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의 텔레비전 출연
요새 텔레비전에 나오는 문소리는 자연인 문소리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입니다. 말하는 스타일이나 행동도 바뀐 게 없어요. 그렇다고 일관성이 없는 소리를 늘어놓거나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확실히 문소리가 요즘 텔레비전에 많이 나옵니다. 전에 입양관련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올 때만 해도, “와, 저 사람이 저런 데에도 나오는구나!”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어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개봉과 <슬픈 연극>의 상연 전후로 문소리의 텔레비전 출연은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야심만만>에도 게스트로 나와 수다를 떨었고, <연예가 중계>에 나와 진행자와 데이트했고, 얼마 전엔 <가족의 탄생> 홍보 차 <해피 투게더>에 나와 옛 친구들과 재회하기도 했죠.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게 싫은 모양이에요.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섹션들을 슬쩍 둘러봤을 뿐인데, 문소리의 이런 변신에 대해 서운해 하는 칼럼을 두 개나 발견했으니 말 다했죠. 다른 델 둘러보면 더 많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문소리의 이미지는 뭐였을까요? <오아시스>나 <바람난 가족> 같은 묵직한 영화들에 출연해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꽤 많이 받은 진지한 배우이고, 민노당 지지자이고, 인터뷰를 그렇게 자주 하지 않으며… 흠, 이건 한 개인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러기엔 디테일이 너무 부족하죠. 오히려 클럽이나 정당의 가입 조건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문소리는 개성 없는 배우가 아닙니다. 관객들의 시선을 끌 만하고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차별되는 외모를 갖추고 있으며, 연기 스타일이나 영화 선택에도 일관성이 있죠.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지금의 문소리는 어떨까? 별로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요새 텔레비전에 나오는 문소리는 자연인 문소리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입니다. 말하는 스타일이나 행동도 바뀐 게 없어요. 그렇다고 일관성이 없는 소리를 늘어놓거나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점이라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텔레비전에 얼굴을 들이민다는 것 단 하나뿐이죠. 그렇다고 이 사람이 딴 데 신경 쓰느라 자기 일을 안 하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이 사람은 꾸준히 영화와 무대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고 최근작 <가족의 탄생>에서 보여준 연기는 여전히 좋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들도 다 좋았지만요.) 한 마디로 우리가 불평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겁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평합니다. 왜냐고요? 순결집착증입니다. 다른 이유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1년 전까지만 해도 문소리는 팬이 되기 안전한 배우였습니다. 성실하고 좋은 배우면서 연예인처럼 굴지 않았죠. 한마디로 갑자기 스캔들을 터트리거나 이미지를 망칠 가능성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문소리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문소리의 ‘비상업적인’ 이미지는 순결지상주의의 또 다른 표상에 불과하죠.
더 웃기는 건 민노당 지지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사람의 지금 텔레비전 출연을 말 돌리기나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보정당 지지자는 평생 매스미디어를 피해 수녀처럼 지내야 한다는 말일까요?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이중 잣대도 보입니다. 지금도 밤마다 주유소 광고에 출연해 에스오일 예찬가를 부르고 있는 박찬욱 감독도 민노당 지지자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본 적 없어요. 다시 말해, ‘민노당 지지자인 비상업적 여배우’라는 문소리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청순가련형 여배우’의 진부한 이미지들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소비되었던 겁니다. 단지 더 소비자가 더 고상한 척할 수 있었을 뿐이죠.
알 게 뭐예요. 문소리의 이미지는 문소리 자신의 것입니다. 자기 멋대로 굴릴 권리가 있죠. 하긴 좀 굴리면 어떻습니까? 이 사람이 연예인처럼 굴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 있나요? 문소리는 말솜씨나 순발력도 좋은 편이고, 요즘 젊은 애들이 선호하는 인형처럼 오밀조밀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지, 미인이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몸매도 좋답니다. 여러분이 이 정도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대중에게 알려진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확장하고 아직 탐구하지 못한 가능성에 도전해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 텔레비전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남들이 거기에 대해 뭐라고 떠들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