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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여자에 의한, 그러나 대한민국 모든 젊음을 위한 『여자 생활 백서』

옆집 언니가 도란도란 들려주는 젊은 날의 지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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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을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여자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에서 놓여있는 상황은 어떤 경우엔 절반 이상이며, 어떤 경우엔 절반 이하입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욕을 먹는 경우도 아직 흔하고, 어쩌다 길에서 접촉 사고라도 나면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상소리 다 들어가며 “하여간 여자들은…”이라는 소리 듣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자라는 특권’을 강조하며 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마케팅의 주요 공략 대상으로서 한껏 추켜세움 받는 고객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건 사회 전체를 거시적으로 볼 때의 이야기겠지요. 사회의 50%를 차지하는 집단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개인적 성별, ‘너, 여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한 여자로서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며 만나게 될 인생의 많은 거리들을 정말 어느 한 여자가 그저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풀어나간 여자들만의 인생 지침서가 오늘 소개할 『여자 생활 백서』입니다. 이제 30대를 막 지나고 있는 저자의 나이는, 책이 함부로 인생의 교훈을 이야기한다거나 하는 오만한 오류를 범하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저자는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동안 자신이 살아오고 주변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여자로서의 삶에 필요한 핵심을 약 60여 가지로 추려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멋진 남자를 고르는 법, 연애관계에서 여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 스킨십, 이별을 거쳐 결혼과 뷰티, 패션과 쇼핑, 재테크에 이르는 과정을 풀어내고, 여자들이 갖는 인간관계에서의 약점과 보완점, 가족과의 문제, 하루하루의 계획과 스케줄, 직장 생활까지… 세세한 부분에 걸쳐 여자로서 행복한 삶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 요소들을 설명합니다. 책은 너무 도덕적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대놓고 세속적이지도 않습니다. 고고하게 “결혼에 있어 남자의 경제력 따윈 중요하지 않다”라고 선언하기보다는, 결혼하려는 남자가 끌리는 진짜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부모님과 교과서의 딱딱한 훈계보다 부드럽고, 찻집에서 수다 떠는 내용보다 무게 있는 수준에 맞추어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정리하여 읽는 이에게 “아 맞아, 그거야!” 하는 공감의 손뼉을 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맞닥뜨렸을, 아니면 곧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상황을 저자 특유의 가볍고 편한 어투와 비유로 풀어내 마치 아는 언니에게 인생 상담이라도 듣는 듯한 기분을 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구절 하나를 같이 읽어 보겠습니다. “그럴 땐 거짓말하는 것보다 ‘응, 이거 짝퉁이야. 이태원에서 5만 원 주고 샀어. 어때, 진짜 같지?’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물론 ‘제가 들고 있는 이 백은 3만 원짜리 짝퉁이랍니다. 오해들 마세요. 절대 진품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게 문제다! 진짜처럼 보이고 싶어서 짝퉁을 사지만 결과적으로는 제품을 포함해 그 주인마저도 한심한 가짜로 만들어 버리는 것.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냐고? 진품을 갖고 있는 사람 옆에 나란히 서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114쪽, 「명품 못 산다고 짝퉁은 사지 말라」) 이 장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명품이란 것은 본래 비싼 가격과 높은 브랜드 가치 때문에 소비하고 싶은 ‘사치의 욕구’가 강하게 반영된 상품인데, 그걸 짝퉁으로 사서 명품인 척하는 건 결국 스스로의 자괴감만 키울 뿐 욕구 만족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거창하게 명품이 사치를 조장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도덕군자가 아니라, 명품을 사고 싶어하는 여자의 심리를 이해해 주고, 대신 차라리 짝퉁을 샀다면, 괜히 명품인 척하면서 속으로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친구들에게 “이거 짝퉁이야! 진짜 같지?”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이야기합니다. 여자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기 위한 많은 내용들 속에는 좋은 말뿐 아니라 듣기에 속이 편치 않은 날카로운 지적도 군데군데 들어있습니다. 대표적인 충고가 「회사에서 메신저 하지 말라」 편입니다. 그냥 가서 얼굴 보고 해도 될 이야기를 메신저로 조잘조잘 하다보니 나중에는 메신저를 위한 메신저로 변질되고, 일보다 잡담만 늘어 나중에는 회사에서 “쟤는 일 안 하고 메신저만 하는 애야. 여자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는 충고는 듣자마자 “아차”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일상의 단점을 콕 짚어냅니다. “자기과시욕을 담아 남 얘기를 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 제물의 반대편에서 제물의 인격을 폄훼하며 ‘적어도 난 아니거든’이라고 말하고 싶은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나기만 하면 누군가를, 무언가를 잘근잘근 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필경 외로워서 그런다. 자기 이야기를 하자니 별반 이슈가 없거나 주위를 환기시킬 자신이 없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이 공공의 적을 만드는 일.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어차피 휘발되고 마는 얘기들을 주제로 삼은 마당에.”(160쪽, 「뒷담화 할 때도 매너는 지켜라」) 여자들의 사소한 수다에 자주 등장하는 뒷담화에도 결국 자기 과시욕이 숨어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저자는 그렇다고 뒷담화를 하지 말라고까진 하지 않습니다. 다만, 할 땐 하되 요령껏 해서 말 그대로 곧 공기 중으로 사라져버릴 수다 때문에 괜히 남에게 상처주거나 자기 가슴에 죄책감을 남길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함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무릎을 치게 하는 해설, 그러면서도 “하지 말라”라는 설교가 아닌 “적당히 해라, 결국 너 좋자고 하는 거 아니냐”라는 현실적인 타협이 융합된 충고는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주제이면서도 뭔가 뇌리에 남길 만한 교훈을 안겨 줍니다. 60여 개의 장이 각각 다양한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의 근본적인 흐름은 한결같습니다. “2,30대는 이제 소녀를 벗고 진정한 여자로 살아가야 할 시기이며, 그렇기에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기다. 그런 시기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여자는 남자를 보던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야 하며, 자신을 위해 살던 삶을 남과 함께하는 관계 속의 삶으로 거듭나야 한다”라는 저자의 인생관에 기반을 둔 이야기들이기에 책은 통일된 흐름을 가지고 여자의 삶 속에 개입합니다. 그리고 소소한 소재들을 건드리며 독자에게 묻습니다. “너, 여자, 정말 후회 없는 젊음을 보내고 있니?” 옆집 언니의 인생경험 이야기 같기만 한 책의 뉘앙스 속에 남자인 저 또한 그저 공감, 또 공감하며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여자라서 뿐만이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모든 2,30대 젊은이에게 어느 선배가 술자리에서 혹은 찻집에서 도란도란 들려주는 인생 경험 이야기는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할 듯합니다. 남녀가 따로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여자의 세상살이는 남자에게도 또한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겠지요. ------------------------------ 『여자 생활 백서』는 어떤 책? 뜨거운 사랑에 빠져보고 싶으면서도 조건 좋고 편안한 남자와 결혼하고 싶고,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은데 능력 발휘는커녕 오늘도 회사에서 좌충우돌, 가끔 지름신의 강림으로 마구 ‘지른’ 뒤 날아오는 카드 고지서의 압박,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달콤한 군것질의 대가로 마구 늘어나는 뱃살… 이것이 대한민국 평범한 여성들의 현주소다. 12년째 여성을 주 타깃으로 기사를 써온 저자 안은영(현재 <메트로 신문> 기자)은 『여자 생활 백서』에서 “나, 잘 살고 있는 거 맞아?”라고 불안 섞인 물음표를 던지는 이 시대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에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자의 인생을 위해 꼭 한번 해봐야 할, 그리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진실하고 감동적인 ‘생활의 기술’ 80가지를 전하고 있다. 그 범위는 연애와 결혼에서부터 직장생활과 커리어 관리, 쇼핑과 취미생활, 가족과 우정 등 여자 인생 전체를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 저자 안은영은 누구? <메트로 신문> 대중문화팀 기자. 1971년 전주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제대로 외우는 영시 하나 없지만 내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끼적거리던 습관과 사람과의 소통이 즐거워 기자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곧고 당당한 사람을 취재원으로 만나는 행복, 아름답고 뿌듯한 일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보람, 슬프고 당혹스러운 순간으로부터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비애를 오가다 보니 어느새 기자생활 12년차에 접어들었다. 취미는 ‘재미난 일’ 찾기, 소망은 ‘하루에 한 가지씩 근사한 일 벌이기.’ 현재 가장 관심 있는 일은 공간과 크기에 상관없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문패를 걸어 다는 일이고, 앞으로도 볼펜심을 갈아 끼우며 취재수첩을 들고 다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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