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보고 싶다는 말 (2)

내 아이의 첫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나는 누운 채로 가습기에서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아까 아이를 보러 갔더라면,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면,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저 보고 싶다는 말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50.jpg

 

큰 수술이 처음이라 누군가 규칙적으로 와서 내 상태를 체크한다는 게 어색했다. 간호사는 조심스럽고 친절했지만 선잠에 빠지려 할 때마다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아직 신생아실의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고 우리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수술 날짜를 아는 친척과 친구, 선후배 들의 안부, 축하 문자 메시지가 계속 도착하는데 기력도 없고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 푹 자. 내일 다시 올게.


염려와 위로의 말을 남긴 채 가족들이 돌아갔다. 옆 사람은 소파 베드에 누우며, 이놈은 우량아로 태어나서 왜 엄마 속을 썩이나, 하고 중얼거렸다.


- 아무 일 없을 거야. 아주 건강해 보였어. ……이럴 때일수록 엄마가 힘을 내야지.


모두들 산모는 자둬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누운 채로 가습기에서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아까 아이를 보러 갔더라면,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면,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옆 사람도 잠을 못 자는지 밤이 깊어가는데도 콧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침에 아이 호흡이 많이 안정되었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은 뒤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저녁쯤에는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낮 시간을 보냈다. 때마침 병원에서는 하루 종일 분만이 이어졌다. 잠결에도 깨어난 뒤에도 이동식 침대가 움직이는 소리, 신생아들의 울음소리가 엘리베이터와 복도를 타고 계속 올라왔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눈을 꼭 감았다.


저녁 6시쯤, 아이를 데려올 줄 알았던 의사가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앰뷸런스를 불러서 지금 오는 중이고 대학병원에 가면 아이가 이런 저런 검사를 받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상태가 나쁜 게 아니라 과호흡의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의사는 차분히 말했지만 나는 이미 눈물 속에 잠겨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보고 싶다는 말만 입 안에서 맴돌았다.
 

 

연재를 마치며

 

<한 몸의 시간>을 읽어주신 분들께 끝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1년여 동안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매주 저와 아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 그 관계의 따뜻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만나는 내용으로 끝을 맺지 못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살짝 알려드리자면 지금 매우 건강한 상태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부디 조만간 책으로 묶여 나올 뒷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그동안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유미 드림

 

 

[관련 기사]

 

- 보고 싶다는 말 (1)
- 너를 만나는 날
- 너를 만나기 이틀 전
- 너를 만나는 방법 (1)

- 너를 만나기 하루 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