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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 일찍이 생태적 각성을 촉구한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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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1907∼1964)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선각자다. 이미 현대의 고전이 된『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02년)을 통한 생태 위기의 경고 선언이 마치 예언처럼 적중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카슨은 선지자는 고향에서 박대를 받는다는 속설의 예외적 경우에 속한다. 1990년대 중반 '봄의 침묵'(넥서스, 1995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의 띠지에는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격찬한 환경운동의 불후의 명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지만, 『침묵의 봄』은 1962년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에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독자의 호응도 좋아 50여 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레이첼 카슨(1907∼1964)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선각자다. 이미 현대의 고전이 된『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02년)을 통한 생태 위기의 경고 선언이 마치 예언처럼 적중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카슨은 선지자는 고향에서 박대를 받는다는 속설의 예외적 경우에 속한다. 1990년대 중반 '봄의 침묵'(넥서스, 1995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의 띠지에는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격찬한 환경운동의 불후의 명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지만, 『침묵의 봄』은 1962년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에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독자의 호응도 좋아 50여 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렇다고 선지자를 향한 핍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침묵의 봄』의 출간에 앞서 책의 내용을 요약한 시리즈의 첫 회가 잡지 『뉴요커』에 실리자 독자들은 카슨의 주장에 크게 공감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화학 물질 제조업체 관계자와 정부의 살충제 프로그램에 관여한 공무원이 카슨의 주장을 반박하려 했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그들은 그녀를 향해 인신공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또, 1962년 말에 미국 CBS방송이 『침묵의 봄』에 대한 특별프로그램을 내보내겠다고 발표하자 정체불명의 협박편지가 방송사로 날아들고, 몇몇 기업이 방송 협찬을 철회하기도 했다. 허나 이런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이듬해 봄, 레이첼 카슨의『침묵의 봄』을 다룬 특별프로그램은 CBS의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다. 또한 1963년 5월 15일 발표된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의 살충제 사용에 관한 보고서는 카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으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어쩌다가 발견되는 몇 마리 새들도 몹시 몸을 떨면서 날지도 못하고 푸드득거리다가 죽고 마는 것이었다.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울새, 비둘기, 어치, 굴뚝새, 또 다른 수많은 새들의 울음 소리와 더불어 새벽이 밝아 오곤 했는데 이제는 죽음의 정적만이 저 들판과 숲과 늪 위에 깔려 있을 뿐이었다."

20세기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묘사한『침묵의 봄』의 한 구절이다. 봄이 왔으되 봄 기운을 감지하기 어려운 것은 DDT로 대표되는 온갖 화학 살충제가 봄의 전령사들의 씨를 말린 탓이다. 1940년대 DDT를 개발한 미국은 해충구제에 이 살충제를 남용한 결과 자연환경에 엄청난 파괴를 가져왔다.『침묵의 봄』은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생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그것을 야기한 과학기술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 책이다.

 현대의 고전으로 통하는 명저답게 이 책은 여러 종류의 한글판이 있다.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만 해도 서너 권이고,『봄의 침묵』에다『이제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제목을 풀어 쓴 것도 있다.『침묵의 봄』이 기념비적인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레이첼 카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은 최근 번역된『우리를 둘러싼 바다』(양철북, 2003년)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그녀의 해양생물학자로의 자질과 작가적 재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카슨은 과학적 사실을 명료한 서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타임』지의 평가는 적절하다. 또한 이 책은 그녀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1950년대에 씌어진 책이지만 요즘 독자를 위한 해양과학서적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책은 바다의 생성부터 바다의 표면, 깊은 바다, 해저, 파도와 해류, 썰물과 밀물, 그리고 해양 자원에 이르기까지 바다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약간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은 10년 후 펴낸 개정판에 카슨이 붙인 주석과 최근판(1989년)에 덧붙은 해양생물학자 제프리 레빈턴 교수의 후기가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지식이 업데이트되는 자연과학분야에서 반 세기 전에 나온 책이 여전히 독자에게 호소력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카슨이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슨은 난해한 해양과학의 이치를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바닷물이 파랗게 보이는 까닭을 설명한 대목을 보자.

"바다가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은 햇빛 중 파란색이 물 분자나 바다에 떠 있는 미세한 입자들에 반사돼 비치기 때문이다. 물 속으로 들어가는 광선 중 빨간색 빛 전부와 대부분의 노란색 빛은 물에 흡수되고, 물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비치는 빛은 주로 차가운 파란색 계통이다."

이 정도는 상식에 속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독자가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께는 조석(潮汐)과 달, 그리고 지구 자전 사이의 연관성에 관한 설명이 준비돼 있다.

"조석 마찰은 달을 멀리 밀어 내는 2차적인 효과를 나타내는데, 이미 달은 지금까지 32만㎞ 이상 밀려났다(역학 법칙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질수록 달의 자전 속도는 가속되고, 원심력이 달을 더 멀어져가게 만든다고 한다). 달은 멀어짐에 따라 조석에 미치는 힘이 약해지고, 조석은 갈수록 약해지게 된다. 이것은 또한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각을 더 길게 만든다."

또한 1차적으로 조석 마찰은 지구의 자전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한편 바다를 지구 온도 조절 장치로 보는 것이나 바다의 순환성을 강조한 표현-"바다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없다. 모든 물질 입자는 사용하는 주체가 바뀌면서 계속 반복해서 사용된다."-에서는 훗날 드러날 생태 사상가의 면모를 예감케 한다.

이쯤 되면 바다를 주제로 한 레이첼 카슨의 또 다른 책들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카슨은 바다에 관한 전기로 통칭할 만한 세 권의 책을 썼다. 그중 바다에 관한 연구서인 1951년작『우리를 둘러싼 바다』만 최근에야 비로소 한글판을 얻었고, 서정성이 더욱 돋보이는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 Wind』(1941년)와 우리 주변 바닷가 생물의 재미난 생태를 담은 『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1955년)는 번역이 안 된 상태다. 그런데 미번역인 카슨의 바닷가 이야기에는 대체제가 없지 않다. 앤 모로우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볼 수도 있다. 앤 모로우 린드버그는 대서양 횡단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아내이기도 하다.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코리브르)는 1956년 7월 『우먼스 홈 캠패니언』이라는 잡지에 '당신의 자녀가 자연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글을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다. 짧은 글에 자연을 찍은 천연색 사진을 곁들인 단아한 소품으로 볼 수도 있으나 단행본이 되기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레이첼 카슨의 마지막 노래'라는 한글판의 부제가 말해주듯 그녀의 명성에 기댄 기색이 역력하다. 

레이첼 카슨은 환경운동의 대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역사적 위상에 견주어 레이첼 카슨의 생애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로선 두어 권의 인물 선집을 통해 그녀의 간추린 삶을 접할 수 있다.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의 얘기를 담은 책으로 두 권으로 된『참 아름다운 도전』(명상)에서 레이첼 카슨을 만나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 책의 첫 권은 네 번째 인물로 카슨을 다룬다. 사진을 통해 그녀의 생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영문학에서 전공을 바꿔 해양생물학 석사 과정을 밟은 동기를 들을 수 있다.

"나는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볼 수 있기를 꿈꾸었을 뿐인데, 바다에 관한 책을 몽땅 찾아 읽는 것으로 그 꿈을 대신했다. 그래서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학문이었지만 해양생물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여자 어린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키워주는『나는 과학자의 길을 갈테야』 (창작과비평사)에서도 레이첼 카슨은 과학의 새 길을 개척한 여성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부각된다.『참 아름다운 도전』이 환경운동 개척자로서 레이첼의 업적을 높이 샀다면, 이 책은 해양생물학자로서의 공로를 기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과학과 문학을 절묘하게 아우른 측면을 높이 평가했다. 책은 레이첼 카슨이 진리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과학과 문학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녀의 말을 인용해 확증한다.

"과학의 목적은 문학의 목적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발견하고 알리는 데 있습니다. 나의 책에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도 자연 세계를 진실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레이첼 카슨의 전 생애를 폭넓게 살펴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조만간 폴 브록스의 『레이첼 카슨 평전』(그물코)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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