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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한 형님 이미지에 갇힌 최민수

최민수 이미지가 재미있는 건 그의 과장된 남성성이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치 남성 이미지의 극단을 추구했던 60년대 한국 액션 영화 주인공이 성우 목소리를 그대로 끌고 나온 것처럼 행동하고 말합니다. 결코 자연스럽지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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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는 지난 십 여 년 동안 자기만의 독특한 페르소나를 구축해왔습니다. 간단히 요약 정리하면 그건 굉장히 느끼한 형님 이미지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재미있어하기도 했고 농담 시리즈의 재료로 삼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군요. <남부군>에 나올 때만 해도 결코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거든요. 심지어 <사랑이 뭐길래>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고요. 그럼 <모래시계>부터였나요?

최민수 이미지가 재미있는 건 그의 과장된 남성성이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치 남성 이미지의 극단을 추구했던 60년대 한국 액션 영화 주인공이 성우 목소리를 그대로 끌고 나온 것처럼 행동하고 말합니다. 결코 자연스럽지가 못해요.

최민수와 대중의 관계는 장난스러운 밀고 당기기와 같은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그 출발점은 최민수 자체의 성격과 매너리즘이었겠죠. 그걸 인지한 주변 연예인들이 농담의 재료로 삼고 그러는 동안 영화나 드라마의 이미지가 그와 겹쳐지자 하나의 페르소나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최민수와 대중의 합작품이에요.

연예인에게 페르소나는 감옥입니다. 일단 구축되면 빠져나가기가 힘들어요. 심지어 그게 자연인의 원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것이어도 말이죠. 최민수의 경우 그의 페르소나와 실제 성격이 크게 어긋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가 과장하는 경우도 많을 거예요.

어느 쪽이건, 이 게임은 선을 넘었습니다. 이제 자연인 최민수를 진지하게 보기는 정말 어려워요. 그 자신도 진지하게 행동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요. 몇 년 전 아버지 최무룡을 모욕했다고 그가 <야인시대>를 고소했던 때가 기억나세요? 당사자에겐 정말 진지한 일이었을 겁니다. 전 그게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때 그가 남겼던 인터뷰나 어록들은 그의 진지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코믹했습니다. 그로서도, 시청자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는 코믹하게 행동했고 시청자들은 언제나처럼 그걸 코미디로 받아들였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가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 한. 아마 정말 이미지 변신을 한다고 해도 그 역시 웃길 걸요.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 거예요.

최근 그는 또 다른 선을 넘었습니다. 사실 선을 넘은 건 그가 아니에요. 그는 언제나처럼 느끼한 형님입니다. 게임을 거부한 건 시청자들 쪽이에요. 최민수의 반말 인터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젠 더 이상 참지 못했던 모양이죠. 지금의 반응은 최민수가 오히려 당황할 정도인 모양입니다.

단순히 시청자들의 인내가 임계선을 넘어선 것일까요, 아니면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요? 둘 모두겠지요. 정답을 말하는 건 저에겐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도 않을 거예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글쎄요. 전 자연인 최민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따라서 거기에 대해 제가 뭐랄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의 이미지가 점점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건 그가 불편할 정도로 독특한 인물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이미지는 굉장히 뻔하고 진부해요. 제가 그를 볼 때마다 불편한 건 그가, 제가 주변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아저씨들’과 그들의 시스템을 과장해서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하긴 그의 잘못만도 아니죠. 그가 토크쇼에 나올 때마다 패널들은 알아서 기면서 형님과 동생들의 상하구조를 만들어내니까요. 그의 악명 높은 ‘반말’ 인터뷰들도 마찬가지고요. 전 연예계의 계급 구조가 노골적으로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걸 보기 싫고 그런 구조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불편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고 과시할만한 것도 아니며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요.

아까 전 최민수의 매너리즘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를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논술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니 언제나처럼 멋대로 해석하기로 하죠. 전 이것이 세상이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우기겠습니다. 슬슬 사람들이 지금까지 공적이거나 사적인 공간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권위주의적 상하구조가 조금씩 붕괴되는 흔적이라고요. 그걸 자신의 페르소나에 반영했던 최민수는 그냥 재수 없어서 중간에 낀 희생자일 뿐인 거고요... 그런데 과연 그가 희생자이기는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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