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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바니아는 정말로 허구의 공간일까?

몰바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코미디 작가들이 장난삼아 만들어낸 허구의 국가입니다. 이런 나라가 있다고 치고 그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를 시치미 뚝 떼고 만들어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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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바니아라는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를 읽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이에 위치한다는 이 동구 유럽의 소국을 찾아 나선 여행객들은 비존재의 경계선 앞에서 행보를 멈출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몰바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코미디 작가들이 장난삼아 만들어낸 허구의 국가입니다. 이런 나라가 있다고 치고 그 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를 시치미 뚝 떼고 만들어낸 것이죠. 매우 보르헤스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완벽한 무표정을 유지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 책의 풍자는 공개적이고 노골적이죠.

그렇다면 그 풍자의 대상은 무엇일까요? 물론 진지하기 짝이 없는 서구의 여행안내서와 그 안내서의 추종자들이죠.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 여행과 관련된 모든 행위들을 놀리려고 작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노골적인 건 노련한 여행객들이 툭하면 내세우는 ‘고생이 경험’이라는 모토죠. 그들은 필립 미저리라는 가공의 여행객을 내세워 이 모토의 매저키즘을 극단적으로 과장합니다.

이런 농담들은 모두 몰바니아라는 말도 안 되는 나라를 기반으로 풀립니다. 설탕당근(편집자 주 : 파스닙의 다른 말,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의 최대 생산국이고 백일해 바이러스의 탄생지이며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상실한 이 나라는 순전히 외국인 여행자들을 고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몰바니아는 위생관념이 형편없고 도덕적으로 열등하며 폭력적인 바보들의 동네입니다. 모든 게 너무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면 정말로 그 어처구니없는 부조리함을 체험하기 위해 몰바니아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몰바니아가 정말로 철저하게 허구의 공간일까요? 이 책의 저자들에겐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이에 가상의 국가를 집어넣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을 겁니다. 영어권 작가들은 툭하면 주인공에게 모험의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해 동부 유럽 어딘가에 가공의 나라를 만들었으니까요. 단지 19세기 작가들이 폭력적인 로맨티시즘을 과시하기 위해 그런 나라를 만들었다면 이 책의 저자들은 반대로 실제로 존재하는 동구권 국가들의 불편하거나 뒤떨어진 점을 극도로 과장한 것이죠. 과연 이 책이 직간접적으로 모델이 되어주었을 동부 유럽 사람들에게도 즐겁게 읽힐 수 있을까요? 이 사람들은 계속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시리즈를 쓴다고 하는데, 이들이 동부 아시아를 무대로 한 가상의 나라를 만들어도 우리가 그 책을 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자기네들은 과장한다고 하면서 썼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기술이 잔뜩 나올 수도 있겠죠. 실제 세계의 우스꽝스러움은 종종 상상의 범주를 넘어서거든요.

이 책을 읽다보니 최근에 읽은 기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타임지 아시아판이 얼마 전에 아시아의 명소 29곳을 선정했는데, 평양이 그중 한 곳으로 선정되어 있었어요. 한 번 읽어보니, 그 동네의 정치적 히스테리와 구닥다리 스탈린주의, 시대에 뒤떨어진 유행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즐기라는 내용이더군요. 하긴 작정하고 즐기면 동물원보다 더 재미있겠죠. 동물원 동물들은 만져서는 안 되지만 평양의 관광 안내원 같은 사람들은 인터액티브가 가능할테니. 친절하게도 타임지는 어떻게 안내원들을 놀리면 되는지 사례까지 들어주고 있더군요.

모르겠어요. 평양은 거의 인공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도시이니 그쪽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허구의 세계이면서도 무시무시한 세계화의 영향을 받아 ‘문명화’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몰바니아보다 훨씬 재미있는 유원지가 될 수 있겠죠. 조금만 머리를 굴린다면 알퐁스 도데가 『알프스의 타르타랭』에서 상상한 ‘알프스 유원지’처럼 완벽하게 통제되는 테마파크 평양을 상상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나라 전체가 개방된 뒤에도 평양만은 시민들이 통제된 뉴스들만 듣고 장애인들은 축출되며 여자들에겐 자전거 타기가 금지된 폐쇄된 지역으로 남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못할 게 뭐가 있어요? 제대로 관리한다면 관광업은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이고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된 세계처럼 구경거리에 좋은 데가 없는데. 어차피 한반도 어딜 가도 인권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관리 대상은 아니고요.

이러다 보니 하나 더 궁금한 것. 문명세계와 격리되어 과거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산다는 수많은 폐쇄 공동체의 젊은이들은 과연 삶의 선택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 결과 공동체가 무너진다고 해도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요? 이 역시 그냥 생각해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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