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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이 넘치는 기발한 상상력! - 『특수기동수사대 토코』
<프레디 대 제이슨>,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누구는 싸구려영화라고 말하지만, <나이트메어>와 <13일의 금요일> 그리고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즐겁게 본 팬으로서, 이 캐릭터들의 충돌은 꽤 즐거웠다.
<프레디 대 제이슨>,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누구는 싸구려영화라고 말하지만, <나이트메어>와 <13일의 금요일> 그리고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즐겁게 본 팬으로서, 이 캐릭터들의 충돌은 꽤 즐거웠다. 에이리언의 길쭉한 머리가 프레데터의 칼에 두동강이 나거나, 프레디의 손톱 갈고리가 제이슨의 내장으로 파고드는 장면에는 독특한 카타르시스가 존재한다. 별다른 의미도, 해석도 불가능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오락으로서 이종 캐릭터의 대결은 훌륭한 킬링 타임이다.
두 편의 영화가 꽤 흥행에 성공한 덕에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이 속속 등장한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프레디 대 제이슨 대 애쉬>다. 애쉬는 <이블 데드>의 주인공으로, 악마와 싸우기 위해 한쪽 손에 전동톱을 단 사람이다. 애쉬와 제이슨의 격돌도 보고 싶지만, 사실 가장 보고 싶은 것은 <헬레이저>의 악마들이다. 클라이브 바커 감독의 <헬레이저>에는 기괴한 퍼즐박스를 열었다가 악마가 된 사람들이 나온다. <피의 책> 등을 쓰며 스티븐 킹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세계는 독특하다. 인간이 서술한 빛의 역사와는 다른, 타자의 흥망성쇠를 그린 어둠의 역사를 서술하는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 못지않게 그가 만든 영화들도 그로테스크하다.
<헬레이저>는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영화다. <헬레이저>에 나오는 고통의 사제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핀헤드다. 머리 전체에 커다란 핀을 꽂고 있는 악마. <헬레이저>에 등장하는 악마들은 검은 가죽옷을 입고, 신체의 어딘가를 변형시킨 악마들이다. 그들은 고통으로 자신을 확인하고, 열락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을 불러낸 인간에게도, 그 고통의 희열을 선사한다. 그런 그들이 프레디나 제이슨과 싸운다면 어떨까? 사실 <프레디 대 제이슨 대 애쉬>보다는 <프레디 대 제이슨 대 핀헤드>를 보고 싶다. 자칫하면 유치한 코미디가 되겠지만.
갑자기 핀헤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프레디 대 제이슨> 때문만은 아니다. 후지사와 토루의 <특수기동수사대 토코>를 보다가, 문득 <헬레이저>가 떠올랐다. 서기 2011년의 도쿄, 108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퍼즐박스를 만지다가 지옥의 문이 열린다. 이후 지옥의 문을 통해 악마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형상은 <헬레이저>의 악마들을 닮았다. 후지사와 토루가 ‘본디지 취향’이라고 말하는 이 악마들은, <베르세르크>의 악마들과도 닮았다. <상남 2인조>와 <반항하지 마>의 작가 후지사와 토루의 신작인 <특수기동수사대 토코>가 흥미로왔던 것은, 그 캐릭터를 어떻게 이야기 속에 끌어들일 것인가였다.
<특수기동수사대 토코>의 주인공 신도는 5년 전 죽은 부모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에 들어간다. 도쿄 마치다의 거대한 주택단지에서 벌어진 참극은 158세대 38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경찰은 대형 육식동물의 공격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장을 본 신도와 여동생은 믿을 수 없었다. 5년 후 도쿄에는 ‘팬텀’이라 불리는 괴생물체의 공격이 시작된다. 총으로는 죽일 수 없는 팬텀을 잡기 위한 특별 부대가 기동대 내에 설치되고, ‘토코’라고 불린다. 우연히 토코가 맡은 사건에 휘말린 신도는, 토코의 구성원들이 모두 마치다 사건의 생존자임을 알게 된다. 마치다 사건의 생존자들에게는 모두 악마가 깃들어 있으며, 그들이 각성할 때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 힘으로 지옥에서 건너오는 팬텀을 죽이는 헌터가 된 것이다. 신도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팬텀을 일깨우는 데 성공하고, 새로운 도전이 찾아온다.
후지사와 토루의 근작인 <로즈 힙 로즈>는 <특수기동수사대 토코>와 비슷한 점이 많다. 세계를 종말로 끌고 가려는 집단들. <로즈 힙 로즈>에서는 사악한 테러집단이지만, <특수기동수사대 토코>에서는 악마들이다. 설정은 틀리지만, 피와 살점이 사방에 튀는 학살극이란 점은 동일하다. 강력한 적과 싸우다가 자신의 힘을 깨닫게 되는 설정은, 단지 후지사와 토루의 작품만이 아니라 수많은 판타지나 액션물 등에 공통된 법칙이다.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지만,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이 틀리기 때문에 <로즈 힙 로즈>와 <특수기동수사대 토코>는 제각각 개성적으로 다가온다. <특수기동수사대 토코>의 독특한 재미는 <로즈 힙 로즈>의 수수께끼 풀이, 내가 누구인지 찾고 싶어하는 ‘소녀’의 잔인한 모험을 뛰어넘는 기발한 상상력이다.
<특수기동수사대 토코>의 설정 자체가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헬레이저>를 떠오르게 하고, H.P.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에도 많이 빚지고 있다. 악의 존재가 내부에 깃들어, 끊임없이 선과 악의 싸움이 내부에서 계속되어야 하는 설정도 익숙하다. 하지만 후지사와 토루의 작품은 언제나 박진감이 넘친다. 성과 폭력의, 양날의 칼을 적절하게 휘두르면서 마구 돌진한다. <상남 2인조>와 <반항하지마> 같은 학원물에서는 물론, <로즈 힙 로즈>와 <특수기동수사대 토코> 같은 액션스릴러물과 SF스릴러물에도 후지사와 토루의 장기는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단지 야하고 폭력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장면 자체가 위압적으로 눈을 사로잡고, 빠른 전개가 바로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보는 즐거움과 기다림의 긴장감이 있다. 별 게 없을지라도, 후지사와 토루의 <특수기동수사대 토코>와 <로즈 힙 로즈>는 대단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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