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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단 최후의 거인, 그가 돌아왔다!

잊혀져서는 안될 한 작가의 제자리 찾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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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가 마감되었습니다. 4월 27일 채널예스 공지사항 게시판에 당첨자 발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적 사상가의 좌장 격인 리영희와 보수적 성향의 소설가 이문열이 만나 공통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한다. 도대체 무슨 일로? 바로『산하』,『지리산』 등의 작품을 남긴 소설가 이병주 선생(1921~1992)을 되살리기 위한 ‘이병주 기념 사업회’ 때문. 모임 멤버는 이 외에도 다채롭다. 문학평론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전두환 정부의 실세였던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원로 영화배우 최지희 등. 회장은 문학평론가 김윤식과 정구영 전 검찰총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도대체 소설가 이병주 선생은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정치적, 사상적 견해를 달리하는 각계의 인사들이 소리 소문 없이 모여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걸까? 이에 ‘이병주 기념 사업회’의 첫 번째 사업인 <이병주 전집>의 출간을 맡은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참으로 인간적이고 모든 사람들과 생각을 포용해 낸 이병주 선생의 큰 스케일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이병주 선생의 사상과 문학을 통해 이 땅의 문학적 지평과 사상적∙문학적 풍경이 새롭게 전개될 수 있다는 생각을 여러 분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병주는 누구?


소설가 이병주 선생은 192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1992년 타계하기까지 약 80여 편의 작품을 남긴 작가다. 작가로서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지만 마흔 네 살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정말 엄청나게 많이 쓴 작가라 할 수 있다. 원고지로 따지면 한 달에 이백 자 원고자 약 만 장 정도를 쓴 것이고, 작품 수로 환산하면 일년에 약 세 편 정도의 작품을 쓴 셈.

이병주 선생을 평생 따라 다닌 것은 좌익 혐의였다. 문학평론가 장석주 씨가 2002년 한국경제신문에 연재한 <한국문단비사>에 따르면 이렇다.

「1970년대 중반,문인들이 모인 어느 술자리. 한 젊은 소설가가 술기운을 빌려 이병주에게 대뜸 묻는다. "선생님, 빨치산 하셨지요?" 적당히 술이 올라 기분이 좋았던 이병주의 얼굴이순식간에 굳어버린다. 좌중의 시선이 일제히 이병주에게 쏠린다. 짧은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병주가 벌떡 일어선다. "내가 빨치산 한 걸 네가 봤어? 증거 있으면 대보라구, 이 자식아!" 이병주가 들고 있던 술잔이 어느 새 젊은 작가의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말 한 마디 잘못 꺼낸 죄로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한 젊은 작가가 묵묵히 있자 이병주는 분이 덜 풀린 듯 후배 작가의 멱살을 움켜잡는다. 주위 사람들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아 가까스로 더 큰 불상사로 번지지는 않는다.

이병주는 자신에게 평생 동안 따라다닌 좌익 혐의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그의 사상적 편향에 대한 의심 때문에 그는 숱한 오해와 불이익을 당하며, 그의 내면에는 이에 대한 강박증적 피해 의식이 깃들이게 된다. 그가 숨진 뒤 한 유력 월간지에 마치 특종처럼 "나는 빨치산이었다"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기사대로라면 6.25 직후 해인사 경내에 피신해 있던 이병주는 그 곳을 습격한 빨치산 부대장 김간도를 만나고,일본 메이지대학 동창인 그를 따라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다. 그러나 그 기사는 오보였다. 그의 좌익 전력은 인민군 점령 치하에서 연극동맹을 맡은 것이 전부이고, 그 어쩔 수 없는 "부역 행위" 때문에 진주경찰서에 자수해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난다.」

역사에 휘말린 이병주 선생의 인생 부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 일본 메이지 대학과 와세대 대학에 유학했다가 학병으로 끌려가기도 했고, 편집국장 겸 주필로 있었던 국제신보에 한반도의 영세 중립국화를 주장한 논설을 써서 혁명재판소에서 10년 형을 선고 받고 2년 7개월을 복역한 뒤 서대문형무소에서 나온다.

일제 강점 하에서의 식민지 교육, 해방 공간에서 불거진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 한국 전쟁, 남북 분단, 5.16, 필화 사건으로 말미암은 감옥살이 등 수난의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이병주 선생의 삶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 누구보다 생생한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으로서 토해낼 거리가 많았던 것.

첫 작품 『소설 알렉산드리아』(1965)로 평단과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 후, 『관부 연락선』(1972), 『지리산』(1978), 『바람과 구름과 비』(1978), 『산하』(1979) 등의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하는 이병주 선생에 대해서 문학평론가 김종회 씨는 이렇게 술회한다. “이병주 선생은 ‘우리 시대의 정신적 대부’라고 불릴 만큼 사십대 이상의 독자들에게 우상과도 같았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 ‘집에 이병주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당대 최고 실권을 가진 정치가를 직접 가르치고, 기사 딸린 폭스바겐을 굴릴 정도로 당대에 명성을 누릴 만큼 누렸지만, 오히려 그 명성에 가려져 그의 문학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2006년 이제 50여 명의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이병주 문학’의 진면목을 발굴, 알리려 하고 있다.


<이병주 선생 갤러리>


■ 이병주, 그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

“하나를 희생시켜 다수를 위한다”고 할 때
언제나 희생되는 사람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위함을 받는 다수는 막연한 존재이다.”


- 나림 이병주


"태양이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이 바래면 신화가 된다." 이병주 선생이 생전에 즐겨하던 말이다. 스스로가 질곡 많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역사 속의 무력한 개인, 역사가 챙기지 못한 이름없는 사람들을 소설 안에 담아내고자 했다.

「모든 역사는 승자들을 위한 기록이다. 따라서 당연히 역사는 승리자 중심으로 기술되고 결과만 따지게 된다. 그러나 문학은 역사가 빠뜨리고 간 것을 챙기고 메워준다. 무명의 패배자에게도 발언권을 주고 결과만이 아니라 동기도 중요하게 조명을 한다. “역사의 그물로 파악하지 못한 민족의 슬픔의 의미를 모색하는 것”을 자신의 문학적 지향으로 삼은 이병주는 철저한 자료 수집과 취재에 바탕을 두고 한국 현대사를 소설의 공간에서 충실하게 되살려낸다.」- 장석주의 ‘한문문단비사’에서

이병주 문학의 핵심 키워드는 서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주 작품의 문학적 가치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김종회 씨의 평은 다음과 같다.

“박학다식과 박람강기한 작가의 세계관을 이야기의 재미에 담아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가였습니다. 그의 이야기성은 과거의 전통적 이야기담과는 다른 서구적 지성과 세련을 동반한 것이었고, 동서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소설은 물론 독자들의 세계관조차 미소화 파편화 되어버린 시대에 이야기성의 회복을 통해 거대 담론의 부활을 불러올 수 있는, 그러므로 지금도 여전히 주목해야 할 작가입니다.”

또한 김종회 씨는 “이야기의 서사상, 장쾌하고 드라마틱한 구성, 활달하면서도 정곡을 꿰뚫는 문장 등에 대한 평가가 그 동안 미흡했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병주 문학에서 세계를 대범하고 호활하게 보는 눈, 다양다기한 인간관계를 해석해 나가는 지혜, 조직사회에서 웅지를 펼쳐나가는 처세와 경륜 등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 어려운 이야기의 재미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이병주 문학이 전 세대에 걸쳐 소설적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문학적 보편성을 갖추었다는 것.

■<이병주 전집>은 어떻게 기획되었나?


오는 4월 24일 출간될 <이병주 전집>은 한길사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기념으로 준비하고 있는 대형기획물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한국사 이야기』,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의 저작물 출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쏟아온 한길사가 ‘이병주 문학’에 주목한 이유도 『관부 연락선』, 『지리산』, 『산하』, 『그 해 5월』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병주 선생의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집요한 탐구 때문. <이병주 전집> 출간이 촉발점이 되어 ‘이병주 기념 사업회’도 새롭게 조직, 정비되었다.

<이병주 전집> 출간의 의의는 비단 이병주 선생의 작품을 집대성하고 그 문학적 가치를 기리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걸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문화적 ∙ 사상적 콘텐츠를 축적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한 자성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재발굴, 재평가하여 제대로 자리매김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리 문화를 보다 풍성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이번 <이병주 전집> 출간에 대한 소회.

“우리 사회는 모든 걸 너무 쉽게 망각합니다. 이병주 선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적 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참으로 엄청난 작업을 남겼을 뿐 아니라 대단한 문학적 성과를 이뤄냈지만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는 모두들 잊어버린 듯합니다. 이병주 선생뿐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긴 수많은 문학가들이 망각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문화적·사상적 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독자들뿐 아니라 출판사, 출판인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번의 이병주 전집 기획출판은 이런 우리 사회의 ‘망각’을 ‘기억’하는 새로운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창출해낸 문화와 사상에 대한 기억을 통해 우리 문화사·사상사를 넓고 깊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병주 기념 사업회> 모임 풍경
※ YES24 단독 이병주 소설 예약판매 이벤트 보기

[잊어서는 안될 작가, 이병주에게 편지쓰기 이벤트]

아래 토크백에 작가 이병주에게 편지를 남겨주세요!

참여기간 : 2006년 4월 13일(목)~ 4월 25일(화)

당첨자발표 : 2006년 4월 27일(목)

경품 : 『로마인 이야기 전집』 1질, 『대화』 2권,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2권, 『간디 자서전』 2권, 『남자들에게』 2권, 『엄마 마중』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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