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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평화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두 개의 바퀴

일본의 환경학자(운동가)겸 평화학자(운동가), 토다 키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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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저자의 한국 나들이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 저자의 책이 해외와 국내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되는 것도 이제는 희귀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 저자가 자신의 책의 자국어와 한국어 동시 출간에 맞춰 우리 나라를 찾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지난 9월 하순, 일본의 환경사회학자이자 평화학자인 나가사키 대학의 토다 키요시 교수가 『환경학과 평화학』(녹색평론사)의 한일 동시 출간에 즈음해 한국에 왔다.


해외 저자의 한국 나들이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 저자의 책이 해외와 국내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되는 것도 이제는 희귀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 저자가 자신의 책의 자국어와 한국어 동시 출간에 맞춰 우리 나라를 찾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지난 9월 하순, 일본의 환경사회학자이자 평화학자인 나가사키 대학의 토다 키요시 교수가 『환경학과 평화학』(녹색평론사)의 한일 동시 출간에 즈음해 한국에 왔다.

토다 키요시는 9월 25일 서울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평화와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이 개최한 토론회 '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의 만남'에 발제자로 참여하고, 9월 29일에는 대구 영남대학교에서 개최된 〈녹색평론〉과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가 함께 마련한 '21세기를 위한 연속 사상강좌'에 첫 번째 손님으로 초대되는 등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

『환경학과 평화학』은 토다 키요시의 두 번째 단독 저서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폭력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폭력을 본능이 아니라 문화로 보는 토다 키요시는 폭력의 분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그가 폭력을 문화로 보는 논거는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대가 전쟁이 있었던 시대보다 길다"는 것). 그는 선행 연구자들의 견해를 수용해 평화의 대립 개념으로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기아, 빈곤, 질병, 영양 실조, 고난, 궁핍을 포함한 일체의 폭력적 양상을 상정한다.

또, 폭력을 크게 직접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직접적 폭력부터 살펴 보면, 그것은 폭력을 행사하는 명확한 주체가 있고 피해를 당하는 대상이 분명한 폭력을 말한다. 이러한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으로는 전쟁, 테러, 린치, 폭행 등을 들 수 있다. 토다 키요시는 직접적 폭력의 양상 가운데서 사형제도를 문제시한다. 국가에 의한 합법적 살인인 사형제도 자체가 폭력적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원죄(?罪-억울한 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추정무죄'의 원칙이 필요하다. 한편, 환경문제에서는 반대로 '의심스러운 화학물질을 조기에 규제하는' 식의 '예방원칙'을 요청하는 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사상이다." 아울러, 토다 키요시는 만연한 폭력의 문화가 빚어내는 범죄 유발 효과에 주의를 기울이길 촉구한다. 그가 말하는 폭력의 문화에는, 군대제도나 고문, 사형제도는 물론이고 "유행상품의 합법적 판매나, 나아가서 농약의 대량 사용을 비롯해서 '자연에 대한 폭력'까지 포함된다."

구조적 폭력은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는 어느 정도 드러나 있으나 폭력의 주체는 분명치 않은 폭력을 말한다. 한마디로 사회구조가 가져다준 폭력이다. 토다 키요시는 전형적인 구조적 폭력으로 세 가지를 꼽는데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담배의 합법적 판매가 그것이다. 또한, 일본 자위대의 증강이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같은 국책사업도 구조적 폭력에 해당한다.

구조적 폭력에 대한 논의 중에서 담배의 폭력성을 언급한 대목을 보자. 토다 키요시는 "담배공해의 주요한 책임은 흡연자가 아니라, 담배회사, 담배산업을 지원하는 행정(일본의 재무성, 미국의 통상대표부 등), 어용학자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흡연자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흡연자 중에서도 환경주의자, 인권론자, 평화주의자, 의사, 교사에게는 적잖은 책임을 지운다.

특히, 핵무기나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담배연기를 통해 방사능을 공기 중에 퍼트리기 때문이다. 인광석은 우라늄을 함유하고 있고, 담배는 인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작물이기에 담배연기에는 우라늄 238의 붕괴계열의 핵종, 특히 폴로늄 210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토다 키요시가 담배와 원자력 개발을 구조적 폭력의 쌍벽으로 여기는 것은? "담배판매가 '영향력이 가장 큰 구조적 폭력'이라면, 원자력 개발은 '영향력이 가장 긴 구조적 폭력'"이다.

여기에다 담배회사의 목적이 살인이 아니라 이윤추구에 있어도, 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있기 때문에 담배회사를 '죽음의 상인'이라 부르는 것은 타당하다고 덧붙인다. 또한, 담배의 생산?판매?소비를 테러에 비유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 담배회사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일본의 재무성이나 미국의 통상대표부는 '테러지원자가' 되며, 흡연자는 '테러지원자 겸 테러피해자 겸 (간접흡연에 관한) 가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사형제도는 구조적 폭력의 사례로도 다뤄지는데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예가 종종 있어서다. 게다가 사회의 특정 계층이 그런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토다 키요시는 일본의변호사 아키타 가즈에의 견해를 인용한다. "(미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약자, 사회적?지적으로 핸디캡이 있는 사람이 사형수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구조적 폭력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룬 제4장의 3절 「젠더와 생명과학기술」도 흥미롭다. 피임약의 부작용, 진통촉진제와 분만일의 조정, 분만체위, 태아 성감별과 여자 아이의 중절 등의 문제는 담배와 원자력 발전의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토다 키요시는 환경학과 평화학이 공히 학제적 학문으로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어느 쪽이나 실천적이고 또 21세기의 인류와 지구에 대단히 중요한 학문 분야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학의 목표인 환경보전은 '환경평화', '생태평화'이며 '지구와의 평화'"이고, 평화학의 관점에서도 "환경보전은 '적극적 평화'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환경안전보장은 '인간의 안정보장', '민중의 안전보장'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 대량채취?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의 시대에 환경보존이 저절로 이뤄질리는 만무하다. 토다 키요시는 순환형?자원절약형 사회를 일구는 데 필수 요소로 '5R'을 제시한다. 5R은 ①리퓨즈(refuse, 거부) ②리듀스(reduce) ③리유스(reuse) ④리페어(repair) ⑤리사이클(recycle)을 가리킨다. 그는 또한 환경 보존을 위한 일상 생활에서의 실천에도 나름대로 열심이다.

"나는 여름에는 선풍기와 냉방의 사용을 될 수 있는 한 억제하고, 겨울에는 난방의 사용을 제로로 하는 대신 두꺼운 옷을 껴입고 지내며, 운전면허 없이 도보와 자전거, 공공교통에 의한 이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환경 정의를 위하여』 (창작과비평사, 1996)는 석사 학위 논문이 바탕이 된 토다 키요시의 첫 번째 저서로 "환경정의와 엘리트주의를 핵심개념으로 근대산업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변혁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두 개의 핵심개념을 먼저 풀어 보면, 환경정의는 "환경보전과 사회정의의 동시 달성"을 뜻하고, 엘리트는 "정보?의사결정의 권한, 부, 위신 등에서 특권적인 입장에 있는 집단 혹은 개인을 지칭"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을 요약하면 "환경파괴는 주로 엘리트에 의해서 초래되었고, 환경피해는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에게 가중되며, 환경복구는 이러한 비엘리트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환경운동은 환경문제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해석을 비판하고,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정의된다.

본론에서는 먼저, 구소련의 국가관리주의가 야기한 환경파괴와 국제분업과 자유무역이 초래한 환경파괴를 다루고, 환경파괴의 영향과 대책에서 나타나는 엘리트주의를 언급한다. 이어 엘리트주의의 극복방안과 사회정의의 문제를 검토한다. 엘리트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과학기술신앙을 극복하는 문제는 우리에게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과학기술을 둘러싼 의사결정의 민주화(국가엘리트, 기업엘리트, 전문가의 우위를 억제)라는 맥락에서 충분한 정보에 바탕을 둔 사회적 합의의 제기, 의료에서 의사가 정보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설명과 동의' 또는 '정보제공과 선택'과 비교할 수 있다. 이것은 의사가 환자가 납득할 때까지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서 치료법을 선택하는, 예컨대 의사의 판단만으로 말기 암환자에게 강한 항암제치료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가 한 둘이 아니다.

"자원제약(자원의 고갈)보다 더 무서운 것은 환경제약(폐기물 처리장의 고갈)이라고 한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은 '사회적으로 지속 곤란한(강권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시민도 '깨끗한 피해자'는 아니다."

"대항엘리트(환경운동가)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아무튼 직간접으로 보고들은 것에 의하면 적어도 토다 키요시는 엘리트 의식에 젖은 사람은 아닌 듯 싶다. 두 권의 책을 모두 번역한 김원식 씨는 『환경 정의를 위하여』의 옮긴이 후기에서 토다 키요시의 첫인상을 이렇게 전한다.

"커다란 회의용 탁자 맞은편에 그야말로 봉두난발을 하고 땀에 젖은 허름한 옷을 입은, 매우 수척해서 눈이 퀭한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 나는 일본의 혹은 세계의 사회활동가들이 자신의 명성이나 업적과는 달리 허름한 옷차림으로 (넥타이 같은 것을 매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어디에나 잘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토다 씨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정말 놀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림새를 글을 통해 접하는 것과 직접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국가인권인원회 배움터에서 본 토다 키요시의 모습은 정말이지 파격적이었다. 그는 자다가 방금 일어난 것 같은 부시시한 머리에다 목 단추를 다 채우지 않은 긴 팔 티셔츠와 그저 편해 보이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신발은 농구화로 보이는 운동화였고, 평범한 가방(여행용 가방이 아니라 운동 선수용 같은) 두 개가 그의 소지품의 전부였다. 하지만 토론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아주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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