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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유치하고 웃기는 만화 -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황당전사 욜라세다』란 기막힌 제목으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판이 방영되었던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제목만으로는 짐작하기 힘든 이 애니메이션은, ‘돗코이다’란 이름을 가진 슈퍼 히어로(?)의 활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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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전사 욜라세다』란 기막힌 제목으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판이 방영되었던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제목만으로는 짐작하기 힘든 이 애니메이션은, ‘돗코이다’란 이름을 가진 슈퍼 히어로(?)의 활극이었다. 황당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 센지는 잘 모르겠는, 어쩌다 보니 슈퍼히어로가 되어 있는 청년의 이야기. 평소에는 모습을 감춘 채,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은하의 범죄자들과 공동주택 코스모스장에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상과 사건들을 그린 코믹, 액션, 멜러, 드라마. 온갖 장르와 패러디가 마구 뒤섞인, 황당하고 유치하고 웃기는 만화. 그게 바로 아치 타로가 글을 쓰고, 『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의 야가미 유가 그린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의 정체다.

시골에서 막 올라와 일자리를 구하는 스즈오. 이상한 옷차림의 소녀 탐포포가 ‘완구계의 카리스마 오탄코나스(얼간이라는 뜻) 주식회사’에서 만든 변신 벨트를 착용할 모니터 요원을 제안한다. 하지만 꿈에 부푼 스즈오는 제안을 거부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닥터 마론 플라워의 로봇이 모든 가게를 때려 부수고, 스즈오가 원하는 일자리 31군데가 모두 사라져버린다. ‘세상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게’ 된 스즈오는 모니터 요원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단지 장난감이라고 생각한 변신벨트는 ‘은하경찰 신장비 채용후보, 오탄코나스 주식회사가 제조한 특수범용 파워드 슈트 돗코이다’였다. 격투에는 전혀 젬병이었던 스즈오지만, 다행히도 헬맷에는 어떤 사람이라도 ‘정의에 불타오르는 열혈히어로로 거듭나게’ 하는 돗코이다 테마송이 장착되어 있었다. BGM의 도움으로 말론 플라워의 로봇을 박살낸 돗코이다.

은하연방결찰은 새로운 장비의 효능을 점검하기 위하여, 돗코이다와 오탄코나스의 경쟁사인 에메랄드 컴퍼니의 고기능 파워드 슈트 넬로이드 걸을 같은 곳에 살게 한다. 그뿐 아니라 돗코이다와 넬로이드 걸에 맞서 싸울 우주 범죄자 마론 플라워, 히아신스, 에델바이스까지 모두. 비록 싸울 때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러다가 서로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일체 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이상한 모습이나 닮은 모습을 보아도, 그들은 전혀, 단지 기분만 좀 이상하다고 느낄 뿐, 아무 것도 파고들지 않는다. 그저 편한 이웃으로만 생각하며 서로의 우정과 애정을 키워간다.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바로,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의 매력이다. 황당무계함, 유치한 유머와 어처구니없는 반전들이.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은 일본적인 수퍼 히어로물의 패러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특촬물이다. 툭수촬영물을 줄인 ‘특촬물’은 『고지라』와 『가메라』 그라고 울트라맨이나 가면 라이더 등이 나오는 SF물을 말한다. 『바이오맨』 같은 전대물 역시 특촬물이다.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특촬물에는 돗코이다처럼 평소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위기가 닥치면 파워 슈트를 이용하여 변신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이었다. 슈퍼히어로 특촬물은 끊임없이 새로운 악당들이 찾아오면서 벌이는 격투가, 매 에피소드마다 클라이맥스를 차지한다.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역시 마론 플라워가 만들어내는 전투머신이나 히아신스의 ‘노예’ 피에르가 변신하는 동물, 엘로드 성인 에델바이스가 찰흙으로 만들어낸 골렘 등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황당물답게, 그 위력이 터무니없이 약한 것으로 판명되기 일쑤지만.

게다가 범죄자라고는 하지만 마론 플라워건 에델바이스건 평범한 모습으로 있을 때에는 그저 좋은 이웃일 뿐이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메종일각』이 공동주택에 모여 사는 서민들 사이에서 싹트는 인정과 사랑을 포근하게 그려낸 것처럼,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역시 따스하고 화사하다. 아무리 엽기적이고 어이없는 사건과 행동들로 점철되어 있다 해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을 보고 있으면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가 어디라도,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마음만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지만, 이 만화를 보다 보면 그게 진실일 것만 같은 착각이 인다.

스즈오와 우주 범죄자들은, 함께 싸우다가 정이 들고 만다.(아마 일상생활의 정이 자연스럽게 쌓여 있는 탓일 거다) 대결에서 패하여 먼저 정체가 밝혀지면 탈락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게임의 규칙이지만, 스위트피를 비롯한 다수의 우주범죄자가 탈옥하면서 오히려 그들은 협조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즈오와 루리가 아니라, 돗코이다와 에델의 사이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은 황당무계한 코미디만화이자 쾌활한 가족드라마로서도 손색이 없는 즐거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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