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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판타지, 그리고 무한 액션 -〈앨리어스〉

〈앨리어스〉는 배신과 부활의 드라마입니다. 우선 부활. 현실의 것이 아닌 기술을 마구 쓰기로 작정한 바에야, 사람 죽이고 살리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는 일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죽였다가 극적으로 살려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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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미션 임파서블 3〉를 보았습니다. 과연 J. J. 에이브럼스의 연출작답게, 첩보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신기의 기술과 부서져라 쏟아져 내리는 액션을 보며 움찔대느라 숨 돌릴 틈 없는 시간이었답니다. 재미있게 본 셈인데, 어쩐지 뒤끝이 허전합니다. 뭐 한 번 보고 즐기면 그만인 액션영화를 보며 무슨 기대를 하느냐는 얘기는 아니거니와, 굳이 따지자면 공산품에 가까운 짜고 치는 고스톱이어도 〈다이 하드〉〈터미네이터〉, 〈스피드〉 같은 잘 만든 액션영화에 필적할 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거의 6년 만에 컴백한 공백을 호쾌한 액션으로 일거에 메워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마구 쏟아 붓다 보니 너무 바쁘게 가는 느낌이랄까요, 너무 작정하고 애쓴 흔적이 언뜻언뜻 눈에 띄어 정작 스토리는 섞이다 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감상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액션이 주이며, 스토리라인은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않아도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고,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관객의 저항을 더 받게 되는 액션영화지만, 러닝 타임의 짐 앞에 무조건 장사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했습니다. 게다가 감독이 J. J. 에이브럼스입니다. 그가 크리에이터이자 제작자로 나섰던 〈앨리어스〉를 지난 5년간 보아온 시청자들이라면, 더욱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을 법도 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1〉〈앨리어스〉가 시리즈를 시작하기 훨씬 전에 만들어졌고, 감독도 달랐기에 당연히 비교할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3〉는 에이브럼스가 연출했기 때문에, 〈앨리어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거의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편은 〈제5전선〉이라기보다는 〈앨리어스〉를 주인공만 남자로 바꾸어 영화화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니까요.

에이브럼스가 〈앨리어스〉에서 5년 동안의 시간을 들여 넉넉하게 꼬고 짠 이야기와 액션이 빈약해진 것이 허전함의 원인이었습니다. 〈앨리어스〉는 첩보기관의 스파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15세기 가상의 예술가이자 예언가인 램발디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싸움이 주된 틀을 이루고 있습니다. 램발디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델로 삼은 것은 분명해 보이고,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구석도 교묘하게 섞여 있는 인물이지요. 15세기 예술가의 비밀이 주된 이야기 축인 만큼 현실적인 첩보물이라기보다는 판타지와 SF의 분위기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드라마입니다. 시즌 3까지는 멈출 수 없게 몰아치던 이야기가 시즌 4, 5에는 약간 엉성하다 싶게 흐트러지기는 하지만, 〈24〉와 함께 누가 뭐래도 폐인형 마니아를 가장 많이 양산하기도 한 문제작임은 틀림없습니다.

〈앨리어스〉는 여주인공 시드니 브리스토 역을 맡은 제니퍼 가너가 아니고서는 성공을 거두기도, 심지어는 제작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에이브럼스는 WB의 청춘물 〈펠리시티〉를 제작할 때 조연으로 쓴 제니퍼 가너의 생기에 매료되어, 아예 그녀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앨리어스〉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귀여운 인상이지만, 야무진 턱선 덕분에 영특해 보이고, 신체 또한 강건하여 여전사의 카리스마를 내뿜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또 저는 제니퍼 가너만큼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배우를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극도로 긴장감 넘치는 임무 사이사이에 그녀가 보여주는 미소는 시든 꽃도 다시 피게 할 것만 같이 화사하지요. 그런 그녀가 회마다 화려한 변장을 선보이며, 임무수행을 위해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합니다.

〈앨리어스〉는 배신과 부활의 드라마입니다. 우선 부활. 현실의 것이 아닌 기술을 마구 쓰기로 작정한 바에야, 사람 죽이고 살리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는 일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죽였다가 극적으로 살려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비중이 전혀 없는 엑스트라만 아니면 인물이 죽었다고 아쉬워할 일도 없이, 지긋하게 기다리고만 있으면 멀쩡히 되살아와 제자리를 찾습니다. 부활을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자꾸 보다 보면 애교스럽고 코믹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답니다. 다음으로는 배신. 배신, 그리고 또 배신입니다. 시드니 브리스토는 대학 시절에 CIA 산하에 비밀업무를 담당한다는 조직 SD-6의 스카우트를 받고 스파이 생활에 입문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 조직은 램발디의 비밀을 완성하려는 음모로 탄생한 유령 조직임이 드러납니다. 그로부터 지극히 충성심 있게 보이던 사람이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배신의 연속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드니의 엄마이자 러시아 스파이 출신인 이리나 드레코프가 있습니다.

확실히, 이리나 역을 맡은 레나 올린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제니퍼 가너의 카리스마도 충분히 만만치 않지만, 레나 올린에게는 오히려 밀리고 눌린다는 느낌마저 드니까요. 레나 올린의 등장으로 〈앨리어스〉는 결정적으로 흥미진진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원톱 여자 주인공의 ‘포스’를 위태롭게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는지, 레나 올린은 아쉽게도 시리즈에서 꽤 오랫동안 사라지기도 하지요. 레나 올린을 오랜만에 보면서 새삼 떠올리게 된 기억이 있는데,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함께 나왔던 〈프라하의 봄〉에서도 올린은, 남부럽지 않은 개성의 소유자이자 당시의 유명배우였던 주인공 줄리엣 비노쉬도 압도했던 것 같은 느낌이 그것입니다. 그런 기억을 생각하면, 그간 거의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잠잠했던 배우였던 것 같습니다.


화려한 테크놀로지, 옥에 티라고는 전혀 괘념치 않는 듯 그저 달리기만 하며, 볼 끝이 지저분하고 난삽하더라도 스트라이크만 잡으면 되지 않느냐는 정신으로 굳건히 무장하고 밀어붙여 온 〈앨리어스〉의 종영이 마냥 아쉽기만 합니다. 〈로스트〉의 잭 셰퍼드, 〈24〉의 잭 바우어와 함께 “잭 삼총사”를 구가했던 시드니의 아버지 잭 브리스토의 싸늘함, 끊임없는 자학 개그로 극을 썰렁한 재미로 도배했던 마샬, 에이브럼스가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와이스 요원(이 역을 맡은 그렉 그룬버그는 〈미션 임파서블 3〉에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펠리시티〉부터 이어진 인연이 〈로스트〉를 거쳐 〈미션 임파서블 3〉에까지 이르게 된 거지요), 밟고 또 밟아도 일어서는 의지의 악당 아빈 슬론에 이르기까지, 주 캐릭터들에게 든 정도 꽤 깊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제작자인 에이브럼스는 공개석상에 설 때마다 이 드라마가 패밀리 드라마임을 강조, 또 강조했다고 하는데, 이런 서늘하고 난감한 경우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딴에는 시드니, 잭, 이리나로 꼬이는 기묘한 가족 관계, 혹은 슬론과 나디아로 묶이게 되는 애틋한 부녀지정을 염두에 둔 항변이겠지만, 아무리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그건 좀 지나치게 어마어마한 장르의 퓨전일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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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어스 시즌』 제프리 에이브럼스 | 브에나 비스타/월트디즈니(기획사) | 2006년 02월
<앨리어스>는 CIA를 무대로 여성 비밀 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미국 abc 방송의 간판 프로이다. 빈틈없는 각본과 뛰어난 액션, 예측 불허의 반전과 스릴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X-파일" 종영 이후 허전해 하던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후속타로 떠오르며 미국의 일요일밤을 장악한 특급 TV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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