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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전자음악단, 재정비 후 복귀하다

서울전자음악단 < 꿈이라면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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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해체 2년 후, 재정비해서 돌아왔습니다. 전과 같을지, 혹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한 서울전자음악단의 정구 3집, < 꿈이라면 좋을까 >입니다.

서울전자음악단 < 꿈이라면 좋을까 >

 

서울전자음악단의 라이브를 실제로 감상하면 본인들의 레퍼토리를 가사 없이 연주로만 공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전작 < Life Is Strange >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들에게 노래 가사는 부수적인 장치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말보다 음악으로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하는 밴드라는 표현으로 예우를 다하는 것이 더 옳겠다. 이러한 특성이 신보 < 꿈이라면 좋을까 >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는 것은 일견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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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 '삶은 계란'부터 서울전자음악단의 진가를 보여주는 한 방으로 시작한다. 음산하게 깔리는 기타 리프 위로 내지르듯 얹히는 보컬이 앨범의 흑막을 연다. 기승전결을 유지하면서 살갑게 들리는 기타 변주와 직설적으로 꽂히는 드럼 사운드가 기선을 제압한다. 음반을 크게 전후로 갈랐을 때 후반부에 크게 버티고 선 「별의 별 빛나는 밤에」 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손에 꼽을 곡이다. 특히 잼으로 장식하는 노래의 종반은 서울전자음악단의 매력을 아는 팬이라면 반색을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 꿈이라면 좋을까 >에서 가장 조화로운 순간은 타이틀 곡 「꿈이라면 좋을까」 아닐까. 디스토피아를 연상 시키며 몽롱하게 울리는 기타 위로 잔뜩 습기를 머금은 장재원의 목소리가 곡 전체를 휘감는다. 별다른 것 없는 구성의 곡으로 보일지 모르나 장재원의 작사를 통해 서울전자음악단이 서사를 전하는 측면에서도 날개를 다는 순간이다. 신보 전체를 감싸는 무겁고 허탈한 분위기에 가장 정점을 찍는 곡으로써, 그야말로 일장춘몽이다.

 

그대로 날아갈 것만 같던 초반부의 분위기가 점차 시들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Digital revolution」는 기타 리프뿐만 아니라 드럼까지도 육중한 사운드를 구사하기 위해 의도한 흔적이 드러난다. 하지만 곡의 주제를 던지는 보컬 역시 무겁고 의도적인 저음 톤으로 일관하면서 목소리가 곡의 부수적 요소로 기능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만다. 「꿈이라면 좋을까」가 사운드 위에 여구(麗句)를 올려 화룡점정을 이룬 것에 반해 앨범의 다른 노랫말들은 그 여운을 길게 이어가지 못한다. 2집 앨범 < Life Is Strange >와 달리 곡들의 전체적 길이가 짧아진 점이나 수록곡들 속에 곱씹어볼만한 언어적인 재미도 덜해진 상황이라 서울전자음악단 특유의 작가주의적 고집이 흥건히 배어나오지 않는다.

 

이들이 음악의 진정성에 대한 고집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그저 본 앨범이 사소한 변화의 결과일 수도 있고 개개인의 취향으로 탐지해야만 하는 흠결의 유무 여부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 꿈이라면 좋을까 >는 본편보다는 예고편의 상영에 가까웠다. 결국 다음 작품을 기약 없이 또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시 돌아옴에 대한 깊은 감사보다 또 다시 돌아올 것을 확답 받고 싶은 간절함이 앞선다.

 

 

 

2015/01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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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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