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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네오 소울 사운드, 리앤 라 하바스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 < Bl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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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조성한 그루브와 매력적인 소울 팝 멜로디, 니나 시몬처럼 탁한 톤으로 여유 있게 노래를 끌어가는 보컬 운용 등, 트랙 리스트의 여러 장면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이 직관적으로 이목과 관심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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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과 확신 그리고 기대. < Blood >를 통해 리앤 라 하바스가 남긴 결과물들이다. 음반은 이 아티스트가 얼마나 뛰어난 창작력을 지니고 있는지, 얼마나 훌륭한 기획력을 소유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멋지게 조성한 그루브와 매력적인 소울 팝 멜로디, 니나 시몬처럼 탁한 톤으로 여유 있게 노래를 끌어가는 보컬 운용 등, 트랙 리스트의 여러 장면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이 직관적으로 이목과 관심을 끌어당긴다. 좋다. 이 부분만으로도 리앤 라 하바스가 가진 역량의 우수성을 무리 없이 짚어낼 수 있겠다. 그러나 < Blood >를 통해 드러나는 아티스트의 강점은 더 나아간 곳에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가진 좋은 감각은 이미 앞선 시점에서도 펼쳐 보인 바 있다. 데뷔작이자 전작이었던 < Is Your Love Big Enough? >에서도 흡입력 가득한 알앤비 팝 넘버들을 늘어놓아 그 재능에 오점이 없음을 충분히 알렸다. 그러니 이 부분은 차순에 두고 넘어가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다.

 

중요한 지점은 그 다음 단계에 자리한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으로 포크 블루스 음악을 담아냈던 데뷔작의 깨끗한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리앤 라 하바스는 다음 행보에 네오 소울의 색채를 씌웠다. 음반의 첫머리서부터 뿌옇게 올라오는 몽환의 공기와 공간감이 가득한 사운드, 미니멀한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의 비트와 재즈 식 터치에까지 이르는 성분들이 전과는 다른 아티스트의 성질을 대표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티스트는 이렇다 할 과함이나 모자람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 Blood >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리앤 라 하바스의 강점이 여기 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질성 짙은 방법론을 택했음에도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재기가 돋보인다. 신스 라인 위에 보컬을 겹겹이 쌓아 올려가며 몽롱함을 쏟아내는 재즈 풍의 멋진 오프너 「Unstoppable」과 기저에 깔린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근사하게 이끌어가는 곡 「Green & Gold」, 세련된 알앤비 넘버 「What you don't do」 등의 초반부 곡들이 이 맥락에서의 예시에 해당한다.

 

독자의 컬러도 나름 잘 살려냈다. 이미 다양한 설계들이 존재하는 장르 지형도상에 위치해있음에도 별 기시감을 노출하지 않는다. 여기에 명 프로듀서 폴 엡워스부터 시작해 아퀄렁으로 활동하는 매트 헤일스, 널리 알려진 알 셕스와 제이미 리델, 디스클로저의 하워드 로렌스 등 여러 작곡가, 프로듀서들과 좋은 합을 맞추며 새로운 모델링에 완성도를 더했다. 준수한 창작과 협업이 함께한 결과물로서, 건반과 스트링이 주조해내는 차분함 속에서 아득하게 목소리를 울리는 「Wonderful」, 강하게 울리는 레게 비트와 파워풀한 보컬이 잘 어울리는 「Grow」, 훅에서의 로킹한 편곡이 돋보이는 「Never get enough」와 같은 트랙들 또한 작품의 콘셉트에 깊이와 너비를 함께 부여한다.

 

멋진 작품을 냈다는 점에 가장 큰 가치가 집중되나 향후의 걸음에도 기대를 던지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결코 적지 않은 의의가 따른다. 상이한 색감의 두 앨범을 선보이면서 영역을 크게 넓혔기에 다음에 취할 접근에 대해서도 능히 귀추가 모일만 하다. 수준 이상의 앨범으로 아티스트는 두 번째 페이지를 장식했다. 거부할 수 없는 네오 소울 사운드로 인상을 남긴데다 재량에 대한 확신도 건넸다. 게다가 < Blood >의 사운드와 텍스트 곳곳에 리앤 라 하바스는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자메이카와 그리스 혈통을 새기는, 개인적인 의미까지 챙겼으니 그 결과물이 어찌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디스코그래피에서 모멘트로 남을 작품이다.

 

2015/08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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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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