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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의 영광을 재현하라! - <조이>

모르긴 몰라도, 오늘날 미국 시트콤과 드라마를 좋아하고 즐겨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프렌즈>가 시발점이었던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프렌즈>를 보다가 다른 건 또 뭐 없나, 하면서 찾아보시게 된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는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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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이나 <웨스트 윙> 등의 걸출한 드라마도 있지만, 방송국 NBC를 이끈 힘은 시트콤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치어스>에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NBC의 시트콤은 1990년대로 넘어오며 <사인펠드>, <치어스>의 스핀 오프 시리즈인 <프레이저> 그리고 시추에이션 코미디 사상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프렌즈>로 황금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사인펠드>, <프레이저>, <프렌즈> 등 네 개의 시트콤이 목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대에 30분씩 연달아 방영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더랬습니다. 1998년에 <사인펠드>가 종영되었을 때도 <윌 앤 그레이스>가 무리 없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그에 힘입어 다른 방송국들도 시트콤 제작(방영)에 뛰어들면서, 1990년대 후반은 가히 시트콤 시장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허나 <윌 앤 그레이스>마저 종영을 앞둔 지금, NBC의 시트콤 명맥은 초라하기 그지없어지고 말았습니다. NBC뿐 아니라 활활 타올랐던 시추에이션 코미디 시장 자체가 불시에 싸늘해진 듯, 최근 들어서는 골라 봐야 할 만큼 재미있는 쇼가 넘쳐나던 시트콤이 조금 시들해진 것 같습니다.〈Arrested Development〉같이 약간 색다른 시도를 한 작품이 간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공개 녹화로 이루어지는 정통 스튜디오 시트콤은 크게 맥을 추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어찌 보면 TV의 전성기를 되살렸다고도 볼 수도 있는 시트콤들이 정통 드라마의 약진과 여러 새로운 형식의 쇼, 이를테면 리얼리티 쇼의 난립에 밀려버렸다고도 할 수 있을까요? 아닌 게 아니라 동 시간대 시청률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프렌즈>에 첫 위기가 온 때도 CBS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첫 대형 히트작인 <서바이버>를 들고 나왔을 때였습니다.

당시에 이미 7시즌에 들어섰던 <프렌즈>는 긴장감과 밀도에서 그렇지 않아도 약간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섯 선남선녀들의 막강 스타 파워를 내세운 <프렌즈>는 10시즌으로 시리즈 피날레를 맞이하기까지 참으로 커다란 인기를 누리며 여러 화려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여섯 명이나 되는 배우에 한 에피소드당 100만 달러의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은 그 인기가 전세계적이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 시리즈 피날레는 거의 슈퍼볼과 같은 급의 광고료를 업체들로부터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남자 세 명, 여자 세 명 또는 약간 변형된 수적 구성으로 꾸며지는 시트콤이 쏟아져 나왔던 것도 물론 <프렌즈>의 영향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날 미국 시트콤과 드라마를 좋아하고 즐겨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프렌즈>가 시발점이었던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프렌즈>를 보다가 다른 건 또 뭐 없나, 하면서 찾아보시게 된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는 말씀이지요. 그런 <프렌즈>가 마침내 막을 내린다고 하자 아쉽고 허탈해하는 팬들 또한 참으로 많았습니다. 10년이라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이어왔고 더 이상 끌고나간다는 것이 억지스러우리라는 것에 수긍을 하면서도, 극중 대사처럼 “the end of era”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피날레였습니다. 친구들이 가족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죽고 못 살고, 실제로 거의 가족처럼 지내면서 언제까지나 찧고 까불며 동네 꼬마 녀석들처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고 싶은 것이 시청자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런 게 다 가능할 것 같은 곳이 뉴욕이라는 동네일 텐데, 30대 후반이 마지노선이라도 되는 듯, 철들어 저마다 다른 길을 떠나고 맙니다. <섹스 앤 더 시티>도 그러했고 말입니다.

팬들의 엄청난 아쉬움에 힘입어, 또 <프렌즈>의 영광을 잇고자 제작된 쇼가 <조이>입니다. 그리고 <프렌즈>의 인기와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증명하는 것만으로 소임과 운명을 다할 쇼가 <조이>입니다. 시트콤의 한 캐릭터가 나와 독자적인 시트콤을 꾸려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는 <프레이저>가 있습니다. <치어스>의 무대 ‘치어스’의 단골손님이던 프레이저 박사가 원 톱으로 극을 이끌면서 11시즌 동안 큰 호응을 받으며 장수한 시트콤이 <프레이저>이지요. 그러고 보면 <치어스>는 작품 자체도 인기를 누리며 성공했지만, 많은 출연배우들이 대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인 테드 댄슨이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크리스티 앨리가 <마이키 이야기> 시리즈로 영화배우로서도 입지를 굳혔고, 얼빵한 바텐더로 웃음을 주었던 우디 해럴슨은 지금은 잠잠한 감이 있으나 한때 대스타급까지 올랐었지요. 어쨌거나 <조이>는 <프레이저>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드러내며 사라져갈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프렌즈>의 마지막 시즌인 10시즌부터 <조이>를 위한 포석은 계속 있었습니다. 머리 안 좋고 식탐 좋은 것과 관련된 설정이 꾸준히 등장하고, 조이와 레이첼이 얼렁뚱땅 러브 스토리를 엮어내는 좀 억지스러운 상황도 등장하고는 했지요. 하지만 기대 반으로 열어본 뚜껑은 ‘역시나’라는 다른 반쪽으로 기울어버리고 맙니다. 시트콤의 생명인 재미있는 상황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고, 조이의 멍청함과 식탐만으로 밀고 나가니 남는 것은 억지스러움뿐입니다. 정극도 그렇겠지만, 특히 시트콤의 설정이라는 것은 억지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조이>는 그 억지를 다 알고 보면서도 아닌 척 웃게 하는 시트콤의 목표와 본분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만 듯합니다. 조이는 한 작품을 원 톱으로 리드하기에는 부족함과 허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사실 <프렌즈>의 여섯 캐릭터는 여섯 가지 면모를 갖춘 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기적으로 너무 탄탄하게 묶여 있었습니다. 거기서 한 면모만 뚝 떨어져 나와 독립적으로 증식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상황은 받침이 안 되는데도 캐릭터의 개성만을 무리하게 부각시키다 보니, “친구들은 다 어디 갔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이>는 시즌 1에서 꽤 괜찮은 시청률을 올리며 <프렌즈>의 인기를 재입증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어느 팬의 말마따나 “보아야만 할 것 같기에” 보는 것이 그 시효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최근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프렌즈>의 여섯 친구들이 수백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고 4부작 특집 출연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곧이어 루머로 판명됐습니다. 세 명의 남자 주인공을 모아 새로운 시트콤을 만든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사실 유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 모든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뉴스는 <프렌즈>가 남긴 잔영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꼭 <프렌즈>의 부활이나 스핀 오프가 아니더라도, 한 시절을 풍미할 시트콤이 다시 출현하여 우리에게 웃음의 묘미를 전해 주기를 기대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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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시즌 1 SE 박스세트 (4Disc)』 워너브라더스 | 2005년 11월
"프렌즈 시즌 1"은 2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뉴욕시 전체가 정전되는 소동으로 인해 일어나는 각가지 해프닝, 피비의 쌍둥이 언니가 조이와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오해들, 그리고 원숭이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폭소만발의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특히 로스의 짝사랑을 알게 된 레이첼의 러브 스토리와 발렌타인데이에 여섯 명의 로맨스가 가슴 따뜻한 웃음을 안겨준다. 에미상을 수상한 최고 흥행 TV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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