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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의 할인카드 발언

얼마 전에 소문도 무성한 김옥빈 할인카드 동영상이라는 걸 봤습니다. 참 별 거 아니더군요.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게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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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소문도 무성한 김옥빈 할인카드 동영상이라는 걸 봤습니다. 참 별 거 아니더군요.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게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일단 이런 대화가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마 이렇게 흘러갔을 겁니다. “데이트 때 할인카드만 내미는 남자들 재수 없어.” “나이 좀 들고 조금 더 살아 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 “그런가? 그런데 내 이야기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사람들 사이에 분명한 의견차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의견 조율이 되고 첨삭이 붙다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겁니다. 우린 모두 세상을 보는 의견이 있고 개인에 따라 보지 못하는 사각도 있기 마련이죠. 일상대화 속에서는 그런 모자란 부분이 채워지며 조율이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악의를 품고 있지 않다면 말이죠.

방송 프로그램에서 별 생각 없이 한 말들이 매스컴을 타고 돌아다니는 연예인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런 조율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죠. 대화 속에서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갈등이 그대로 남는 겁니다.

드물지만 이런 건 방송 중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라디오인가 텔레비전인가에서 한 젊은 남자 연예인이 ‘뚱뚱한 여자들이 비키니를 입는 걸 금지해야 해요’라고 말한 적 있었어요. 김옥빈 할인카드 발언의 수위를 몇 배 넘어서는 무척 재수 없는 발언이었지만, 그건 그게 재수 없다는 걸 모르는 철없는 어린애의 발언이기도 했습니다. 차이점은 그 때 같이 패널로 참가했던 연상의 여자 연예인이 곧 받아쳤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너 보기 좋으라고 비키니를 입니? 뚱뚱한 사람들이 원피스 수영복을 입으면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하여간 이런 식으로 즉석으로 쌍방 소통이 이루어졌고 그 사람들이 그 뒤로 무슨 소문에 말려들었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뭐, 처음부터 그렇게 인기가 있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런 기회는 드뭅니다.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전해도 특별히 달라질 건 없죠. 인터넷을 통한 쌍방 소통이라고요? 어림없어요. 이런 소문이 돌 때 인터넷에서 떠도는 건 일방적인 고함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고함은 그 이슈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을 향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자기가 만든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떠들어대는 것에 불과하죠. 우리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말 몇 마디로 한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참 별 것 아닌 일입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일이 별 것인 양 온라인의 자원을 잡아먹으며 돌아다닌다면 문제죠.

여기서 전 인터넷 우민화의 한 메커니즘을 봅니다. 소위 포털 사이트의 댓글들은 그들이 소통할 수 없고 막연한 평면적인 이미지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대상에 대한 일차적인 반응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대상이 연예인이건 소위 ‘무슨무슨녀’라는 졸렬한 딱지가 붙은 막연한 캐리커처건 말이죠. 여기엔 일상생활에서라면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대뇌피질을 작동시킬만한 자극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무리 속에서 얼굴 들이밀 필요 없이 성의 없는 욕설 몇 개만 써놓고 낄낄거리면 끝이니 무슨 두뇌활동이 필요하겠어요. 이건 파충류 두뇌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이건 지능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여기엔 정상적인 사회에서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친 성인들의 깊이 있는 감정도 결여되어 있습니다. 하긴 그런 감정도 머리가 있어야 가능하긴 한 것이죠. 머리가 제대로 박힌 성인이 기초적인 도덕률에 따라 행동하려면 이해심과 상상력이 필수적입니다. 그걸 제한하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덜 자랄 수밖에 없지요. 지금의 인터넷 환경이 바로 그렇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게 이런 식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이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습관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결정하고 그 굳어진 방식은 오프라인의 사회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아니에요. 벌써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벌써 이곳저곳에서 조짐이 보이고 있죠.

뭐,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사회가 원래부터 그렇게 고결한 곳은 아니었고 우리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었으니 엄청난 비관론으로 몰고 갈 필요는 없죠. 이런 소란의 주역들인 별 볼일 없는 소인배들도 원래부터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인류 발전에 대한 약간의 희망은 있어야 세상 살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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