을 하는 데만 2시간이 족히 걸렸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잠자코 있던 노이만은 설명이 끝날 즈음, 종이에 뭔가를 끼적이고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새 컴퓨터는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방금 그 문제를 풀었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이만의 사소한 계산 실수에 대해 IBM의 실무자가 충격을 받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헝가리는 20세기 전반부에 숱한 천재를 배출했다. 우리에게는 철학자 루카치와 예술사가 아놀드 하우저가 포함된 부다페스트학파의 구성원들이 먼저 알려졌지만, 헝가리 출신 자연과학자의 숫자 또한 적잖다. 수소폭탄 개발자 에드워드 텔러,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와 폰 카르만,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방향을 튼 레오 실라르드에 노이만까지.

그런데 이들은 헝가리 출신인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노이만은 이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중부 유럽 지역 전체에 가해진 외부적 압력, 개인들의 무의식적인 극단적 불안감, 그리고 비상한 것을 내놓지 못하면 사라져야만 하는 운명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노이만은 수학자다. 한데 수학자가 원자폭탄 개발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폰 노이만은 원자폭탄의 파열 설계에 관해 결정적인 계산을 해냈다.” 파운드스톤은 문외한에게, 수학자로서 노이만이 성취한 위대하고 독창적인 업적은 표현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한다. MIT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파운드스톤이 이 정도라면, 나 같은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노이만의 수학적 기여를 그저 나열하는 수밖에는. “폰 노이만 대수라고 알려진 rings of operators, 의사-에르고드적 가설의 증명(1932), 격자이론의 연구(1935-1937).” 또한 그는 디지털 컴퓨터 개발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1927년부터 노이만은 수학의 공리적 접근법을 물리학의 새로운 발견들에 적용하기도 했다. “양자역학 체계의 상태가 힐베르트 공간의 벡터로 취급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 “폰 노이만의 핵심적 본질”이라고 한다. 아울러 노이만의 연구는 양자이론의 철학적 해석에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노이만은 게임이론의 창시자로도 통한다. 게임이론은 잠재적으로 사기성이 있는 적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연구하는 수리논리학의 분과를 가리킨다. 파운드스톤에 따르면, 노이만은 게임을 “상대방 역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각각의 선택에 대해 처방되는 모종의 방식으로 갈등의 결과가 결정되리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한 사람이 선택을 해야 하는 갈등 상황”으로 본다.

노이만은 이익이 완전히 상반되는 두 사람이 맞붙는 게임에는 언제나 합리적인 행동 노선이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는데, 이를 ‘최소최대 정리(minimax theorem)’라고 한다. 최소최대 원리의 단순한 예시로 케이크 자르기를 들 수 있다. 두 아이가 케이크 조각을 균등하게 나누는 최선의 방법은 한 아이가 케이크를 자르고, 다른 아이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이때 케이크를 자르는 아이가 케이크를 등분하여 절반 가깝게 얻으려는 것을 ‘최소 수량의 최대화’라고 한다. 또 선택권이 있는 아이가 상대적으로 큰 케이크 조각을 고르는 것을, 케이크를 자르는 아이가 갖게 되는 몫을 지칭해 ‘최대 수량의 최소화’라고 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대표적 딜레마다. 1950년 랜드 소속 과학자 메릴 플러드와 멜빈 드레셔가 단순하면서도 당혹스런 게임을 생각해냈고, 이를 랜드의 자문역 앨버트 터커가 ‘죄수의 딜레마’로 명명했다. 터커가 이 게임의 ‘치장본’이라 부른, ‘죄수의 딜레마’의 핵심은 아래와 같다.

■ 함께 법을 어겨 고발된 두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다.

1. 한 사람이 자백하고 다른 사람은 자백하지 않으면, 전자는 상을 받고 후자는 벌금을 문다.
2. 두 사람 모두 자백하면, 각각 벌금을 문다.
3. 두 사람 모두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석방된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동정범이 처한 난경의 세련된 버전이다. 범죄 조직의 조직원 두 명이 붙잡혀 구치소에 갇혔다. 두 죄수는 각기 독방 신세가 되었고, 다른 죄수와 이야기하거나 메시지를 교환할 수단이 없다. 경찰은 죄수 두 사람에게 주된 죄목으로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경미한 혐의를 적용하여 1년형에 처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동시에 경찰은 각 죄수에게 파우스트적 협상안을 제시한다. 만일 동료의 죄를 증언하면 자신은 석방되는 반면, 동료는 주된 죄목에 따라 3년형을 받을 것이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하지만, 만약 두 죄수 모두 동료의 죄를 증언한다면, 둘 다 2년형을 받을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사람을 비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며 인간의 본성을 탐욕과 이기심으로 본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협조’보다 ‘배신’을 택해야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온다. 파운드스톤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 설정과 불가피한 선택을 수긍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한다. 그것은 진정 단 “한번뿐인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조를 정당화하기란 상호변절을 논리적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세상과 게임이론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로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때로 핵전략의 일부로 다뤄진다. 또한, 예방전쟁론의 논거가 되기도 하였다. 1950년, 미국에서는 구소련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골자로 하는 예방전쟁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니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른바 불량국가를 향한 공세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셈이다. 사실, 반세기 전 미국에서 벌어진 예방전쟁을 둘러싼 논쟁의 양상은 매우 현재적인데 예방전쟁론자들의 주장이 특히 그렇다.

당시 예방전쟁 운동에 기름을 부은 미 해군성 장관 프랜시스 매튜스의 연설문을 보자. “… 163년 동안 미국은 … 먼저 공격을 당해 자기 방어를 위해 싸우지 않을 수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칼을 뽑지 않았습니다. … 호전적인 국가들은 … 우리의 노력에 반대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프로그램을 제국주의 침략으로 낙인찍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중상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우리는 평화를 위한 최초의 침략자가 될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가데나에 사는 어느 매튜스 지지자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이런 일이 계속되어야 합니까? 우리가 수소폭탄을 갖고 있으니 선제공격의 이점을 살립시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에는 이렇게 호전적이고 맹목적인 부류만 있는 건 아니다. 제정신이 든 사람도 있다. 미 공군 퇴역 장성 카알 스파츠는 <뉴스위크>에 이런 내용을 기고했다.

“최근 예방전쟁 이론에 관해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행할까 두려워하는 일을 그들에게 행하라’라고 공공연하게 논의된다. 이것은 약자와 두려움에 빠진 자의 생각이다. 그것은 갱들의 사유이고 우리나라는 확실히 방아쇠를 당기며 기뻐하는 나라가 아니다.”

노이만은 예방전쟁을 지지했다. 반공주의자로서 당연한 태도였다. 러셀도 예방전쟁을 지지했는데 여기에는 구소련에 대한 그의 사적인 감정이 작용했다. 러셀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방전쟁 지지를 철회하고, 그런 적이 없었다고 발뺌을 하다가 나중에 그런 사실을 인정한다. 러셀은 쿠바사태 때, 미?튼 두 나라 권력자에게 보낸 자신의 편지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자부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자화자찬이 아닌가 싶다.

파운드스톤은 노이만이 지닌 매력의 원천으로 “그의 모순된 면모”를 꼽는다. “그는 온화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핵전쟁을 개시할 생각을 하고 인류가 테크놀로지의 오용으로 멸망할 운명이라 생각한 사람이었다.” 또한, 그의 정치적 성향은 꽤 보수적이었지만 자동반사적일 만큼 반동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노이만은 적극적인 반공산주의자였음에도 ‘오펜하이머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죄수의 딜레마』에는 오펜하이머 관련서가 두 권 언급되나 둘 다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오펜하이머 청문회’에 관한 내용은 제레미 번스타인이 지은 『베일 속의 사나이 오펜하이머』(유인선 옮김, 모티브북, 2005)가 좋은 참고가 된다.

『죄수의 딜레마』에 딸려 있는 예스24의 독자서평은 모두 6편이다(2006년 3월1일 현재). 이 중 3편이 번역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있다. 부실한 번역을 꼬집은 서평을 읽고 걱정이 되었다. 책이 안 읽히면 어쩌나, 하고. 다행스럽게도, 아니면 그간 시원찮은 번역에 적응이 되어 그런지 몰라도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번역이 안 좋은 건 분명하다.

편집도 번역의 아쉬움을 상쇄할 정도로 깔끔하진 않다. 표지 장정의 오브제로 사용된 영문의 끝자락에 나오는 노이만의 생몰연도가 틀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해는 1975년이 아니라 1957년이다.

『패러독스의 세계』(민찬홍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5)는 부제목이 말하듯 ‘인간 이성의 한계를 묻는 12가지 역설’을 다룬다. 그러면 역설이란 무엇인가? 파운드스톤은, 역설이란 말은 여러 가지 용법으로 쓰인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모든 용법의 핵심에는 ‘모순’이 들어 있다. 역설은 합당한 일련의 전제에서 시작한다. 역설은 이런 전제로부터 그 전제를 무너뜨리는 결론을 연역한다. 역설은 증명의 개념을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파운드스톤은 어디서 어떻게 모순이 발생하는가에 따라 역설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약한 유형의 역설은 오류다.” 이보다 “더 강력한 역설들은 종종 사고실험의 형태를 띤다.” 곧 ‘상식이 틀렸다’는 유형이다. “그러나 더 강한 역설들이 있다. 오류도, ‘상식이 틀렸다’ 유형도 사람을 애타게 괴롭히지는 않는다. 최고의 역설은 바로 그런 성질을 갖고 있다. 역설 중에서도 가장 역설적인 이 유형은 해소를 거부한다.”

‘거짓말쟁이 역설’은 진정한 역설의 아주 단순한 예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크레타 사람 에피메니데스가 말한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가 그것이다. D.C. 매킨슨의 ‘서문의 역설’은 우리가 흔히 보는 진술에서 영감을 얻었다.

“책의 저자가 서문에서 (배우자와 타이피스트에게 감사를 표한 후에) ‘불가피한’ 잘못은 모두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지나치게 겸손한 서문을 모두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잘못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확신한다면 그 사실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왜 되돌아가서 오류를 고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도 아마 꽤 있을 것이다.”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정준희 옮김, 해냄, 2003)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바이벌 면접’을 다룬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직원을 뽑는 첫째 목적은 ‘빌 복제인간’을 찾아내는 데 있다. ‘빌 복제인간’은 MS의 은어로 빌 게이츠처럼 “뛰어난 재능과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경험은 부족한 혹은 전무한 젊은이를 의미한다.”

매우 스마트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일류 집단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난해한 퍼즐인터뷰와 스톡옵션으로 상징된다. 퍼즐인터뷰는 MS의 구성원과 다른 모든 이들 사이에 침투 불가능한 장벽을 구축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채용 철학에 근거한다. MS의 면접시험 문제 일부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맨홀 뚜껑이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인 이유는 무엇입니까?”는 면접관이 기대하는 답도 안다. “맨홀 뚜껑이 사각형이면 구멍 속으로 뚜껑이 빠져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뚜껑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한 개를 없앤다면 어떤 주를 택하겠느냐? 는 질문에서 ‘워싱턴 주’가 부적절한 답변인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지 않은가. ‘실전문제 Q&A’를 보니, 문제가 대체로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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