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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의 예술을 가르치자! (오거돈 장관 해프닝을 보며...)

우린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를 살고 있지요. 그렇다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례함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의무가 아닐까요? 이건 수동적인 예의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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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제가 가장 열심히 보고 있는 프로그램은 <하우스>입니다. 휴 로리가 다리를 절고 성격 더러운 천재 의사 그레고리 하우스로 나오는 시리즈죠.

<하우스> 시리즈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하우스라는 남자의 무례함과 독설입니다. 한마디로 그는 예술가입니다. 능구렁이처럼 잽싸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찾아 가볍게 톡 던지면서 상대방을 며칠 동안 이를 갈게도 만들 수도 있고 노골적으로 당사자들 앞에서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농담을 던지면서도 아무 해도 없이 빠져 나갈 수도 있죠. 그는 무례함과 언어 폭력의 귀재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런 그의 무례함과 독설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하지요. 얼마 전에 휴 로리는 하우스 역으로 모 잡지에서 뽑은 '텔레비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들' 중 한 명으로 뽑혔는데, 로리 자신도 이런 리스트에 자기 이름이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우스의 이 귀신같은 독설과 무례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몇 백 년 동안 이어온 영문학의 덕을 보고 있지요. 영문학사는 독설에 능한 무례한 글쟁이들로 가득합니다. 스위프트, 포프, 멘켄, 비어스... 리스트는 한 없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들의 글은 굉장히 정치적이기도 한데, 그 때문에 그들의 수많은 정적들은 딱하게도 자신의 정당한 공적보다는 그들이 내뱉은 욕설의 대상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직접 이들의 저서를 읽지 않아도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우스도 그 수혜자인 거죠.

정련된 무례함은 민주주의의 산물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맘에 안 드는 사람의 목을 자를 수 있는 왕이거나 그 밑에서 빌빌거리는 신하라면 자신의 무례함을 다듬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논리와 언변을 무기로 삼는 정치가라면 무례함은 중요한 무기입니다. 독재정권이 아첨과 자화자찬의 수사학을 발전시키는 동안 민주주의는 독설의 기술을 쌓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우린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를 살고 있지요. 그렇다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례함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의무가 아닐까요? 이건 수동적인 예의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이 무례함에 얼마나 서툰지를 증명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 중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선을 넘는’ 폭언을 했던 거죠. 그 중 가장 어처구니없었던 건 말을 더듬는 습관을 정면에 대고 비아냥거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의원이 오장관에게 무례했다는 게 아닙니다. 전 정치가들에게 완벽한 페어플레이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싸우다 보면 선을 넘을 수도 있는 거죠. 전 이상배 의원의 정치적 입장엔 전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그 위치에서 장관을 공격하는 것까지 뭐랄 수는 없습니다. 뭐, 폭언도 할 수 있는 거겠죠.

문제는 그 폭언이 전혀 쓸 만한 공격 무기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거돈 장관은 자신의 말더듬 장애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를 고치기 위해 성악까지 배운 노력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아직도 조금 가지고 있는 장애를 누군가가 놀려댄다고 쉽게 상처받거나 하지 않아요! 반대로 차갑게 머리를 굴리며 그걸 역이용하겠지요. 실제로 장관은 그렇게 했습니다.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장관이 올린 글을 보세요. 아니면 지금 쏟아지는 욕설 때문에 사과문 한 장만 달랑 올려놓은 이의원의 홈페이지에 가 봐도 좋겠죠.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의원이 무례함의 예술에 서툴기 때문입니다. 전 여기서 기술 대신 예술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무례함은 정교한 악기와 같아서 단순히 다루는 기술만 익혀서는 제대로 다룰 수 없습니다. 어떤 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왜 그 말들이 그런 상처를 주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지요. 이 예술에 통달하려면 자신이 속해있지 않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심지어 그들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통찰력과 섬세함, 상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은 전혀 없으면서 자기가 생각하기에 통쾌하게 들리는 말을 한두마디 내뱉는 수준이라면 이상배 의원처럼 됩니다. 사방에서 등신 소리를 들으며 몇 달 동안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야 하는 거죠.

이 실언 소동이 슬픈 해프닝인 진짜 이유는, 그런 통찰력과 상상력, 섬세함은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올바른 현대 사회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선은 결코 선천적인 성질과 복종 훈련으로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선은 테크닉과 지혜가 필요한 예술입니다. 남의 장애를 생각 없이 공격하면서 이것이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상상하지 못하며 킬킬 웃어대는 둔감한 정치가들한테서 전 우리 사회의 악을 봅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늙었으니까요. 서른을 넘긴 사람들한테 무언가 새로운 걸 가르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둡시다. 하지만 우리의 어린 자식들에겐 아직 희미한 희망은 있습니다. 따라서 전 그들에게 무례함의 예술을 가르치자고 주장합니다. 그 교육은 이상배 의원이 남은 인생동안 결코 터득하지 못할 통찰력과 이해심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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