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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위에 군림한 심판자가 아니라 똑같은 인간으로서의 검사 - 『검사 마루쵸』

얼마 전 ‘검사스럽다’는 유행어가 나돈 적이 있다.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회에서 보인 평검사들의 태도에 격분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인데 ‘아버지에게 무례하게 대드는 버릇없는 자식’등의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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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검사스럽다’는 유행어가 나돈 적이 있다.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회에서 보인 평검사들의 태도에 격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인데 ‘아버지에게 무례하게 대드는 버릇없는 자식’ ‘학번과 학벌을 들이대며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등의 뜻이라고 한다. 단어 자체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한 것은 검사를 포함한 한국의 관료 조직이 얼마나 불신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국민이 보기에 검사를 포함한 관료조직들은 조직이기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검사는 검거, 적발된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죄가 있고, 없음을 1차로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이다. 적어도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분명히 거대하고, 강력하다. 검사의 결정 하나가 보통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고, 반대로 구제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들이 토론회에서 보인 태도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그들이 보통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람으로서는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토론회가 묵묵하게 일하는 많은 검사들을 그대로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믿음을 타카다 야스히코의『검사 마루쵸』를 보면서 더욱 다졌다. 그게 현실이 아니라 단지 바램일지라도.

『검사 마루쵸』의 주인공 우시오 타다시는 사법 연수를 마치고 막 임명장을 받은 신출내기 검사다. 우시오 타다시의 이력은 특이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고시엔을 목표로 땀을 흘리던 투수였다. 하지만 고시엔에 진출하지 못했고, 프로에도 가지 못했다. 대학야구와 사회인 야구를 계속하면서 우시오는 프로 진출의 꿈을 결코 잃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가 망가져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우시오는, 부인이 된 사와의 조언으로 새로운 희망을 가진다. 자신이 검사로서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 검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연수를 받던 중 불의의 사고로 사와가 사망한다. 거대한 난관을 거푸 겪은 후에, 우시오는 검사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시오는 때로는 용의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의심 가는 것은 끝까지 파고들어야 성미가 풀리는 타입이다. 상사가 잔소리와 질타를 가하고, 관할서의 경찰들이 뜨악한 눈으로 쳐다봐도 우시오는 뚫고 나간다. 우시오는 고난과 극복의 과정이 적절하게 안배된 ‘열혈 주인공’처럼 보인다. 너무 뻔한 주인공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든다. 우시오의 첫 부임지는 니이가타. 우시오의 입회 사무관인 유카는, 그의 열혈을 이렇게 평가한다. “피의자의 맘에 파고 들어가 참회를 끌어냄으로써 자기만족하는 타입.” 그리고 덧붙인다. “최악이야.” 맞다. 우시오는 그런 타입으로 비치기 쉬운 인간이다. 조직보다는 자신의 열혈에 모든 것을 거는, 일본 만화 특유의 주인공. 그러나 3권을 지나면서부터 우시오의 진짜 모습이 비치기 시작한다.

방화로 신도 토모아키라는 청년이 숨진다. 자수를 한 범인 아라이 미츠코의 아들은 5년 전 신도와 친구들의 린치로 사망했다. 소년원에서 나온 신도는 우연히 이사를 간 아라이의 동네에 살게 되었다. 우시오와 유카는 아라이의 주변 인물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아라이가 너무나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왜 똑같이 사람 목숨을 뺏고도 누구는 5년 만에 나올 수 있는 거냐고 항변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답이 마련되어 있다. ‘법률이란 관련된 모든 인간의 불만을 어루만져줄 힘은 갖추지 못했다’와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그만큼 죄 값을 치러야 한다.’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지는, 누구도 답할 수 없다. 때로는 신일지라도. 신도의 아버지가 투신자살을 했을 때 우시오의 마음은 더욱 황량해진다.

게다가 아들의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던 아라이의 고백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 자 때문에 죽어라 고생하고, 또 그런 기분을 죽여가며 같은 마을에서 살아야 되나. 이 마을에서 도망쳐봐야 비참한 맘을 없애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되나. 이제 전부 토해내는 수밖에 없겠구나. 방화와 살인이면 구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이어서 남은 인생 조용히 살 수 있겠다 싶어서”라는 고백. 두려워서, 마음의 감옥에 갇혀 버둥질치던 아라이가 택한 길이 방화였던 것이다. 그 고백을 들은 우시오는 “하지만 한 명쯤 누구든 그녀의 맘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한 명만 있었다면 충분했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되뇌인다. 우시오는 그들을 도와줄 수가 없다. 그들의 죄를 용서할 수도, 벌할 수도 없다. 애초에 죄와 벌은 인간이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검사라는 직업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사코마루 부검사는 “당신이 밝혀낸 진상에서 사람들 각자가 뭔가 느낄 수 있다면… 각자의 미래에 연결될 거라고 난 믿고 싶어”라고 말해준다. 그 말을 이어 받아 우시오 역시 “제 깨달음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제 눈에 비친 건 세상과 이어져 있다고 그렇게 믿고 하나하나 사건을 지켜보려 합니다. 피하지 않고 계속 직시하는 게 제 일이라 믿으면서”라고 생각한다. 검사는 개인의 정의와 사회의 정의가 연결된다고 믿고, 그 믿음을 실천해가야 하는 사람이다. 그게 무너진다면 신뢰도 사라지고, 권위도 사라진다.

검사는 보통 사람들의 위에 군림한 심판자가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상식으로 죄를 가려내야만 하는 것이다. 똑같은 나약함으로, 똑같은 절실함으로. 유카는 “나약함을 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약한 게 당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최근 겨우” 들었다고 말한다. 우시오도 “다들 어딘가 나약한 구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도 용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잘못된 게 하나도 없는 완벽한 사람들로 꽉 찬 세상이 훨씬 더 무서울 거야”라고 말한다. 그 말이, 정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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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마루쵸 1

Takata Yasuhiko 글,그림3,150원(10% + 1%)

주인공은 신임 검사 우시오 타다시, 방년 29세. 사법수습을 마치고 법무장관의 사령장을 받아 도쿄 지방 검찰청에서 연수 중이다. 신임 건사란 아직 불완전한 피라미 같은 자리이다. 그러나 책임이나 권한은 다른 베테랑 검사와 마찬가지! 그런 그가 실제 피의자를 상대로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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