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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콰이엇,곡 전체를 아우르는 래퍼

더 콰이엇(The Quiett) < 1 Life 2 L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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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년차다. 대단한 것은 그가 항상 한국 힙합 신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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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연결고리」가 도끼, 콰이엇, 빈지노의 음악을 비슷한 것들로 재단한 바 없지 않다. 잘 뭉쳐지기도 하지만, 각자의 색이 분명한 래퍼들이다. 빈지노는 확실히 튄다. 일리네어 시작부터 함께한 공동 사장, 둘이 겹쳐 보인다. 자수성가를 자축하는 것으로 일관된 가사들이 유사하다. 음악 전체를 볼 때, 미묘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도끼는 본토 힙합 트렌드를 바짝 따라가는 방식인 것에 비해, 더 콰이엇은 온고지신하여 깊이와 비장미를 더한다. < Multillionaire >엔 머스타드의 비트가, < 1 Life 2 Live >엔 피트 락의 비트가 쓰였다.

 

「Bentley」로 정점을 찍고 시작한다. 위스키 같은 힙합,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Montana」에선 아예 직접적으로 인용한다. 후렴 외에 < 스카페이스 >와 긴밀한 연관은 없지만, 그의 특장점이 살아있다. 수록되지 못한 싱글, 「Nothing」 또한 그랬다. 부드러운 훅과 묵직한 벌스의 대비가 조화롭다. 물론 랩이 받쳐줄 때의 이야기다.

 

더 콰이엇은 초창기부터 실력 논란이 많았던 래퍼다. 일리네어를 만들고, 더욱 늘어났다. 그의 심심한 플로우와 반복되는 주제가 공격 대상이다. 비교적 담백한 랩 스타일로 자신의 성공담을 자주 다룬 게 사실이나, 빛을 발한 경우도 많았다. 앞서 말한 트랙들과 「All about」에서 느낄 수 있다. 비트에 잘 묻어, 듣기가 편하다.

 

반면 흐름이 엉성한 부분도 적지 않은 와중에, 가사마저 모자라는 결정적인 허점을 보인다. 말 그대로 가사가 모자라서 같은 단어, 비슷한 표현을 반복한다. 재치는 없다. 남용된 주제 속 가난한 표현의 한도. 두말하면 입 아프고, 계속하면 듣는 귀가 지친다.

 

머무르지 않고 시도를 감행한 곡들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옳았던 건 'Your world' 뿐이다. 화법에서부터 힘과 희망이 느껴진다. 안부를 묻는 훅 다정하고, 경험 바탕의 벌스 믿음직하다. 이외의 도전들이 성공에 못 미쳤다.

끈적한 멜로디 랩을 선보인 「Body 2 body」는 돋보였으나, 훌륭하진 못했다. 더 콰이엇 인생, 회상에 젖는 「Lifetime」은 들쑥날쑥하다. 언급한 사건들의 중요도는 제각각이며, 전개되는 순서 또한 뒤섞여있다. 엉망이다. 전에 발표했던 < Stormy Friday > 중, 소울 컴퍼니의 흥망성쇠를 담은 「우리들만 아는 얘기」는 진했다. 플로우가 심심했어도 울림 있는 가사, 적절한 비트의 사용이 지금과 다르다.

 

올해로 10년차다. 대단한 것은 그가 항상 한국 힙합 신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 리스너들이 "콰이엇 랩 못하지 않나요?" 의문을 갖든 “신동갑, 초심 지켜라!” 실망을 하든,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진 적은 없었다. 소울 컴퍼니에서 메인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경험 덕이 크다. 랩 만하는 래퍼가 아닌, 곡 전체를 아우르는 래퍼로 그를 길러냈다. 이번 역시 큰 그림은 근사하다. 빈티지하면서도 섹시한 비트에 랩을 요령 있게 뱉어냈다. 딱 거기까지다. 멋지고 당차지만 바이브에서 그칠 뿐, 깊은 감동이나 재치는 없다. 분명 능력은 되는데 적당히 잘하고 말았다.

 

2015/11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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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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