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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원한을 풀어 드립니다. - 『원한해결사무소』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제도나 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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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제도나 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직접적인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이나 정신적 치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영철에게 아들을 잃은 일가족은 범인이 잡힌 후에도 끔찍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형제 중에서 두 명이 자살하고, 아버지는 자살 기도 후에 겨우 살아가고 있다. 하나 남은 아들은 자기가 교도소에 가서, 가족 전체를 파괴한 유영철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도 사건의 한 피해 여성은 몸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십여 군데를 찔려서 성형수술만 몇 번을 받았지만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였다. 그녀는 일도 그만두고, 정신적인 후유증도 심하여 인생 전체를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까. 범인이 체포되어 재판에서 징역을 받으면 그것으로 가해자의 죄가 용서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설사 모든 죄가 용서된다 해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남은 상처와 원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쿠리하라 쇼쇼의 『원한해결사무소』는 그런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사적인 원한을 해결해 주는 프로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이름과 신분을 감춘 채 살아가는 여자가 있다. 그는 속칭 원한해결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원한을 풀기 위하여 그 대상이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의 추락을 맛보게 하는 사회적 말살이건 사고나 자살로 위장하는 실질적 살해건 다 해 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복수를 대신 해주는 것이다. 원한해결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은 다양하다. 결혼을 거듭하며 아내를 죽여 보험금을 타는 남자가 있다. 뭔가 의혹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다. 그러자 죽은 여자의 가족이 원한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한다. 교묘하게 취재원을 속이는 악덕 기자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 여자가 그 기자를 혼내달라고 부탁한다. 애인에게 폭행당하고 버림받은 여자가 복수를 부탁하기도 한다.

원한 해결의 요청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타깃’의 정보를 구하는 것이다. 여자에게는 최고의 정보원이 있다. 정보원은 자신만의 루트와 기술을 통해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물론 모든 금융정보와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파악한다. 정보를 모은 후에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어떻게 죽일 것인가, 어떻게 말살할 것인가의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다. 프라이버시를 폭로한 악덕 기자는 자신이 마구 휘두르던 펜으로 망하게 한다. 옆집 부인을 못살게 굴던 못된 여자는 스스로 자신의 악행을 폭로하게끔 꾸민다. 『원한해결사무소』는 도대체 어떤 트릭을 이용하여 목표물을 속이고 스스로 파멸의 길에 빠지게 하는가를 보는 재미로 계속 보게 된다. 결혼을 거듭하며 여자를 죽이는 남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죽는 역할을 맡은 남자’를 고용하여 함정에 빠지게 한다. 16세에 동급생 집에 침입해 그녀를 살해했지만 미성년이란 이유로 최소형을 받은 남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그의 무한한 욕망을 이용한다. 요컨대, 원한해결사무소는 무리한 폭력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원한을 해결한다. 그게 법을 피하는 가장 좋은 길이기도 하다.

사실 원한을 해결해달라는 대부분의 요청은 ‘복수’다. 사회의 법과 처벌로는 충분하지 않거나, 아예 처벌할 수 없으니까 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불법이고 그것으로 원한이 과연 사라지는 것인가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여자는 말한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필요악’이라고. 원한을 해결하여 사회를 바로잡으려 하는 게 아니라 도저히 풀 길이 없는 개인의 원한을 대신 해소해 주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물이 반성하게 하거나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일 같은 것은 굳이 하지 않는다. ‘뉘우치게 하는 게 제 목적은 아니’라는 여자의 말은 냉정하지만, 그것이 원한해결사무소를 철저한 프로페셔널 집단으로 만든다. 사소한 정이나 미움 같은 것이 개입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만다. 그녀는 원한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 않고, 지나친 원한은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원한해결사무소』의 첫 에피소드는 복수의 일념이 너무 지나치면 자신을 파멸한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임신한 아내를 살해당한 남자가 있다. 범인이 잡히지 않자 원한해결사무소에 부탁을 한다. 분명히 남자는 정당한 원한이 있다. 하지만 오로지 복수심에만 사로잡혀 스스로 사리판단을 하지 못한다. 여자는 그를 동정하기보다 그를 이용하여 두 개의 원한을 동시에 해결한다. ‘사람을 증오하면 두 개의 무덤을 판다. 서투른 복수는 당신을 파멸로 이끈다’라는 말은 냉혹하지만, 진실이다.

『원한해결사무소』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고 잔혹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5권을 넘어가면서 조금씩 가볍고 따뜻해진다. 조연으로 나왔던 등장인물이 캐릭터를 부여받아 계속 등장하고, ‘성복교’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자꾸 나오면서 『원한해결사무소』가 어떤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약간 망상에 사로잡힌 오타쿠 시와스다 타케오미와 계부에게 폭행당했던 여고생 스기카와 리나, 매사에 원칙적인 야도로기 형사 등이 조연으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성복교와 뒤얽힌 과거가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연재 초반에는 확실하게 원한해결사무소의 차가운 개성을 보여주었지만,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정착이 된 후에는 작가의 작풍이 은근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끔 코믹한 에피소드도 전개되는 것을 보면, 작가의 개성이 이후 어떤 결과로 드러날지 기대된다.

『원한해결사무소』는 다양한 원한 해결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추리물로서의 역할도 하는 만화다. 그리고 개인의 원한이 얼마나 끔찍하면서도, 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말해준다. 염산 때문에 얼굴이 망가지고 모든 미래가 사라진 여자가 있지만, 가해자는 겨우 4년의 실형을 받는다. 그리고 출소하여 다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그게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해자의 인권을 외치면서도, 정작 피해자 구제에는 소홀한 것이 일본의 상황이며 한국의 실태다. ‘복수는 무의미한 비생산적인 행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복수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원한해결사무소』는 그런 사람들의 한풀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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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 해결 사무소 1

<쿠리하라 쇼우쇼우> 글,그림3,150원(10% + 1%)

'당신의 원한을 풀어드립니다. 사회적 말살ㆍ사람찾기ㆍ실질적 살해(가격 상담) …' 이런 명함이 당신의 우편함에 꽂혀져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수께끼의 여인 '원한 해결사'가 당신 대신 재판합니다. 살벌한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는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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