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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망가 대왕의 후속작 - 『요츠바랑』

여고생들의 일상 이야기. 가슴 뛰는 짝사랑이나 실연도 없고, 스릴 넘치는 사건이나 사고도 없는 그저 일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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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의 일상 이야기. 가슴 뛰는 짝사랑이나 실연도 없고, 스릴 넘치는 사건이나 사고도 없는 그저 일상의 이야기. 대체 그게 무슨 재미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자 『아즈망가 대왕』은 모든 선입견과 편견을 초월했다. 『아즈망가 대왕』은 정말로 웃기고 때로 감동적이기까지 한 최고의 개그만화였다. 공부하고, 친구 집에 놀러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등등의 소소한 일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잡아내는 아즈마 키요히코의 재능은 정말 놀라웠다. 이후 『아즈망가 대왕』의 인기는 『스쿨 럼블』 『여고생』 등 다양한 스타일로 확산되었다. 일본에서는 『아즈망가 대왕』이 ‘모에’ 붐의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도 본다. 병적이지 않고, 아주 건강하고 활기찬 ‘모에’로서.

아즈마 키요히코의 신작 『요츠바랑』은 더욱 눈높이를 낮췄다. 여고생이 아니라,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도 않은 요츠바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일상 이야기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려는 여름 날, 요츠바는 아버지와 함께 이사를 간다. 이사를 간 새로운 마을에 가자마자, 호기심이 왕성한 요츠바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에 매료되어 여기저기를 보려고 나선 것이다. 요츠바가 사라져도, 아버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옆집에 살고 있는 여고생 후카가 뭐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자, 혹시 아이를 보면 데려다 달라고 한다. ‘희한한 녀석이다 싶은 꼬마가 보이면, 십중팔구 걔’라면서.

요츠바는 약간 정체불명의 소녀다. 요츠바는 그네가 무엇인지 모르고, 연못을 보고 바다라고 외치는가 하면, 한 번도 코끼리를 본 적이 없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면, 저기 왼쪽에서 왔다고 한다. 엄마가 없는 게 정말이냐고 후카가 묻자, 요츠바의 아버지는 ‘외국에서 줍는 바람에 어영부영 하는 사이 키우게 됐어’라고 말한다. 그게 정말인지, 과장이 섞인 건지, 거짓말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요츠바가 보통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요츠바의 아버지는 말한다. ‘저 녀석은 뭐든 즐기거든, 요츠바는 무적이야.’ 새로운 것을 무서워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만 따라하거나, 어른들이 시키는 것만 하는 일반적인 아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만을 중심에 놓고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아이도 아니다. 정말 모든 것을 즐기는 것뿐이다. 단지 매미를 잡는 게 즐거운 것이지, 매미를 소유물로 하거나 잔인하게 죽이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며, 신선처럼 노닌다고나 할까.

요츠바의 일상은 언제나 새롭다. 그리고 풍요롭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자연의 법칙처럼 공평하고 사사로운 욕망이 없다. 후카의 동생 에나에게 지구온난화란 말을 듣자, 에어컨을 켜는 아빠는 바로 지구의 적이 된다. 그러다가 시원하게 해 주는 에어컨이 좋다는 말을 듣자, 다시 우리 편이 된다. 여섯 살이면 버스가 공짜라는 말을 듣고는, 바로 버스에 올라탄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것을 보면, 바깥으로 뛰어나가 한껏 비를 맞는다. 후카의 언니 아사기가 오키나와에서 사온 과자를 선물로 주자, 다시 네잎 클로버를 선물로 준다. 물론 무적인 요츠바도 가끔은 무섭고, 눈앞이 컴컴해지는 순간이 있다. 불꽃놀이 축제의 혼잡한 길에 혼자 남겨진다거나, 에나의 친구 미우라에게 ‘솔직히 요츠바의 그림은 별로’라는 말을 듣거나 하면.

하지만 그런 순간이 지나면, 요츠바는 금방 다시 즐거워진다. 『요츠바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쇼핑을 갔던 요츠바와 아버지가 언덕에 올라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요츠바의 눈에 마을의 너른 전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작은 마을이지만, 요츠바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무엇인가를 배운다. 그것 자체가 경이고, 한없는 즐거움이다. 불꽃놀이 축제에서 하늘 위에 가득한 불꽃놀이를 보는 광경도 그렇다. 불꽃놀이 세트를 가지고 와서 집 앞 마당에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똑같은 불꽃놀이지만, 하늘 가득히 퍼진 불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아, 세상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그런 대사는 없지만, 요츠바의 심정은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요츠바랑』은 요츠바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아즈망가 대왕』처럼 그게 뭐 재미있을까 싶지만, 보면 한순간에 빠져들게 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한 일상’이 한없이 다정하고 훈훈하게 다가온다. 아즈마 키요히코의 재능이 이런 것이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다. 요츠바만이 아니라 아버지와 점보, 아사기와 후카, 에나 등 조연인물들도 아주 재치 있고 다정하다. 조연을 풍성하게 그려내는 솜씨는 정말 탁월하다. 미묘한 순간을 잡아내는 대사와 그림도 훌륭하다. 공기의 흐름까지도 보이는 듯 세밀한 배경과 부드러운 그림체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요츠바랑』을 보고 있으면, 뭔가 따뜻한 느낌이 온 몸에 가득해지는 것 같다. 우리들의 일상 역시 약간만 시선을 바꾸면 한없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만화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건 나이도 아니고, 키나 몸무게도 아니다. 요츠바는 세계를 호의적으로, 솔직하게 대하고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요츠바의 힘이고, 『요츠바랑』의 힘이다. 누구나 그걸 배울 수 있다. 따라하기는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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