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김봉석의 만화이야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명작 - 『황금박쥐』, 『사이보그 009』, 『초인 로크』
아마 처음으로 TV에서 본 애니메이션은 <황금박쥐>였던 것 같다. ‘빛나는 해골은…’ 하는 주제가와 황금박쥐의 껄껄, 하는 웃음소리는 어른이 된 후에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아마 처음으로 TV에서 본 애니메이션은 <황금박쥐>였던 것 같다. ‘빛나는 해골은…’ 하는 주제가와 황금박쥐의 껄껄, 하는 웃음소리는 어른이 된 후에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최근 다시 출간된 카타 코우지 글, 카즈미네 다이지 그림의 『황금박쥐』가 반가워서 당장 손에 집어들었다. 야마토네 박사 일행은 고대 아틀란티스의 유적에서 황금박쥐를 만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 전 황금박쥐가 쫓아낸 나조 일당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을 안 황금박쥐가, 야마토네 박사를 불러들여 부활을 한 것이다. 그런데 부활한 황금박쥐의 형상은, 그냥 해골이다. 그냥 해골에 황금 망토를 걸친 것이 황금박쥐이고, 그가 바로 지구를 구할 영웅이다. 미국의 슈퍼맨이나 배트맨에 비교해본다면, 그 모습은 아무리도 봐도 친근해지지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징그럽다. 그런데도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황금박쥐를 좋아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황금박쥐』를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재미는 있었다. 지금의 만화에 비하면 그림이나 장면 연출이 당연히 촌스럽지만, 그래도 상당히 짜임새 있는 만화였다. 어린 시절에 꽤 즐거워하며 봤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릴 때에는 곤충이나 파충류 종류에도 이상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요괴인간』의 주인공들에게도 호감을 가졌으니까.
『황금박쥐』는 명작이라는 반열에 들 만한 만화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명작. 『황금박쥐』가 걸작이라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지만, 시간의 흐름을 감안한다면 악의 무리와 싸우는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물로서 『황금박쥐』는 재미있는 명작이다. 『황금박쥐』 이후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테츠카 오사무 원작의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등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일본에서는 만화라는 매체를 최고의 대중문화로 끌어올린 작가를 세 명 꼽는다. 첫번째는 당연히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부르는 데츠카 오사무다. 두 번째는 『사이보그 009』의 작가 이시노모리 쇼타로다. 세 번째는 『메종일각』 『란마 1/2』 등의 명작을 그렸고 지금도 『이누야샤』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카하시 루미코다.
데츠카 오사무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고, 지금도 전성기를 구가하는 다카하시 루미코 역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만화가다. 그렇다면 이시노모리 쇼타로는 어떨까? 『사이보그 009』는 누구나 어린 시절 경험한 최고의 만화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걸작인 만화다. 새로 나온 『사이보그 009』를 보고 있으면, 역시 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장악하려는 검은 유령단이 만들어낸 사이보그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001에서 009까지 일련번호가 붙은 사이보그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001은 천재적인 두뇌와 초능력을 가진 아기이고, 002는 마하의 속도로 날 수 있고, 004의 온몸은 무기로 되어 있고, 007은 마음대로 자신의 몸을 변신시킬 수 있고 등등. 『사이보그 009』는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전대(戰隊)물의 효시로도 평가를 받는다.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사이보그 009』는 서로 협동하며 팀을 이루어 싸우는 슈퍼 히어로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 안에서 휴머니즘의 정신으로 ‘사이보그’와 인간의 운명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거장 대접을 받는 이유는 『사이보그 009』를 비롯한 그의 만화들이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가면 라이더』나 『인조인간 키카이더』 등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면 라이더』와 『인조인간 키카이더』는 일본에서 실사 TV 시리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속편에 속편을 거듭하며 계속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나와서 변신을 하고, 고무로 만든 옷을 뒤집어쓴 괴물들과 대결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쩐지 조금씩 끌려든다. 아예 관심이 없다면 코웃음을 치면서 채널을 돌리겠지만, 그런 종류의 변신물에 관심이 있다면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울트라맨> 시리즈가 일본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때로 사회적 이슈까지 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게다가 일본은 고무옷을 뒤집어쓴 ‘고지라’가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나라 아닌가. 몇 년 전부터 복고풍이 일면서 『사이보그 009』와 『인조인간 키카이더』는 다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명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예다.
명작에게는 어딘가 이유가 있다. 『사이보그 009』도 그렇지만, 『초인 로크』 역시 지금 보아도 ‘낡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세련됨은 부족하지만, 그 철학적인 세계관과 탁월한 상상력은 지금 읽어도 감동을 준다. 그래서 히지리 유키의 『초인 로크』 역시 SF 명작으로 손꼽히는 만화다. 로크는 불로불사에 타인의 초능력을 학습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최강의 초인이다. 단순한 초인물인 것 같기도 하지만, 히지리 유키는 수십 년 동안 『초인 로크』의 다양한 버전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가 영겁을 통과하는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를 창조해냈다면, 『초인 로크』는 과학적으로 추정 가능한 미래 세계를 만들어내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초인의 눈으로 만화를 그려낸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고, ‘돌연변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홀로 살아가는 로크는 끊임없이 ‘인간’의 도전을 받거나 구조 요청을 받는다. ‘초인’이라는 테마는 『초인 로크』를 한없이 무겁게 만든다. 초인은 모든 인간의 위에 있는, 혹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자다. 그는 홀로 살아가면서, 모든 것에 초연한 채 바라보아야만 한다. 이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는 한은. 이 세계가 얼마나 추악하고,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알지만 ‘초인’인 그의 능력으로도 이 세계 전체를 구원할 수가 없다. 세계를 바라보는, 슬픈 로크의 눈이 지금도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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