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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함께 즐거워진다 - 『벡』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누구에게나 하나씩의 재능은 있다. 그것을 믿는가? 아마 14살의 다나카 유키오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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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누구에게나 하나씩의 재능은 있다. 그것을 믿는가? 아마 14살의 다나카 유키오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류스케를 만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 따분한 일상을 보내면서 어떤 희망도 갖지 않았던 유키오. 커다란 절망이나 고통도 없었지만, 그의 미래는 언제나 막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에서 살다 돌아온 류스케를 만난다. 최고 인기 밴드인 다잉 브리드의 에디와 함께 기타를 연주한 적이 있다는 류스케. 그를 만나고, 그에게서 기타를 선물받고, 실수로 그의 기타를 부숴버리고, 유키오는 본격적으로 기타를 시작한다. 자신에게 음악에 재능이 조금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유키오의 새로운 일상이 열린다. 사쿠이시 해롤드의 『벡』은 음악만화인 동시에 성장만화다. 14살이라는 나이는 참 애매하다. 아직 성인이 아니지만, 어른도 아닌 나이. 이미 육체는 어른과 동일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그 누구도 어른으로 대접해주지 않는 나이. 세상을 알아가고, 세상에 절망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나이. 그래서인지 14살은 유난히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나이이기도 하다. 겨우 알게 된 세계와, 부딪쳐간다고나 할까.

유키오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무엇을 잘 하는지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때 일종의 역할모델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벡』은 그 찬란한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간다. 유키오의 변화는 이즈미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한 살 연상의 이즈미.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 보니, 이즈미는 이미 ‘나와는 먼 존재’가 되어 있었다. ‘미스 히가시중 3연패’라는 전설을 만든,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유키오는, 짓궂은 친구 덕분에 이즈미의 눈에 띄어 함께 어울리게 된다. 그 이즈미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다잉 브리드이고, 우연히 만난 류스케도 좋아한다. 하지만 유키오가 좋아하는 가수는 기껏해야 아이돌이다.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이즈미의 물음에 아무 생각없이 오키나와 출신의 아이돌 가수를 답했던 유키오였지만, 이즈미가 들려준 다잉 브리드의 음악에 넋을 잃는다. 그리고 기타를 배운다. 처음에는 이즈미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접근하기 위해서였지만, 서서히 유키오는 몰두하게 된다. 음악이 그의 인생이 되고, 그는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겨우 14살에 난 인생을 알고 말았다.”

『벡』은 천천히 유키오의 음악 인생을 그려간다. 류스케가 타이라, 치바 등을 만나며 하나의 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때로 희극적으로, 때로 고통스럽게 그려진다. 이미 확고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유키오의 모습은 작은 감동을 준다. 유키오는 천재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고, 그것을 성장시켜 가는 보통사람이다. 그것이 <벡>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거기에 적당한 슬픔과 웃음이 있고, 파란만장한 세상사가 있다. 캐릭터도 풍부하고, 이야기도 구성지게 흘러간다. 『벡』은 무리없이, 생생한 묘사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벡』이란 제목은, 팝송을 좋아한다면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젊은 세대라면 당연히 의 벡을 떠올릴 것이고, 중년이라면 에릭 클랩톤,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손꼽혔던 제프 벡을 떠올릴 것이다.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벡과 제프 벡은 가장 다양한 실험을 해온 혁신적인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벡』에는 벡과 제프 벡만이 있는 것이 아닌다. 우선 류스케가 키우고 있는 누더기투성이 개의 이름이 벡이다. 2년간의 재활과정을 통해 다시 태어난 벡은, 온 몸이 서로 다른 가죽으로 이어져 있는 괴상하게 생긴 개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친절하지만, 유독 자신을 구해주었던 유키오에게는 심술맞은 개. 그리고 류스케와 유키오가 결성한 밴드의 이름도 바로 벡이다.

벡을 결성하고,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마침내 음반을 내게 되는 과정은 국내의 가요계와 약간 다르다. 『벡』은 일본 음반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처음부터 기획사에서 키워져 데뷔를 하는 가수들도 있지만, 그건 대체로 아이돌 가수들이다. 대부분의 밴드는 친구들끼리 연습을 하다가, 거리에서 공연을 하거나 클럽을 임대하여 공연을 한다. 클럽에서 돈을 주고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직접 돈을 내고 빌린다. 인기가 좋아져 스카우트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음반을 낼 때도 마찬가지다. 인디 밴드들은 직접 음반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팬들이 생기고, 점차 알려지면 메이저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린다. 가끔씩 공연을 하자마자 눈에 띄어 메이저에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4, 5년 이상 지나고 인디 음반도 몇 장을 낸 후에야 메이저가 손을 뻗친다. 아니 영원히 데려가지 않는 밴드의 수가 훨씬 더 많고, 메이저의 간섭이 싫어 그냥 인디에 남는 밴드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의 꿈을 위해서, 아니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밤에는 밴드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1명의 승자가 있으면, 9명의 패자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가능성을 위하여, 현재의 즐거움을 위하여 모든 것을 거는 젊음은 보기 좋다. 보고 있으면, 함께 즐거워진다. 『벡』을 보는 즐거움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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