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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하고 강렬한 가수. 찰리 XCX

찰리 XCX(Charli XCX) < Suck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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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박학다식함과 핵심을 짚는 이미지, 여기에 마무리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통한 달콤한 멜로디까지 더해지며 삼위일체를 이룬다

찰리 XCX(Charli XCX) < Sucker >

 

'Fuck You, SUCKER!'

 

당돌하고 강렬하다. '트루 로맨스'를 데뷔작 제목으로 내걸었던 진지한 소녀가 이젠 주저 없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Fuck'을 외치며 반항을 설파한다. 무명의 아이코나 팝과 이기 아젤리아에게 '목소리의 은총'을 내려준 팝 시장의 블루 칩 찰리 XCX. 화끈하고, 직설적이며, 새로운 중독을 선사하는 이 젊은 영국 소녀는 요즘 소위 시쳇말로 제대로 '포텐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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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팝 유행의 시대에서 록에 충실한 정면 돌파부터가 놀랍다. 둔탁한 비트와 몽환적인 신스 음의 과거를 벗어던진 곳엔 핑크색 조명이 내리쬐며 키치한 팝 펑크 록 트랙이 울려 퍼진다. 고루함은 대부분 2분에서 3분 초의 짧은 러닝 트랙과 간단한 구성으로 말끔히 제거한다. 거친 기타 리프를 작렬하며 깜찍하게 잔인한 말들을 내뱉는 「Breaking up」, 긴장감을 갖춘 베이스 리듬 위에 '학교 가기 싫어 / 룰을 부수고 싶어'의 효과적인 선동을 유도하는 「Break the rules」 두 메인 싱글만으로도 이미지 변신은 끝이다.

 

과감한 시도와 매혹적인 이미지에 홀렸다면 그 틀에서 뻗어 나가는 음악 스펙트럼의 폭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뿅뿅거리는 전자음과 거친 기타가 어우러지는 재밌는 트랙 「London queen」은 잘 짜인 일본 걸 그룹을 연상케 하고, 포스트 펑크 풍의 「Famous」는 그 유명한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을 닮았다. 「Caught in the middle」, 「Doing it」을 통해 최신 유행에 부합하는 신스 팝에도 소홀하지 않다. 프랑스 일렉트로닉 씬부터 힙합, 걸 그룹까지 두루 섭렵한 내공의 깊이가 보통이 아니다.

 

음악적 박학다식함과 핵심을 짚는 이미지, 여기에 마무리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통한 달콤한 멜로디까지 더해지며 삼위일체를 이룬다. 장르의 폭이 넓은 편이고 러닝 타임이 짧아 자칫하면 산만한 구성이 될 수 있는데 확실하게 팝 음악의 기본인 선율을 꽉 잡고 있다. 세계를 홀린 아름다운 히트 싱글 「Boom clap」이 이를 무리 없이 증명하고, 거친 록 트랙 「Hanging around」부터 부드러운 「Die tonight」, 「Need ur love」까지 여유롭게 커버하는 보컬은 영롱하게 반짝인다.

 

음악 전문지 < 롤링 스톤 >은 발매되기도 한참 전 < Sucker >를 올해의 앨범 10위로 선정했다. 다소 조급한 면이 없지 않나 싶었던 평단의 극찬은 찰리 XCX를 단순한 히트메이커가 아닌, 새로운 추세를 제시할 팝 시장의 또 다른 재능임을 일찌감치 인정한 셈이다. 이 악동 소녀의 음악은 그만큼 다채롭고, 짜릿하면서도 깊다. 온 세상이 벌써부터 또 다른 총천연색 난장판을 기다린다.

 

 

2014/12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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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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