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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그 있게 한 판 놀아보는 시간! -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우리가 누굽니까, 흥의 민족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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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고 제 멋대로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나와 닮은 이 ‘착한 영웅’의 등장이 유독 반갑게 다가온다. (2019.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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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왜 당연한 일인가

 

흔히 한국인들을 이야기 할 때 하는 말이 있다. “한과 흥이 많은 민족”. 그 옛날부터 한국인들은 늘 음주(?)와 춤, 노래가 함께 하는 고유의 ‘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고단한 백성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한’이 함께 있었다.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은 그러한 한국인들의 한과 흥을 시조라는 장르에 옮겨내어, 전통과 현대를 감각적으로 믹스매치 시킨 재기 발랄한 에너지로 가득 찬 작품이다.

 

시조가 국가의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 천방지축 자유영혼의 소유자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시조를 읊고 다니는 단과, 시조를 통해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우연한 계기로 함께 하게 되고, 열악하고 궁핍한 백성들의 삶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시조가 금지 된 조선에서 15년만에 백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단과 골빈당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조선시조자랑에 참여 하게 된다. 한편 골빈당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그들을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시조대판서 홍국은, 조선시조자랑을 통해 그들을 없애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조선의 배경은 왜란 이후로, 전쟁 속에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백성들의 삶은 여전히 비참하고 궁핍하다. 어느 날 갑자기 징집 당한 남편은 다리를 잃은 채 돌아오고, 얼굴이 반반하다는 이유로 아내는 어느 대감집의 첩으로 잡혀간다. 열심히 농사지은 곡식마저 이유도 모른 채 나라에 다 뺏기지만, 백성들은 항거할 힘도, 기회도 없다. 그저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렇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고 살아 갈 뿐이다. 단지 논 몇 마지기, 배 곯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쌀 몇 가마니면 충분하다는 그들의 소박한 소원은 양반들에 의해 짓밟힌 지 오래다.

 

과연 이게 당연한 일인가. 그 비참한 백성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단과 골빈당은 이 불합리한 사회를 고발하고 개혁하기 위해 외친다. 이게 왜 당연한 일이냐고. 어째서 백성들만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하느냐고. 백성들과 같은 위치에서 살아온 단의 입에서 나오는 울분 가득한 그 외침은 다른 누군가를 통해 듣는 것 보다 더 깊고 묵직하게 가슴을 울린다.

 

50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그때의 조선과 지금의 한국 사회가 결코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건 어쩐지 씁쓸한 일이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번영과 힘 없고 나약한 서민들의 끝없는 가난과 불행. 때문에 단과 같은 일개 백성이, 한 나라의 임금 앞에서도 당당히 불합리한 사회를 고발하고 그의 인정을 받게 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더 단에게 몰입하게 된다. 건방지고 제 멋대로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나와 닮은 이 ‘착한 영웅’이 등장이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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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조를 읊으며,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던 단이 골빈당 사람들을 만나 변해가는 과정을 소소하게 담아내는 스토리 라인 또한 인상적이다. 망나니 같던 한 인물이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소통하고, 나를 넘어 타인의 삶까지 돌아보게 되는 과정을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개 시킨다. 물론 몇몇 인물의 설정이나 정형화 된 사건 등 다소 일차원적이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은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작품이다. 꽹과리와 장구 장단 위로 팝핀과 랩이 어우러진, ‘스웨그’ 넘치는 음악이 나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전통과 현대가 만난 그 의외의 조합은 아주 신명 나게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스토리, 음악, 조명, 안무 등 창작 뮤지컬로서는 모든 부분이 탄탄하지만,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주인공 단 역할을 맡은 배우 양희준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신인 답지 않은 그의 연기력은 작품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철 없고 천방지축인 단의 모습을 표현해내는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부터, 작품 후반 절절하게 백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울불을 토로하는 진중한 연기까지, 앞으로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의 탄생이다.

 

신선하고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조선 스웨그>   는 오는 8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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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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