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성형 수술
외모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그 외모를 개선하려 애쓰는 걸 보고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건데요? 그건 피아노 연습하는 피아니스트를 나무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성형유무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연예인의 성형수술에 대해 떠드는 걸 구경하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은 없습니다. 아니, 재미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죠.
저야 연예인들이 성형수술을 하건 하지 않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자기 놀이터에서 열심히 잘 뛰어주고 그 결과가 좋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하긴 더 이상 어쩔 수도 없지 않습니까? 전 그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요. 직업적이거나 개인적인 질시의 감정을 느껴야 할 필요가 없지요. 배우의 경우, 화면 위에서 인상적으로 보이고 연기도 잘하면 된 겁니다. 여기서 재능과 노력의 비율을 정확하게 따지는 것도 따분한 일입니다. 게다가 외모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그 외모를 개선하려 애쓰는 걸 보고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건데요? 그건 피아노 연습하는 피아니스트를 나무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성형유무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여기엔 처녀성에 대한 옛날 남자들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음흉한 손을 타지 않는 처녀들을 찾고 있는 겁니다. 그 때문에 연예인들의 성형유무에 대한 토론은 종종 굉장히 음탕해집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요. 요샌 성형수술을 한 남성 연예인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들에 대한 언급이 그렇게까지 눈에 뜨이지 않는 건 처녀 찾기의 흥분이 덜하기 때문일 겁니다. 남자들은 ‘순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이들의 토론에는 왕권신수설의 흔적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연예인들은 하늘에서 준 권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성형외과의 도움을 빌어 그 선물을 위조한다면 그건 신의 섭리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전 가끔 인터넷에 뜨는 ‘성형전/성형후’ 사진 밑에 달리는 과격한 리플들에서 종교재판의 비이성적인 열광을 읽습니다.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신성시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분노할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기회의 불평등에 대한 평등주의자들의 반항일 수도 있습니다. 돈을 들여 성형수술로 외모를 개선하는 건 페어플레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성형수술로 미인이 된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받기 전에도 대부분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 있었습니다. 성형 수술로 정말 미인이 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모 연예인 말마따나, 대부분 사람들은 성형 미인이 되는 대신, 성형인이 됩니다. 그래도 그게 원판보다 낫기 때문에 만족하는 거죠. 물론 돈만 들어도 만족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하여간 성형수술의 변수를 제거해도 평등주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회 평등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미인들의 수만 줄어들 뿐이죠.
전 여기서 인식론적 혼란도 읽습니다. 결국 인터넷에서 성형의혹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이 자료로 내세우는 건 그렇게 해상도가 높다고 할 수 없는 2차원 정지 이미지들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그 정지 이미지를 분석하기 위해 내세우는 상식은... 사실 그렇게 정확한 도구가 아닙니다. 한 번 연예인 관련 게시판을 둘러보시죠. 아직도 45킬로그램이 모든 여자 연예인들의 표준 몸무게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글거립니다. 이들은 나이가 지나면서 생겼다 빠졌다 하는 볼살이 사진에 끼치는 위력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겁니다. 3차원 사진이 2차원 이미지로 옮겨지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잘 모를 텐데, 그들에게 연예인들이란 원래부터 2차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일 테니 말이죠. 솔직히 전 그들 중 진짜 여자들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것에 내기를 걸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기준만 읽어봐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진짜 성형 흔적들은 놓칩니다.
결정적으로 전 이들의 나이브한 냉소주의를 읽는 게 재미있습니다. 냉소주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리얼리스트의 직설법입니다. 여기에서 냉소주의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위 방어적 냉소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데, 냉철한 판단력과 통찰력에 바탕을 둔 선별적인 공격인 리얼리스트들의 냉소주의와는 달리 기계적입니다. 상대방의 칼을 맞을까봐 얼굴을 뒤로 돌리고 무작정 칼만 휘둘러대는 군인을 생각해보세요. 이미지가 잡힐 겁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글은 대부분 이런 방어적 냉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상처받기 싫은 겁니다. 달콤하고 유혹적인 이미지의 허상에 속기 싫고, 그러다 놀림 받기도 싫습니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넘어가자니 그러지도 못하겠고요. 결국 고개를 돌리고 보이지도 않는 상대방에 대고 열심히 칼을 휘두르며 그 자리를 지키는 거죠. 겨우 껌뻑거리며 움직이는 2차원적인 이미지에 불과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정신을 휘둘리고 있으니 슬프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