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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잭슨, 7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 Unbreakable > 자넷 잭슨(Janet Ja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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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발매된 자넷 잭슨의 새 앨범은 얌전하고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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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 마돈나에 대적할 유일한 인물로 성공적인 궤적을 그려온 자넷 잭슨은 2004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벌어진 가슴 노출 사고 이후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프닝 이후 발매한 3장의 앨범이 연속으로 흥행에 참패했고, 대형 경기장을 호령하던 투어의 규모도 극장 수준으로 현저히 작아져 옛 영광을 무색케 했다. 최신 일렉트로니카로 트렌드 영합을 꾀한 전작 < Discipline >에도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7년 만에 발매된 자넷 잭슨의 새 앨범은 얌전하고 우아하다. < Control >, < Janet. > 등에서 대담하게 성(性)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흐릿해졌다. 오로지 「No sleeep」에서 은근한 섹스어필을 드러낼 뿐, 신작은 지난 세월에 대한 회상, 세상을 떠난 오빠 마이클 잭슨을 향한 그리움 등 진중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Shoulda known better」, 「Black eagle」에서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로 사회 변화를 종용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과거에 비하면 한결 부드럽다. 오랜 경쟁자 마돈나가 지난 3월 발매한 신보 < Rebel Heart >에서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여전히 거침없는 섹스 담론을 담은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계속된 부진으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그는 80년대 < Control >부터 자넷 잭슨 성공 신화를 함께 만들어온 환상의 콤비,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를 다시 불러 왔다. < 20 Y.O > 이후 9년 만에 재결합한 이들은 댄싱퀸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댄스 넘버와 R&B, 슬로우 잼 등을 균형 안배하며 과거 고유의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 < Rhythm Nation 1814 >로부터 이어진 자넷 잭슨 특유의 인터루드는 줄었지만, 2분 내외의 짧은 트랙 등을 통해 앨범의 유연한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오랜 세월동안 변치 않은 개성 강한 음색과 노련한 가창은 역시 자넷 잭슨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리드 싱글 「No sleeep」, 앨범과 동명의 수록곡 「Unbreakable」은 90년대 R&B 감성을 최신식으로 포장한 모범사례다. 베테랑다운 품위를 지키면서 동시에 젊은 감성에 성공적으로 호소했다. 매력적인 팔세토로 진득한 그루브를 만든 「Dream maker/Euphoria」, 80년대의 향수가 느껴지는 「Lesson learned」의 묵직한 감정 표현은 그가 잭슨가(家)의 ‘목소리’를 가졌음을 상기시킨다. 자넷 잭슨 사상 가장 조용한 발라드로 기록될 「After you fall」이나 영화 음악처럼 웅장한 아레나 록 스타일의 「Well traveled」는 삶의 굴곡을 겪고 난 마흔아홉의 그이기에 더욱 진실한 ‘어른’의 노래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는 전매특허 댄스 트랙들에서 두드러진다. 자신의 넘버원 히트곡 「Doesn’t really matter」를 연상시키는 「2 B loved」와 근사한 편곡이 돋보이는 하우스 넘버 「Night」에는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담았고, 마이클 잭슨과의 유년 시절 추억을 노래한 「Broken hearts heal」은 < Off The Wall >에 수록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고품격 펑크(funk)다. 앨범에서 가장 댄서블한 「BURNITUP!」에는 미시 엘리엇의 탄력 있는 랩까지 보태며 녹슬지 않은 댄스 감각을 뽐냈고, 트랩 리듬을 차용한 「Dammn baby」, 최신 EDM의 요소를 빌린 「Shoulda known better」, 「Take me away」는 젊은 청자들까지 두루 공략한다.

 

2015년 올해, 영원한 맞수 마돈나가 여전히 요란하게 뛰는 ‘반항의 심장’(「Rebel heart」)을 뽐냈다면, 자넷 잭슨은 깨어지지 않는(「Unbreakable」) 강단으로 7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수성했다. 주체 할 수 없이 맹렬했던 패기는 누그러졌지만, 점잖아진 섹스 화신의 느긋한 여유가 어색하지 않다. 파격은 없지만 옹골차고, 은은하게 묻어나는 연륜은 무게감을 담보한다. “내 이름은 ‘자기’가 아니라 자넷이야!”라며 앙칼지게 쏘아붙이던(「Nasty」) 당찬 숙녀에서 고상한 여인으로의 변모가 반갑다.

 

2015/10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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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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