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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마 -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줄여서 'IWGP'인 제목 그대로,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의 서쪽 입구에 있는 공원이란 뜻이다. 공원에 모이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꿈과 사랑 그리고 폭력과 죽음까지, 청춘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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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줄여서 'IWGP'인 제목 그대로,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의 서쪽 입구에 있는 공원이란 뜻이다. 공원에 모이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꿈과 사랑 그리고 폭력과 죽음까지, 청춘의 모든 것. 『라스트』『4틴』의 작가인 이시다 이라가 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빛나는 청춘소설인 동시에, 지금 일본 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연작 소설이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만화는 물론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나가세 토모야, 쿠보츠카 요스케, 츠마부키 사토시 등이 출연했고 최근 개봉한 영화 『69 식스티나인』의 시나리오를 쓴 쿠도 칸쿠로라는 촉망받는 작가를 발견했으며, 젊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로 절찬을 받았다. 지금 일본의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모습을, 황당하면서도 열렬하게, 청춘의 빛을 화려하게 보여주었다.

이케부쿠로는 도쿄의 번화가 중에서도, 약간은 촌스럽고 칙칙한 곳이다. 긴자가 명동, 신쿠쿠가 종로, 시부야가 신촌 정도라면 이케부쿠로는 영등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영등포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활달하지만, 어쨌거나 이케부쿠로는 다른 도심들에 비해 서민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 이케부쿠로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청춘들. 이시다 이라가 그들의 모습을 그리게 된 이유는, 이런 것이다. “평소처럼 이케부쿠로를 걸어가며 생각했다. 좀더 반짝거리고 짜릿짜릿한 ‘아, 내가 지금 살아 있구나’란 느낌. 그것이 필요했다. 때마침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케부쿠로 서쪽 입구 공원의 먼지 뿌연 번화가에서 느껴지는, 내일 일일랑 아랑곳없이 전력 질주로 이 순간을 살아가는 뒤죽박죽 생동감넘치는 에너지.....그 위험천만함과 적당주의, 너저분함과 눈길을 확 앗아가는 광채를 작품 속에 찔러넣어 보자. 형식 따윈 얽매일 필요 없이.”

어머니와 함께 과일가게를 하는 마지마 마코토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다. 어떤 미래가 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는다. 마지마와 함께 어울려다니는 마사와 슌, 그리고 이케부쿠로의 지역 조직이라 할 수 있는 G 보이스를 이끌고 있는 마지마의 친구 킹. 이들을 둘러싼 사건들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펼쳐진다. 그 사건들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지금 일본 사회의 약점 혹은 가장 치사하고 더러운 면모를 드러낸다. 그것이 때로 밝고 화사하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청춘의 찬란함 때문이다.

마코토는 리카의 친구인 히카루를 만난다. 늘 웃는 얼굴의 히카루이지만, 어딘가 어둠이 깃들어 있다. 어떤 중년 남자에게 ‘히카리코’라는 이름으로 불리자, 순간 넋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즈음 이케부쿠로에서 스트랭글러라는 이름의 변태 아저씨가 출몰한다. 원조교제하는 여학생을 러브호텔로 데리고 들어가, 목을 조르면서 강간을 하는 변태. 어느 날, 마코토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들어온다. 다급하게 도와달라는 리카의 목소리. 스트랭글러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마코토는 G보이스의 도움을 받아, 이케부쿠로 전 지역을 샅샅이 뒤진다. 결국 범인을 잡기는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는 원조교제와 근친상간, 폭력과 섹스가 범벅이 된 현대 일본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리얼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건은 계속된다. 마코토는 중학교 동창인 니시지마 치아키를 만나, 그녀의 애인을 돕게 된다. 조폭과 판매책의 마약거래 현장에 들어가 모든 것을 태워버린 이란인을. 그리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카이야마 쇼우의 부탁으로, 요정의 뜰이란 인터넷 사이트의 넘버원인 아스미를 쫓아다니는 스토커를 처리한다. 다음은 칸토 산와회 하네자와파 보스 하네자카 타츠키 회장의 딸을 찾는 일이다. 찾으면 사위가 되고, 아니면 손가락이 잘릴 운명이다.

아이토우 세라가 그린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그저 엽기적이거나 극적인 사건들의 연출로 일관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숨겨져 있다. 치아키의 이란인 애인을 돕는 과정에서, 그들은 이미 다국적 사회로 변해버린 일본의 현실까지 알게 된다. 아무리 도와도, 그 애인은 불법체류자다. 그와 치아키가 일본에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스미의 스토커는 사이버세계의 그녀에게 반한다. 스토커만이 아니라, 사이트에 접속하여 돈을 내고 그녀의 방을 엿보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다. 요정이라고 부르며 숭배하던 그들은, 아스미가 놀라는 모습을 본 후에는 끔찍한 선물을 보낸다. 고무로 만든 지네나 시체의 사진 같은 것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폭력단 조장의 딸을 찾으면서, 마코토는 한 도시 괴담을 듣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연인이,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검은 차를 발견한다. 그 차는 순식간에 그들을 덮치고는 그냥 앞으로 달려가 버린다. 마치 유령차처럼. 그런데 옆을 보니,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인이 사라져버렸다. 그 도시괴담은 단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그 미성년자 살인자는 자수하겠다며,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조장의 딸을 짝사랑했던 남자는 말한다. “그렇게 하면 소년원에서 한 3, 4년 썩다 돌아올 수 있다...이거냐? 소년 A.”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가 황당한 모험담, 영웅적인 청춘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역시 이 비참한, 끔찍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맞고, 강간당하고, 죽어가고, 협박당하고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어떤 의미나, 미래의 분명한 목적 같은 것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히키코모리(방에서 나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인 중학교 동창을 만난 마코토는 말한다. “방에서 나올 수 없는 건지. 나오기 싫은 건지. 나올 필요가 없는 건지. 여기 있는 게 좋은 건지. 필요나 의미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단 생각이 들어.” 그렇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다. 그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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