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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매니아와 함께 일본여행 - 『아이러브 트레인』
오타쿠’란 일본말은 ‘애니메니션이나 만화,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비디오가 보급되고,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일본의 오타쿠들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
‘오타쿠’란 일본말은 ‘애니메니션이나 만화,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비디오가 보급되고,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일본의 오타쿠들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든 가이낙스의 대표이사였으며, 도쿄대에서 ‘오타쿠 문화론’을 강의하는 등 오타쿠학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카다 토시오가 쓴『오타쿠』란 책을 읽으면 입이 딱 벌어진다. “『건담』의 대사를 전부 외우는 녀석” “『루팡 3세』에 등장하는 총기를 등장순으로 암기하는 녀석”들은 기본이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사일 발사장면이 얼마나 사실적인지 알아내기 위하여 “양손에 가득 50연발 화약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물가에서 격전을 벌이는” 실험을 하는 인간도 있다. 오카다 토시오의 주장을 따르면, 놀라운 정보 분석 능력과 문화 창조 능력을 지닌 오타쿠들은 현대 일본 문화산업을 끌어가는 위대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고 한다. 가이낙스나『청의 6호』등을 만든 곤조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는 생각도 든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에 미친 인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어디에나 매니아는 있게 마련이다. <스타 트렉>의 열광적인 팬들은 서로 ‘트레키’라고 부르며 모임을 갖고,<슈퍼맨>과 <배트맨>의 만화 초판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도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매니아라고 말한다. <매트릭스>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진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의 오타쿠들은 좀 유별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것은 거의 종교적인 수준이다. 맛집과 요리를 보여주는『맛의 달인』이 80권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몇 대째 하나의 가업에 종사하고, 그 분야에서 ‘천하제일’을 이루어내는 일본인의 철학은 어디에서나 살아 있다. 일본에는 학계의 전문가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연구하는 재야 학자들이 유난히 많다. 그것도 바다생물 전문가, 아메리카 인디언 전문가 등으로 대단히 구체적인 부분을 파고든다. 만화에서도『맛의 달인』을 비롯하여『이니셜 D』『돈의 제왕』,『도박묵시록 카이지』 등 특정 분야를 치밀하게 파고드는 작품이 유난히 많다.
야마구치 요시노부의『아이 러브 트레인』도 매니아 성향의 작품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아이 러브 트레인』은 철도 매니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모형 기관차에 잠시라도 매혹된 적이 있다면 그 기분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아이 러브 트레인』은 정도가 심하다. 잠깐 생각해보자. 철도 매니아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여러 가지 목표가 있다. 가장 쉬운 것은 열차를 타는 것, 최종 목표는 JR 전 노선을 완주하는 것이다. 일본의 철도는 회사마다 자체 노선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철도를 다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노선이 많고, 쉽게 탈 수 있는 JR의 정복을 목표로 한다. 돈이 생길 때마다 기차에 올라 여행을 떠나고, 간혹 우울할 때는 그냥 순환선을 타고 빙빙 돌기도 한다. 단지 열차에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니까.
철도 매니아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모형 기관차를 모으는 일이다. 그냥 기관차만이 아니다. ‘N 게이지 레이아웃’이라는 철도와 철로, 그리고 산과 터널까지 완벽하게 존재하는 거대한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열차를 타는 것과 모형 열차를 만드는 것. 하지만 이 정도로는 진정한 오타쿠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의 진정한 꿈은 내 손으로 만든 열차를 타고 달리는 것이다. 열차 디자이너나 철도회사에 취직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물론 그것도 가능하지만, 철도 매니아들은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싶어한다. 디자인과 제작부터 철도를 깔고 달리는 것까지. 실제로 일본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나리타공항 근처 ‘나리타 꿈의 목장’이란 곳에 가면 목장 내를 달리는 ‘광차 열차’란 것이 있다. ‘라스치진 철도 협회’라는 철도 마니아들이 증기 기관차를 직접 제작하고 레일이나 낡은 침목 같은 걸 얻어와서 노선을 깔았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이 정도로 헌신하기는 힘들지만, 철도 매니아들은 ‘자신의 꿈’이기 때문에 즐겁게 일을 한다. 그들을 끌어가는 것은, 바로 그 꿈이다.『아이 러브 트레인』은 그 철도 매니아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솔직히 『아이 러브 트레인』을, 철도 매니아가 아닌 사람이 보기란 좀 답답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의 철도도 아닌 일본의 철도다. 그런데 의외로『아이 러브 트레인』은 꽤 수월하게 읽힌다. 뭔가 잡다한 것, 새로운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아이 러브 트레인』의 수많은 정보가 즐겁다. 주인공인 사쿠라이 마사토가 기차를 타고 가면, 우선 도시락이 등장한다. 한국과 달리 각 역마다 다양한 도시락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도시락에 대한 품평을 해준다. 그리고 역 주변의 관광명소와 특산품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그것들을 보다 보면 부러움이 생긴다. 요즘 한국에서도 관광사업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아이 러브 트레인』을 보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관광지를 달리는 열차에는 특별하게 제작하거나 특이하게 모양을 꾸민 열차를 투입하고, 오래된 명소가 없다면 테마 파크나 쇼핑몰 같은 것으로 관심을 끈다. 요리와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저마다 특이하게 만든다. 하코다테에 가면 오징어 먹물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있고, 야마테라의 1015단 돌계단의 아래에서는 계단을 오를 힘을 준다는 ‘치카라 곤약’을 판다. 나쁘게 생각하면 치밀한 상술이지만,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포장을 해놓으면 여행을 하는 기분은 즐거워진다.『아이 러브 트레인』은 일본여행의 정보지로서도 손색이 없다.(언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게다가 보너스도 있다.『아이 러브 트레인』을 보고 있으면, 일본의 풍물을 세세하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풍경이, 때로는 그들의 마음과 사상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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