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튼네 사람들〉이나 〈초원의 집〉 〈스몰빌〉에 등장하는 것 같은 가족이 이 세상에는 실제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 오로지 사랑과 아낌만 보여주며, 서로의 심기를 건드릴 짓은 절대로 안 하면서 곱고 바르게 살아가는 가족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서로의 복장을 끊임없이 긁으며 징글징글하게 미운 정을 쌓아가는 것이 더 흔히 목격하게 되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그러한 가족의 모습은 미국 드라마, 특히 코미디의 영역에서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징글징글하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만한 〈Married with Children〉의 가족들이나, 엄마인 마사와 리사 심슨은 바른 길로 가려고 하지만 아버지인 호머와 아들 바트 심슨은 심술궂은 어린 사내아이의 행태를 끝끝내 버리지 못하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가족, 〈Married with Children〉보다는 약간 덜하지만, 서로 골탕 먹이는 게 낙인 듯 바람 잘 날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내 사랑 레이먼드Everybody Loves Raymond〉의 가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능장애를 겪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코믹하고도 가시 돋치게 그려냅니다.
| 최강의 비호감 가족이자 콩가루 집안의 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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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막을 내린 〈Married with Children〉의 번디 가족 이래 최강의 비호감 가족으로 떠오른 것이 〈Arrested Development〉의 블루스네 가족입니다. 주택 건설업에서 은퇴를 앞둔 아버지 조지 블루스가 사기죄로 잡혀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는 이 가족의 이야기는 콩가루 집안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가업을 이어받으려다가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족을 졸지에 떠맡게 된 마이클만이 정상에 가까운 인물을 보여줄 뿐, 나머지 식구는 조금이라도 예쁘게 봐줄 수 있기는커녕 진상도 그런 진상이 따로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주택과 부동산 사업으로 덜컥 부를 쌓은 한 경박한 가족의 이야기는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Arrested Development〉는 시추에이션 코미디이기는 하지만, 여러 색다른 장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세트 안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중간중간 관객의 웃음소리를 집어넣는 전통적인 시트콤과는 달리 야외의 공간을 많이 활용하며, 내레이션을 사용하여 다큐멘터리 같은 요소를 쓰기도 하지요.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이자, 예전에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호스트를 하기도 했던 론 하워드는 이 코미디의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미디어를 장식하는 블루스 가족의 모습과 웹사이트 스크린 샷, 그들의 과거 행적을 보여주는 플래시백도 아주 빈번하게 등장하고요. 그 가운데 몇몇 배우들의 슬랩 스틱 같은 연기는 이 코미디에 오히려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입혀주기도 합니다.
| 마이클 여자 친구로 나와서 꽤나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던 샤를리즈 테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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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Arrested Development〉는 시리즈 내내 어마어마한 상복을 과시했습니다. 시즌 3이 막을 내린 지금까지 3년간,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전미 비평가 협회상 등, TV 코미디 부문에서는 가히 독보적으로 군림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시상식에서 빛나는 총아로 활약했건만, 그 보람도 없이 쇼는 시즌 3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평균 400만 명이라는 시청자 수는 어지간한 케이블 채널이라면 볼멘소리 하지 않고 받아들 성적표이지만, 공중파인 FOX 채널로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FOX는 이 코미디를 〈먼데이 나잇 풋볼〉 바로 뒤에 배치하는 수혜를 베풀고, 시즌 3에는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엄청난 스타를 게스트로 몇 회 출연시키기까지 하지만 전세를 역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22개로 예정되었던 에피소드가 13개로 마무리되며 시리즈 전체가 종영을 맞았지요. 쇼타임이라는 케이블에서 가져간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제작자인 미첼 허위츠가 더 이상 만들 거리가 없다며 고사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공중파에는 너무 독특했던 형식이 극을 조금 산만하게 만들고, 시청자의 주의를 집중하는 데 실패한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Arrested Development〉는 보는 내내 낄낄거리는 것보다는 좀더 큰 소리로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코미디입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캐릭터들과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면피용이나마 조금도 등장하지 않고 계속 빈정대며 뒤틀려 있는 모습이 종종 폭소를 자아내거든요.
| 자... 2006년도 에미상에서도 여전히 귀여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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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식을 거느린 조지 블루스의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품이나, 모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술고래 엄마 루실 블루스, 동생 마이클을 끊임없이 파멸의 구렁텅이로 끌어내리는 어설픈 마술사이자 장남 좁 블루스, 마마보이이자 거의 금치산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막내 동생 버스터 블루스, 허세에 빠져 쇼핑으로 나날을 사는 마이클의 여동생 린지, 배우의 꿈을 허황되게 좇으며 처남에게 얹혀사는 린지의 남편 토바이어스, 소심하여 자신의 생각은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마이클의 아들 조지 마이클까지,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도 출중합니다. 여기에 무능하고 사회 부적응자들인 가족을 부양하는 주인공 마이클의 운명은 어쩐지 알 파치노가 연기한
〈대부〉의 마이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름이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환란의 패밀리를 떠안고 가는 운명이 왠지
〈대부〉를 빌려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이 분양하기로 했던 주택의 모델 하우스, 황량한 매립지 위에 홀로 서 있는 가짜 집에 모여 살며 모래성을 쌓아 올립니다. 이 발육이 정지된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기 위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밖에 나가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의존적인 인간들의 집합소입니다. 마이클은 식구들에게 진저리를 내면서도, 그들을 돌보며 악전고투하는 것을 자기만족의 원천으로 삼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아이러니를 어떤 가족 드라마, 시트콤보다도 탁월하고 코믹하게 잡아내고 있는 작품이 〈Arrested Development〉랍니다. 하나같이 비호감인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호의를 사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2006 에미상에도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는 〈Arrested Development〉가 마지막까지 시상식의 귀염둥이로 화려한 퇴장을 맞이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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