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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컬러를 잘 살린, 아델 <25>

아델(Adele) <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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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정서에 주로 한정시키던 주제 의식이 용서와 화해로 확장됐다는 점 또한 이번 음반으로 남긴 큰 의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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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 21 >에 비해 < 25 >는 조금 어렵게 들리기도 한다. 사운드 메이킹에 다변화를 부여한 탓이다. 물론 전과 같이 소울, 리듬 앤 블루스, 팝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는 해도, 이번에는 스타일링과 장르 차용을 여러 갈래로 가져감과 동시에 사운드에 높은 입체감을 부여해 상당한 이질감을 이끌어냈다. 사운드스케이핑에 보다 신경을 쓴 「Hello」도 변화의 기조를 잘 품고 있으나 아델의 변신은 이 직후의 트랙들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루비한 리듬과 미니멀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결합시킨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 부피감 가득한 퍼커션, 신시사이저 라인, 코러스 보컬을 층층이 쌓아올린 「I miss you」, < Joshua Tree >에서의 유투 식 사운드, 디 에지 식 기타가 언뜻 보이기도 하는 「Water under the bridge」가 좋은 예시를 제공한다.

 

낯선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결과물은 결코 나쁘지 않다. 트랙 리스트 곳곳에 적용된 여러 터치들은 음반에 다양함을 제공해 감상의 흥미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게 한다. 아델의 새로운 컬러에 기초를 제공하는 신시사이저와 드럼 패드 사운드, 미니멀한 구성이 훌륭한 아델의 보컬, 흡입력 높은 팝 멜로디와 성공적으로 혼합됐다. 많은 작곡가들이 가세해 만든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도 위의 신선한 접근과 좋은 호흡을 보인다. 스타 작곡가 맥스 마틴이 함께한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의 생동감 있는 팝 튠은 활력적인 퍼커션과 코러스, 아기자기한 비트와 잘 어울리며, '2010년대의 해리 닐슨'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가 힘을 보탠 「When we were young」의 차분한 발라드 선율은 잔향을 머금어 아득하게 울리는 사운드와 좋은 합을 보이고, 덴저 마우스와 협업해 탄생한 「River Lea」의 가스펠 스타일은 풍성한 편곡을 만나 신비감까지 획득한다.

 

공간감을 강조하는 사운드가 들어선 데다 트랙들 곳곳에서 지난 작품들의 노선과는 다소 다른 실험적인 면모까지 보이기에 그간 아델의 매력으로 부각돼왔던 보컬과 멜로디로부터는 어느 정도 집중도가 분산된다. 그러나 그 실력이 어디 가랴. 표면의 사운드를 걷어내고 들어 보자. 걸쭉한 목소리로 완급을 조절해가며 선율을 다루는 보컬 퍼포먼스는 뿌연 사운드를 뚫고 나와 예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며, 아티스트가 써내린 캐치한 팝 멜로디들 역시 소구력을 강하게 일으킨다. 기존의 요소들도 충분히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오랜만에 돌아와 좋은 음반을 내놓았다. 새로운 작법을 가져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고유의 강점을 그대로 이끌어내 자신의 컬러를 잘 살렸다. 게다가 이별의 정서에 주로 한정시키던 주제 의식이 용서와 화해로 확장됐다는 점 또한 이번 음반으로 남긴 큰 의의에 해당한다. < 25 >를 통해 아델은 사운드와 스타일, 테마 등 여러 영역에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음반은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2015/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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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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