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라인'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다
제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본 가장 우스꽝스러운 신문 기사 제목은 “임수정, ‘아찔한 S 라인’ 뽐낸다”였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 주연을 맡고 있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상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나 봐요.
제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본 가장 우스꽝스러운 신문 기사 제목은 “임수정, ‘아찔한 S 라인’ 뽐낸다”였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 주연을 맡고 있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상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나 봐요. 설정상 어깨나 등을 잠시 보여주는 거죠. 그 뒤에 한 차례 노출 장면이 더 있는 모양이고.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요? 그건 이렇습니다. 그 기사가 나갈 때 임수정은 아직 촬영도 들어가기 전이었어요. 물론 기자가 임수정의 몸매가 ‘S 라인’인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요. 게다가 임수정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깡마른 캐릭터에 맞추기 위해 몇 달 걸리는 고구마 다이어트에 들어갔으니 최종 노출 장면 때 드러날 그 사람의 몸매가, 요새 매스컴이 습관적으로 외쳐대는 ‘S 라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죠. 그건 영화의 홍보 담당자들도 알고 있었고 기자들도 알고 있었으며 정보 빠른 독자들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기자들은 ‘S 라인’이라는 표현을 무조건 끌어들였어요.
뭐, 사실 거짓말은 아니죠. 문소리 말마따나, 모든 여자들에게는 S 라인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 라인에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건 사실 기본이 되는 골격이고, 지금까지 홍보 대상이 아니어서 그렇지 임수정의 골격은 꽤 예쁜 편이거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내뱉는 ‘S 라인’이라는 표현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기사에서 ‘S 라인’이라는 단어는 제공하려는 정보와 상관없이 순전히 독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투입되었죠.
요새 인터넷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단어로는 ‘초미니’가 있죠. 물론 이 단어도 거짓말은 아니에요. 우선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죠. 원래 그런 말이 있어요. 마이크로스커트라고도 하고 데미미니라고도 하죠. 많은 연예인이 그런 걸 입고 다니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건 집착이 돼요. 더 이상 ‘어떤 연예인이 마이크로스커트를 입었다’라는 정보는 중요하지도 않죠. 정말로 중요한 건 ‘초미니’라는 단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