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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짐승보다 무조건 더 나은 종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세상엔 정말 존재 자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는 인간들이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다른 짐승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정말로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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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들이 번역되었습니다. 총 네 권 예정이라는데 그 중 세 권(『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골프 코스의 인어들』) 이 나왔어요.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 』도 곧 나온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라 이번 번역 소식은 반갑습니다. 단편집 말고 장편들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리플리 』 시리즈나 『1월의 두 얼굴 』도 제대로 된 새 번역이 필요하고 『올빼미의 울음 』이나 『개의 몸값 』, 클레어 모건의 필명으로 발표한 『소금의 값(캐롤) 』도 소개되면 좋을 겁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밖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내고 나면 허전하죠. 그러니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에 대해 몇 마디 하기로 합시다.

이 단편집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인간들과 동물들이 함께 또는 같은 시공간에 삽니다. 동물들은 인간들에게 학대를 받고 대응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들은 죽고 동물들은 빠져나갑니다.

하이스미스는 왜 이 작품을 쓴 것일까요? 부당하게 학대당하는 동물들을 위해 한 마디 하려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이스미스는 유명한 동물애호가였어요. 그리고 이 단편집에 수록된 몇몇 작품들은 분명 구체적인 비판을 의도하고 쓰였습니다. 예를 들어 「심판의 날」은 자동화된 현대 양계장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고 그 비판은 지금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동물애호가의 시점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비교적 쉽게 판단 가능한 사람들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주 욕을 먹는 브리짓 바르도가 대표적인 예죠. 솔직히 말해 전 바르도를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종종 그 사람의 말에서 드러나는 인종주의는 거슬리고 그 밖의 의견도 그렇게 일치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 바르도만큼 세상에 공헌한 적이 없어요. 적어도 바르도와 패거리들이 열심히 뛴 덕택에 식용으로 길러진 프랑스의 가축들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고 비교적 고통 적은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그 사람은 저보다 몇 백 배 나아요. 이런, 이야기가 옆길로 빠졌군요. 하여간 제가 하려는 말은 바르도처럼 목표와 메시지가 분명한 동물애호가들은 우리가 비교적 쉽게 대응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부류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물애호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물론 하이스미스는 동물들의 복지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서 이 사람이 진짜로 내세우는 건 동물 복지나 애호가 아니라 인간 혐오입니다.

일반적인 세상에서 이런 태도는 비난받을 만합니다.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동물들을 사랑하는 사람인 콘라트 로렌츠도 종종 인간보다 동물들을 위에 놓는 동물 애호가들의 비뚤어진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죠. 그러나 예술가들의 머리는 그보다 조금은 더 복잡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평생 동안 인간이라는 동물의 추하고 무시무시하고 혐오스러운 면을 파헤쳤던 하이스미스와 같은 작가들에게 이 주제가 주어졌을 경우엔요.

하이스미스의 경우 다소 도착적으로 보이는 동물 애호는 인간의 위치와 의미를 따지는 데 거의 완벽한 도구가 됩니다. 하이스미스의 단편들에서 재미있는 건 동물들이 인간들을 (종종 잔혹하게) 죽인다는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이 단편집의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거의 기계적으로 반응한 것에 불과해요. 진짜로 흥미로운 건 그 인간과 동물의 관계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간 캐릭터들의 반응입니다. 하이스미스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도 아버지의 목숨을 끊으려 덤벼드는 햄스터들을 옹호하는 소년이나, 인간들의 고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베네치아의 쥐를 예찬하는 관광객, 남편을 기르던 가축들의 제물로 바치는 아내와 같은 캐릭터들이죠. 이런 이야기들이 반복되다 보면 인간이라는 종은 가엾은 동물들을 학대하는 우월종이 아닌 그냥 우연히 유리한 위치에 놓인 하나의 종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여기서 하나의 생물학적 무정부주의가 탄생합니다. 행동심리학자인 로렌츠는 진화론과 행동심리학에 바탕을 둔 명확한 준칙을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습니다. 그가 인간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게 우리가 속한 종의 번영에 유리하고 모든 생명체들은 그 목적을 위해 진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렌츠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시피 생물들의 세계에서 그 경계는 결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증거로 인간 동료들보다 기르는 고양이들에 더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이스미스는 이 단편집을 통해 보다 작고 새로운 지도를 그립니다. 두 생물간의 친화도와 이해, 감정에 바탕을 둔, 종의 경계를 무시한 연대를요. 그리고 그건 로렌츠의 커다란 지도와 마찬가지로 진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우리가 씹어볼만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로렌츠가 지지하는 준칙은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에 우리들의 생각을 무조건 맞추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세상엔 정말 존재 자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는 인간들이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이 우리와 같은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다른 짐승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정말로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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