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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가지 키워드로 풀어본다! - 〈24〉Part ②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타의 드라마 폐인들이 같은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하면서 관심과 담론을 넓혀간다면, 이놈의 〈24〉폐인은 겨우 딱 한 번 보는 것에 불과하면서 그 와중에 온 기력과 체력이 바닥나 버리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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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것이 바로 폐인 드라마!

중독 얘기 또 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조금 더 보태지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 폐인 드라마라는 말이 유행한 지 몇 년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럴듯하게 폼 나고 스타일리시하며 시청자의 큰 호응은 받지 못했으나 특유의 완성도로 매니아를 형성해 낸 작품에 폐인 드라마라는 별명을 붙이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24〉는 단어 뜻 그대로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폐인 드라마입니다. 시즌 하나를 끝내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밥할 시간도 없어서 라면이나 끓여먹으면서, 헝클어진 머리와 충혈된 눈으로 두 손 부르르 떨며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마력과 같은 중독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타의 드라마 폐인들이 같은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하면서 관심과 담론을 넓혀간다면, 이놈의 〈24〉 폐인은 겨우 딱 한 번 보는 것에 불과하면서 그 와중에 온 기력과 체력이 바닥나 버리는 양상입니다. 정제해서 강건하게 비축해 둔 체력을 바탕으로 단 며칠 만에 온 정신을 한 군데로 쏟아 부어 시즌 피날레를 본 후 잠자리에 듭니다. 동트는 아침 햇살에 눈을 부비며 옅은 숨으로 뱉어내는 〈내일의 죠〉의 마지막 구절, “하얗게, 하얗게 불태웠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폐인 드라마입니다.

#14. 자동차

그간 〈24〉에서 등장하는 자동차 공식은 나쁜 편, 즉 테러범은 토요타의 렉서스를 타고, 좋은 편, 즉 CTU는 포드 익스플로러를 탄다, 그것이었습니다. 거의 스테레오타입화된 장치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토요타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는 왠지 깍두기 형님들이나 나이트클럽 젊은 사장님이 타고 다니겠거니 싶은 느낌이 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퍼펙트 월드〉에서 탈주범으로 분한 케빈 코스트너 역시 미국인이라면 포드를 훔쳐야지 하는 장면이 나온답니다. 너무도 뻔한 장치였지만 왠지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포드 자동차가 그렇구나, 공연히 넘어갔던 장면입니다.

하지만 〈24〉 시즌 4 DVD에 담긴 시즌 5 예고편은 “제공 토요타 자동차”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등장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잭이 타고 나오는 차는 토요타의 중형 세단 아발론이고, 잭을 만나기 위해 클로이가 타고 오는 파란색 차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고 다닌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입니다. 뒤이어 등장하는 장면에서 잭을 쫓는 사람들이 타고 나오는 차는 예전에 나쁜 편이 타고 있던 렉서스가 아니라 이제는 BMW입니다. 나중에 잭이 CTU로 복귀하게 되면 무기를 잔뜩 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다시 예전의 마초 SUV 포드 익스플로러로 돌아갈지도 모르나, 어쨌든 시즌 5의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공식은 이제 더 이상 나쁜 편은 렉서스를 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토요타가 공식 스폰서로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드는 생각은, 어지간한 사람이나 회사라면 자사 제품이 “나쁜 편”의 트레이드마크인 양 사용되는 것에 비분강개하고 항의나 하고 있었을 법한데, 침착하게 스폰서십으로 대처하는 토요타 또는 일본 특유의 상술은 역시 놀랍다는 것입니다. 차 내주고, 제작비 지원할 테니, 그렇지 않아도 잘 나가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그냥 놔달라는 취지였을까요?

#15. 배신

대 테러 본부라는 아주 폐쇄적인 공간 안이지만, 또 제아무리 치밀하게 인사관리를 해도 배신자는 나옵니다. 긴밀하게 함께 일하며 끈끈해진 동료 사이도 서로 감시를 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죄에서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해 무고한 다른 사람의 죄를 조작해 내는 일도 생깁니다. 절대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되지만, 영웅 캐릭터 특유의 사람 잘 믿는 주인공의 행동이 아이러니한 비극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배신은 또한 어김없이 반전의 계기가 됩니다.

#16. 테러리즘 하나

2001년 9월,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기 전부터 〈24〉는 공격받는 미국의 영토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신념과 명분만이 옳다며 테러를 가하고, 거기에 다시 테러로 응대합니다. 완전히 빠져 보고 있다가도, 그러게 저렇게 당할 짓을 하지 말지, 하는 소박한 생각이 들고는 한답니다. Peace!

#17. 테러리즘 둘

〈24〉에서 다루는 테러는 신념과 명분에 관한 것만은 아닙니다. 〈24〉는 무조건 이슬람만을 카운터 파트로 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돈을 노리고 테러 세력에게 정보를 넘기거나 도움을 주고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용병들입니다. 군인으로 일했으나 국가의 배신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 또는 오로지 돈 또는 폭력에 대한 마르지 않는 갈증으로 사람의 목숨을 미끼삼는 냉혈한들의 행각이 〈24〉의 주요한 코드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24〉의 카운터 테러리즘을 미국 중심의 무차별적인 응징으로 반듯하게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아주 불가피한 사소한 장치쯤으로 돌려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테러리즘의 배후가 누가 되느냐를 예측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시즌을 거듭할수록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테러리즘의 종류를 예측한다거나, 혹은 매운맛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구미를 현혹시키기 위해 어떤 강도의 테러리즘을 들고 나올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24〉를 보는 재미를 키워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18. 여성 팬

그저 통계적으로만 볼 때의 말씀입니다만, 여자들은 보통 액션 영화나 드라마는 즐기지 않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취향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도 액션은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즐기지도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바로 저 같은 사람들이 〈24〉에 흥분하는 감상을 올리는 일을 종종 보고는 합니다. 물론 이야기를 긴 시간에 가져가다 보니 디테일이 살아난다는 점을 여성 팬들도 〈24〉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하기가 쉽지만, 그보다는 긴장감 넘치고 시원스러운 액션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묘미를 알게 된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아, 최근 몇 년간 영화관이 멀티플렉스화 및 럭셔리화하면서 예전처럼 영화관에서 액션 영화를 즐기며 함께 박수치던 광경이 없어진 것도 짚고 넘어가면 어떨까 합니다. 생각해 보니 영화관에서 마지막으로 박수를 쳤던 기억은 〈스피드〉를 보면서 공사가 덜 끝나 아직 이어지지 않은 다리를 버스가 어찌어찌 뛰어넘어 안착하던 장면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합니다. 몇 년 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 아라곤이 귀신 부대를 이끌고 나타나던 장면에서 어찌나 박수를 치고 싶었던지 손을 들어올렸다가 조용한 주위를 괜히 둘러보고 오물조물 거리기만 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어쨌든 영화관에서 박수치던 추억이 그리운 여성 팬들께서는 이제는 무대를 TV로 옮겨서 〈24〉의 짜릿한 액션에 시원한 박수를 보내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국내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여가수 보아도 〈24〉의 팬이라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19. 엘리샤 커스버트

전형적인 금발 미녀인 엘리샤 커스버트는 영화 팬들에게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전통의 미국식 이웃집 여자 판타지를 충족시켜 준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드라마 팬들에게는 〈24〉의 잭 바우어 딸인 킴 바우어 역할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배우입니다. 〈24〉는 킴 바우어 역의 엘리샤 커스버트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엘리샤 커스버트는 〈24〉 시즌 1에서 분위기상 거의 홍일점 하이틴 스타로 열연하며 다음해인 시즌 2와 3에서도 주연급으로 낙점을 받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애끓는 부정(父情)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이 등장하긴 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섹시하고 매력적인 금발 미녀 스타는, 가루 가지고 떡 못 만들랴, 즉 아무리 못해도 기본은 건질 수 있는 아이템임은 분명했습니다.

이 배우는 시즌 2를 마지막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TV에서 뜬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수밖에 없는 스크린 진출을 감행하게 됩니다. 게다가 엘리샤 커스버트라는 배우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상당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슨 TV 드라마가 몇 개월씩 촬영하는 동안 의상의 변화라고는 하나도 없고(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변장을 하는 장면이 있긴 있었군요), 한 시즌 더 출연을 결정했더니 자신의 섹시미를 도저히 드러낼 수 없는 이상한 헤어스타일에 밋밋한 정장을 입혀 놓기나 하고, 딴에는 몸을 날려가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을 하는데도, 질질 짜기만 하네, 트러블 메이커네, 국가 안보에 도움이 안 되네, 이야기 전개상 겉도는 것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 애비 속 좀 고만 썩이라는 둥의 핀잔만 잔뜩 들었으니 화가 치밀 법도 했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24〉를 떠난 엘리샤 커스버트는 첫 스크린 주연작인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가 전세계 극장 개봉에서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영화를 본 모든 남자 팬들이 호기심으로 주연 여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다가 드라마 〈24〉까지 도달하게 되는, 주연여배우로서는 그럭저럭 성공한 작품으로 남습니다. 1년 후 하이틴 스타라면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자 관문 중의 하나인 공포영화로 엘리샤 커스버트는 두 번째 스크린 도전을 합니다. 조엘 실버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설립한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다크캐슬 엔터테인먼트에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하우스 오브 왁스〉가 그것입니다. 이번에도 엘리샤 커스버트는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쳐 보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정작 언론이나 관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은 주연 배우였던 엘리샤 커스버트가 아니라 조연에 불과했던 패리스 힐튼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답니다. 아주 시기적절하게 인기 TV 시리즈 〈심플 라이프〉에서 단짝 친구 니콜 라치와 결별을 선언했던 패리스 힐튼은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 주연배우들을 물리치고 홍보문구와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악역을 맡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후 또 1년이 지난 2006년. 스크린에서 어중간하게 절반의 성공을 거둔 엘리샤 커스버트가 〈24〉의 다섯 번째 시즌 출연배우 라인업에 올라 있다는 소식이 있답니다. 아내도 잃고 여자도 잃고 그나마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딸마저 멀리 떠나보내야 했던 잭 바우어에게는 드라마상에서도 감동적인 부녀상봉이 아닐 수 없겠으나, 이번에는 또 무슨 역할로 어떻게 등장해서 갈 길 바쁜 아버지 발목을 붙잡을까 하는 생각에 많은 〈24〉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안 그래도 정체성을 잃은 잭 바우어가 혈혈단신 용병 비스무리하게 시즌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인데, 거기에 골칫덩어리 킴마저 가세해서 가족사에 끌려 다니다 액션의 규모가 축소되지나 않을까 하는 〈24〉 팬들의 소박한 마음 씀씀이가 아닌가 싶습니다요.

#20. 패밀리 드라마(?)

〈24〉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층은 비단 젊은층만이 아닙니다. 솔직히 어지간한 미국 TV 드라마, 잔혹한 장면도 많고 야한 장면도 심심찮게 등장해서 형제자매, 부모님과 함께 보기가 영 껄끄럽기 그지없습니다. 〈24〉는 전혀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아주 좋아하는 나머지,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같은 주제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24〉는 진정한 미끼가 될 듯합니다. 어지간한 절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훌렁 넘어올 것이 분명할뿐더러, 순간 당혹스러운 장면이 나와서 서로 민망해질 일도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21. 전화벨

〈24〉의 방영 기간이 4년 이상 지나면서 컴퓨터도 바뀌고(애플에서 델로), 차도 바뀌고, 핸드폰도 바뀌고, CTU 본부의 의자도, 책상도 바뀌었지만 절대로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CTU 본부 내의 전화기입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좀 찾아보니 그 전화기는 시스코사에서 만든 네트워크 전화기 IP폰이라고 합니다. 즉 일반 전화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 네트워크에 물려서 사용하는 일진보한 테크놀로지 전화기인 셈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도청이 〈24〉의 CTU 내에서 그 전화기를 사용할 때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고, 마찬가지 이유로 항상 CTU 내에 스파이 내지는 내부 배신자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전화기의 벨소리는 〈24〉의 인기와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마침 그 벨소리를 찾을 수 있어서 다운로드 링크를 걸어놓습니다. 이 벨소리, 그다지 시끄럽지도 않고 어찌 보면 단아하기까지 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한번 사용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별별 벨소리가 난무하는 와중에 오히려 색다를 수도 있을 듯해서요.

(벨소리 사용법 : mmf 파일은 벨소리 전용 파일으로 PC에 다운로드 후 전용 케이블을 이용, 핸드폰으로 전송하여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2. 딜레마 게임

딜레마 게임이라는 게 있답니다. 두 가지 상황을 놓고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게임인데, 핵심은 도덕적인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어서 선택과 결정을 내리게 하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갈등을 야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집 강아지를 너무도 예뻐라 하는 저한테 “후세인이 쳐 들어와서 강아지 살릴래 나 살릴래 하면 누구 살리겠느냐?”고 핀잔 놓는 우리 아빠의 농담도 딜레마 게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4〉는 시종일관 딜레마 게임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어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연속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 게임에 휘말리게 됩니다.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거의 기본이고, 이 사람을 죽이느냐 저 사람을 죽이느냐에서부터 몇 명을 죽이느냐, 어떻게 죽이느냐 등 그 딜레마 게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황당하면서도 애처로운 장면 장면이 〈24〉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감동의 촉매제가 됩니다.

#23. 사전 제작 시스템

〈24〉는 사전 제작 시스템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미국에서조차도 보기 드물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여 제작이 진행되는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합니다. 보통 미국의 프라임타임 드라마가 매년 9월 정도에 시작해서 다음 해 5월 정도에 24개 안짝의 에피소드로 끝나는데, 그 기간 동안 제작 기간을 충당하기 위해 한 달 이상 결방과 재방을 거듭하곤 하는 것이 미국의 제작 시스템입니다.

〈24〉는 스토리 전개상 24시간 안에 벌어지고 해결되어야 하는 압축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긴장감과 박진감을 촘촘하게 그려내기 위해서 다른 프라임타임 드라마들에 비해 한 달 이상 늦게 시작해서 중간에 결방하는 일이 거의 없이 모든 에피소드를 숨 가쁘게 몰아붙이는 편입니다. 그런 이유로 〈24〉에서는 굵직한 스토리 라인이 변경된다거나 시청자들의 설왕설래에 휘둘려서 주제가 희석되는 일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작 시스템이 그러한데도 외압에 의해 스토리 라인이 변경된 적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은 다름 아닌 현직 미국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부분입니다. 워낙 방대한 규모의 테러리즘을 다루는 드라마다 보니 현직 대통령이 테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초강수로 드라마 역사상 한 획을 그으려고 시도했지만, 실제로 FOX의 고위층에서 그 장면은 절대로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9/11 이전이었다면 어땠을까, 보수주의 방송의 대표격이라는 FOX가 아니라 그나마 다른 방송사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드라마에도 엄연한 한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렵니까.

#24. 상복

키퍼 서덜랜드는 과연 〈24〉가 시리즈 피날레를 맞이할 때까지 에미상 드라마 부분 남우주연상을 탈 수 있을까요? 첫 시즌 이래로 키퍼 서덜랜드는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TV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단 한 번(2005년 골든 글로브에서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을 빼놓고는 모두 올라서, 골든 글로브에서만 시즌 1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도합 일곱 번에 오른 것치고는 억울할 법도 한 성적입니다. 특히 에미상에는 네 시즌 다 후보 명단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프랙티스〉와 〈보스턴 리갈〉로 단 두 번 후보에 오른 제임스 스페이더가 두 번 다 수상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런 키퍼 서덜랜드가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또다시” 올랐습니다. 연기상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배우들에게는 후보에조차 평생에 한 번 올라갈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일입니다. 평생에 한 번 오르게 된 배우들은 상을 타면 좋겠지만 못 탄다고 해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감사하고 만족하는 마음이 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매번 오르면서도 매번 고배만 마신다면? 물론 워낙 쟁쟁한 배우들과 겨루어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 역시 권위 있는 시상식은 액션에 시상 인심이 박하다는 점도 무시 못 할 이유인 듯합니다. 여하튼 이번 2006년 골든 글로브에는 키퍼 서덜랜드의 아버지 도널드 서덜랜드도 〈커맨더 인 치프〉로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 붕어빵 부자에게 모두 좋은 소식이 날아들지 궁금합니다.

『 24 시즌 3 박스세트 (7disc) (24 Season 3) 』 스티븐 홉킨스, 윈리히 콜베/키퍼 서덜랜드, 엘리샤 쿠스버트 | 20세기 폭스 | 2004년 11월
실시간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긴장과 스릴의 진수를 전해주는 리얼 타임 액션 스릴러 “24” 세번째 시즌. 13:00시에서 다음날 13:00시까지 24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타이틀은 키퍼 서덜랜드를 비롯한 배우들의 인터뷰와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멀티 앵글 스터디 등 총 7개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다. 1시즌의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 2시즌의 폭탄 테러전에 이어 이번 3시즌에서는 제3의 전쟁이 될 ‘생물학 테러전’의 공포를 소재로 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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