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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뉴만, 신스팝과 인더스트리얼의 개막을 알리다

불친절하고 냉소적인 음색으로 기계적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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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대표되는 현대의 물질문명과 그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단절을 표현한 이 노랫말은 전자 건반을 통해 효과가 극대화됐으며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문명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광고음악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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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 없이 뮤직비디오를 평가하는 'MTV의 한량' 비비스와 벗헤드는 개리 뉴만의 「Cars」를 보고 한 마디 내뱉는다. “데이비드 보위야?”

 

두 소년은 외모를 의미했지만 「Cars」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습뿐 아니라 음악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 검게 칠한 스모키 화장과 로봇처럼 무표정한 얼굴은 이 영국 출신 싱어 송라이터에게 글램록과 고딕의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신시사이저를 통한 전자 사운드는 1970년대 후반 독일에서 활동하던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으로부터 채무를 지고 있다.

 

미래를 지향하던 1970년대의 대중예술가들은 도전 정신과 난해함을 담보로 커다란 실험을 시도했지만 1979년에 발표된 「Cars」의 멜로디는 다행히 어렵지 않다. 베이스 기타로 기초 공사를 다진 이 노래에서 우주를 유영하듯 곡 전체를 떠다니는 무그신시사이저 사운드는 곡의 음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파열음을 내는 신시사이저 비트와 일그러진 기타 리프는 훗날 인더스트리얼의 롤모델로 승화했다. 개리 뉴만은 크라프트베르크와 노이 등 초기 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가 놓친 대중성을 포획하며 1980년대 신스팝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와 트러블이 생겼는데 그들은 날 때리려고 문밖으로 끌어내려고 했죠. 나는 차 문을 잠군 후에 도로를 달려 도망쳤습니다. 이 사건으로 현대인들이 차 안에서 얼마나 안전함을 느끼는지 깨달았습니다. 자동차는 마치 바퀴가 네 개 달린 내 왕국 같아요.”

 

개리 뉴만의 이 경험은 「Cars」의 탄생 배경이 됐다. 그리고 '차 안이 제일 안전해 / 난 모든 문을 다 잠굴 수 있지'라는 유명한 가사가 만들어졌다. 자동차로 대표되는 현대의 물질문명과 그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단절을 표현한 이 노랫말은 전자 건반을 통해 효과가 극대화됐으며 아이러니컬하게도 현대문명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광고음악으로 쓰였다. 개인의 이상과 기업의 이익이 어울리지 않는 어울림이었다.

 

불친절하고 냉소적인 음색으로 기계적인 분위기를 살린 개리 뉴만의 「Cars」는 M의 「Pop muzik」과 함께 디스코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1979년에 일렉트로니카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미국에선 9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정상을 차지하며 신스팝과 인더스트리얼의 개막을 알렸다. 홀과 피어 팩토리, 프랭크 자파, 나인 인치 네일스 같은 육중한 뮤지션들이 「Cars」를 커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5/09 소승근(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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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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