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러 영화의 데이터베이스 부족
문학작품을 각색하는 것만이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엔 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의 문학 각색물만 전문으로 수입하는 영화사도 있었죠.
문학작품을 각색하는 것만이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엔 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의 문학 각색물만 전문으로 수입하는 영화사도 있었죠. 회사 이름은 잘 기억 안 납니다만, 그곳에서 수입한 <부활>을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나요. 그렇게 좋아하는 소설도 아니었고 영화는 더더욱 기억나지 않지만요. 그러고 보니 지금 EBS의 전신인 KBS-3의 영화 프로그램이 ‘세계명작극장’이나 뭐 그 비슷한 제목을 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히치콕식 스릴러나 방영하고 있다고 꾸짖던 신문기사도 생각나는군요. 참, 그 기사에서 비난했던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국시절 걸작이었던 <사라진 여인>이었습니다. 옛날 신문기사들을 뒤적이다 보면 별별 재미있는 게 다 나온답니다.
지금은 각색물에 대한 미신적인 믿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영화제에 제출하는 국내 영화들은 대부분 문학 각색물들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죠. 최근 해외 영화제에서 인기 있는 한국 영화들 중 문학 각색물은 거의 없죠. 각색물이라고 해도 종종 영화가 원작의 명성을 넘어버리기도 하고요. <여자, 정혜>나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영화들을 보세요.
좋은 일일까요? 어느 정도는요. 하지만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순문학의 영화화에 대해서는 전 별 의견이 없어요. 하지만 장르문학에 이르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전 최근에 쇼타임의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의 1시즌을 봤습니다. 존 카펜터, 미이케 다카시, 래리 코헨과 같은 장르 거물들과 윌리엄 말론이나 럭키 맥기와 같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호러 앤솔로지 시리즈죠. 여기서 재미있었던 것은 그 중 상당수가 각색물이었다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각본도 많았지만 <마운틴 로드>나 <임프린트>처럼 소설을 각색한 작품들도 많았어요. 짧은 기간 동안 순전히 이름값과 컨셉으로만 몰아붙였던 그 시리즈가 그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쉽게 원작이 되는 작품들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장르는 이야기의 데이터베이스이고, 그 데이터베이스는 매체를 떠나 넓고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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